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빛과 색의 향연, 디지털 아트
예술 작품을 눈높이에서만 관람하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 디지털 아트를 활용한 전시가 부쩍 늘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형형색색의 영상에 휩싸인다. 그렇게 관람객은 거대한 작품 화면의 일부가 된다. 작품에 걸맞은 사운드도 필수다. 감미로운 음악부터 자연의 소리까지, 다채로운 소리가 온몸을 휘감는다. 다이내믹하면서도 절묘한 작품은 시각과 청각에서 나아가 오감을 모두 자극한다. 냄새가 없어도 향기가 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디지털 아트 전시는 디지털 영상과 소리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기존 전시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스케일이 크다는 점은 디지털 아트 전시의 특징이다. 디지털 영상은 액자 같은 프레임에 가둘 필요가 없고, 얼마든지 거대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건물의 대형 전광판에 선보여 선풍적 화제를 모은 퍼블릭 미디어아트 ‘웨이브(Wave, 파도)’가 대표적이다. 건물 앞면과 옆면을 모두 차지한 초대형 전광판에, 수조 속에서 파도가 출렁이는 듯한 영상이 생동감 있게 송출되었다. 스크린 면적은 농구장 4개를 합한 규모다. 이 작품을 선보인 기업 디스트릭트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진출했다. 거대한 빌딩의 한 면을 거의 통째로 활용해 폭포가 장쾌하게 쏟아지는 장면을 내보냈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관객이 함께 완성하는 전시
과거 전시는 일방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고 관객은 감상했다. 관객이 작품에 개입할 방법은 거의 없었다. 작품 구매나 후원으로 호응을 보내거나, 감상평을 작가에게 전하는 정도다. 하지만 디지털 아트는 작품에 개입할 여지가 많다. 가령 아르떼뮤지엄에서는 관객의 그림을 작품과 융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낸다. 관객이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를 통해 업로드하면,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어진다.
디지털 아트는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이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동심을 한껏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색적인 사진을 남기기 좋다. 배경은 어둡지만, 내 몸에 영상이 드리운 순간 그림 같은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디지털 아트 전시는 서울 홍대 인근을 비롯해 강릉, 여수, 제주, 전주 등지에 들어섰고,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지에 자리해 관광 명소로 발걸음을 모은다.
디지털 아트는 상업예술은 물론 순수예술계에서도 주목하는 테마다. 메타버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와 결합해 비정기적인 디지털 아트 전시가 개최되며 조금씩 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도, 본 전시의 연장선으로 ‘KIAF PLUS’를 개최해 디지털 아트와 NFT,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춘 행사를 최초로 진행할 예정이다.
신비로운 꽃 정원,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
바람 타고 흩날리는 민들레씨, 황금빛으로 눈처럼 흩어지는 벚꽃, 낭만적인 꽃향기의 향연까지,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는 ‘꽃’을 주제로 8개 공간을 선보이는 디지털 아트 상설 전시다. 작품은 꽃을 매개로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며, 오감을 자극해 신비한 경험을 선사한다. 첫 번째 테마인 ‘빅 북(Big Book)’에서는 겨울과 봄 사이 얼음이 녹고 꽃이 피는 모습을 그린다. 폭신한 눈송이와 풍성한 수국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겨울을 지나면, 벚꽃잎 사이로 완연한 봄기운이 밀려든다. 산들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민들레가 동심을 자극한다. 민들레에 바람을 후 불면, 씨가 아름답게 퍼지며 찬란한 빛을 퍼뜨린다. 사방의 거울이 회전하는 ‘글로윙가든(Glowing Garden)’, 손짓에 따라 꽃잎이 화려하게 흩날리는 ‘봄의 오솔길(Spring Trail)’, 몽환적인 향기가 가득한 ‘빅플라워가든(Big Flower Garden)’도 벅찬 감흥을 선사한다.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든 봄빛 가득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는 홍대입구역에서 가까운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앤에서 만날 수 있고, 젊고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발걸음 할만하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88 AK&홍대점 4층
문의 02-323-2055, naturelabs.co.kr
지역 고유의 자연을 담다, 아르떼뮤지엄
머나먼 미래에 우주 혹은 지하 세계에서 살게 된다면, 아르떼뮤지엄의 작품을 통해 자연을 향한 그리움을 달랠지도 모르겠다. 강릉과 여수, 제주에 각각 자리한 아르떼뮤지엄은 ‘빛과 소리가 만든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지역 고유의 자연환경을 담아낸다. 강릉은 수려한 산과 계곡을 상징하는 ‘골짜기(Valley)’를, 제주와 여수는 섬과 해양도시 고유의 특성을 살려 각각 ‘아일랜드(Island)’와 ‘오션(Ocean)’을 테마로 삼았다. 거대한 폭포와 파도, 천둥번개처럼 온몸을 짜릿하게 하는 공통 작품에서 나아가 각 지역만의 작품이 거듭 발걸음을 이끈다.
