저희 외할머니께서는 차마 피난을 가시지 못하시고 점령지에 남으셨
는데, 거기가 산골 마을이라 그런지... 북한군이 크게 나쁘게 하지는
않았다고 하셨죠.북한군이 들어와서는 피난 가는게 더 위험하다면서
그냥 여기 남아 있으라고 권유를 했다네요. 문제는 북한군이 외할머니
를 당시 지방의 여맹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바람에 거절할 수도 없고...
(거절한다면 어떤 보복이 있을지도 모르니깐요) 북한 만세를 외치셨
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수복되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국군 만세...
전쟁이 터지면 민간인은 이념이나 전쟁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점령군
편을 들게 되는 심정을 십분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이는데...
전쟁은 무섭습니다 ㅡㅡ;;
--------------------- [원본 메세지] ---------------------
오늘..
음력 8월스무닷새는 저희 할머니 생신이랍니다.
큰집에 가면 항상 반겨주시는 참 자상한 분이져..
오늘을 기해서 아흔다섯이 되셨습니다...
아니.. 나이보다는 출생연도가 더 놀랍답니다..
.
.
.
07년생..... 허허....
제가 어렸을때.. 우연히본 의료보험증을 보고 첨 알았죠..
거의 한세기를 살아오셨는데..
할머니에 한세기는 정말 파란만장하져?
청춘을 일제시대로 보냈고...
중년에6.25를 맞았으니...
그러고보니 옛날에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 토막이 생각나네여
1.제가 일본사람들도 봤겠네?? 하고 물으니까
할머니는 그러셨죠...
첫마디는 바로 "일번놈들이 으찌나 심했는지...
놋주발하구 숟가락까지 다 뺏어갔다" 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전쟁말기..에 일본이 총알만들 재료가 부족했나봐여~..
국사책에서 본 내용을 할머니한테 들으니 감회가 새롭더라구여
2.할머니 그럼 인민군도 봤어??
했더니.. 어 봤지..
어떻게 생겼냐니까 그냥 사람하구 똑같다 그러더군요..
(의아해 하실지 모르지만.. 어렸을때만해도. 반공교육때문에.
북한사람들은 다 늑대거나.. 눈이 위로째진 뭐 그런 얼굴로 그려졌었으니까여...)
저희할머니는 6.25때 피난을 가던중 달구지를 끌던 소가 죽었답니다..
총에 맞았는지.. 어쨋는지 지금 기억이 나질 않치만..
아무튼.. 어렵던시절에 소가 죽어 안타까웠지만..
대단한 양식거리가 아니겠습니까..
그 소를 개울가에 솥을걸고.. 한솥을 맛있게 푹끓였답니다..
근데.. 때마침.. 군인들이 지금 인민군이 밀구내려와서 빨리 떠나야
한다고 해서. 군침을 흘리던 사람들과.. 냄새만 맡고 떠났답니다..
어찌나 아깝던지. 저한테 얘기를 해주시더군요..
그때는 정말 피난나와서 아무것도 없는통에..
할머니께서는 미군부대에서 미군들 군복을 빨아주고는
양식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저도 잊고살았던.. 어린시절에들은 이야기들인데..
이렇케 쓰고나니까. 옛날생각이 나내여..
할머니....
항상 우리편이었져..
오래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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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잡담]오늘이 저희 할머니생일인데여.. 할머니는 07년생이람니다..
홍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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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
02.10.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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