가령 제주에서는 ‘제주도 푸른밤’과 바람 소리 사이로 제주의 자연유산을 감상할 수 있고, 여수에서는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꿈결 같은 여수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강릉에서는 ‘정선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 ‘홀로아리랑’을 국악인 송소희가 노래한다. 영롱한 가락에 맞춰 강원도 곳곳의 계곡과 산맥, 깊고 푸른 밤하늘이 흘러간다. 제주의 유채꽃, 여수의 동백, 강릉의 일출과 일몰도 지역의 고유색이 담긴 작품. 전시작은 1년에 2회 이상 교체되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 공간 중에서 스케일이 가장 큰 곳은 최근 문을 연 강릉이다. 10m 이상 층고를 확보해 압도적인 느낌을 전한다. 건축 설계부터 사운드 세팅까지 작품에 맞췄기에 몰입감도 남다르다. 제주와 여수는 도시재생과 연계해 기존 건축물을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기존 골조를 절묘하게 이용해 이상적인 동선을 만들어냈다.
주소 강릉-강원 강릉시 난설헌로 131 강릉녹색도시 체험센터
여수-전남 여수시 박람회길 1 국제관 A동 3층
제주-제주시 애월읍 어림비로 478
문의 1899-5008
노형수퍼마켙의 색(色)다른 이야기
오직 명암만 남은 공간에서 노형수퍼마켙의 첫 여정이 시작된다. 1981년 어느 날 구멍가게 한구석의 신비한 관문이 열렸고, 지구의 모든 색채가 블랙홀처럼 흡수되었다. 간판도, 파라솔도, 담뱃갑도 모두 그날을 기점으로 색을 잃어버렸다. 세상은 칙칙하고 기묘해졌다.
다만 관문을 넘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면, 세상의 모든 빛깔에 다시 둘러싸이게 된다. 피부색을 잊게 할 만큼 다채로운 색깔이 온몸을 휘감는다. 블랙홀을 건너는 듯한 영상부터 심해를 유영하는 듯한 작품, 폭포수가 쏟아지는 장면까지 형형색색 빛난다. 영상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감싸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노형수퍼마켙은 디지털 아트 대부분이 유사하다는 한계를 독창적인 스토리라인으로 넘어섰다. 제주시 중심지 노형동의 어느 골목 가게가 이야기의 구심점이다. LED 조명과 디지털 영상을 이용하는 점이 여느 작품과 같으면서도 미지의 공간을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표현이 돋보인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무채색으로 구현해 색다른 감각을 선사하기도 한다.
노형수퍼마켙은 온라인으로 사전 예매하면 현장 발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로, 제주 여행의 처음이나 마지막 여정으로 삼기 좋다.
주소 제주 제주시 노형로 89
문의 064-713-1888, nohyung-supermarket.com
◈ 평범한 장미를 평범하지 않게 보기
출처: 《KB 국민은행 GOLD & WISE, 2022년 06월호(글과 사진: 에디터 장세론 여름)》, 장미 사진: 이영일·고앵자
첫댓글 비디오 아트가 아닌 디지털 아트인데, 장미 꽃이 실물 사진처럼 예쁘네요 ~
고봉산 정현욱 님
디지털 아트 전시가 유행하여 이제 대세처럼 자리잡는 추세지만
저는 한번도 보지못해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긴 해도 전율할만큼의 감동을 줄것 같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감을 주고 오감을 자극하는것은 돈 많이 들인 규모의 전시나 다채로움이 아니라는 점 다르게 말하면 눈이 휘둘굴해지는 전시보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전시가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