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곧 사람이다 수사학(修辭學)은 생각과 말과 행위를 조화시키는 소통 학문이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런 수사학을 키케로는 '만사(萬事)의 여왕'이라고 했다. 수사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났다. 역사가 2,500년이나 된다. 수사학이 가진 생명력 때문에 사람들은 현대를 수사(修辭)의 시대라고 부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존재를 수사적 인간이라고 부른다. - '프롤로그' 중에서 ●소통, 수사학이 필요하다 기원전 401년, 페르시아 왕자 퀴로스는 모함에 빠져 위기에 처하자 그리스 용병들을 이끌고 페르시아 정벌에 나섰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도중에 사망하고 만다. 이에 그리스 용병들은 적국 한복판에서 고립무원의 신세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지휘하던 장군들도 페르시아군의 술책에 넘어가 처형됐다. 지휘관마저 없어진 마당에 용병들은 어찌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얼떨결에 용병에 나선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크세노폰으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비록 그는 전투 경험이 많은 병사가 아니었지만 탁월한 말재주가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용병들은 분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들을 이끌어달라고 애원했다. 여러분, 전쟁의 승리는 군사의 수와 힘으로 결정되지 않소! 그것은 어느 편의 정신력이 더 강한가에 달려 있음을 아시오. 가족과 재회하는 최고의 길은 용감한 전사가 되는 것이오.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을 이기는 것밖에 없소. 이기면 적군이 죽지만 지면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리더에 따라 조직의 명운명운이 갈린다. 문제는 말이다. 말의 힘이 이처럼 강하고 무섭다. 말은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고, 힘과 용기를 불러오고, 기쁨을 만들어주며, 그리고 평화를 선물한다. 반대로 이 말 때문에 사람들은 아파하고, 마음 속 깊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리더십은 소통 능력에서 시작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부쩍 '소통'이라는 단어가 늘었다. 장벽 없는 인터넷과 SNS가 활개를 치는 세상임에도 이런 단어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을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성장하면서 읽고, 쓰고, 말하는 기초 능력만 학교에서 공부했지 소통 능력에 대해선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 김종영은 수사적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로 말하기와 토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품격 있는 말로 자신을 돌보고 세상과 소통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서 생각과 말과 행동을 서로 조화시켜 올바른 품성을 갖출 수 있는 말하기 교육에 정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의 말하기와 토론 동아리 '다담(多談)'의 지도교수로 학생들의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과도 정기적으로 만나 수사학 강좌로 인문학 독서 토론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히틀러의 수사학>, <파시즘 언어> 등이 있으며, 번역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공포를 날려버리는 학술적 글쓰기 법> 등과 수많은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공감과 소통을 위한 아름다운 말하기를 지향하는 수사적 소통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수사학의 기원을 바탕으로 품격있는 말의 원리를 찾아서 시간여행을 하고, 2부에서는 스티브 잡스, 마틴 루터 킹 목사,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전 세계 유명 인사의 연설 장면을 통해 품위 있게 말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왜 시대는 수사학을 요구하는가? ▶첫째,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다. 글로벌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사학은 상대에게 어떻게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기에 글로벌 시대의 필수 덕목이다. ▶둘째,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에선 말이 생명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갈등이 조성되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수사학은 매 순간 유용한 설득 수단을 가르쳐주므로 민주주의 시대의 해결사다. ▶셋째, 지식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현대인은 제때 필요한 지식을 찾아 자기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수사학은 생각을 발견하고 정리해 표현하는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기에 지식정보화 시대의 나침반이다. ●수사학의 탄생 수사학은 고대 아테네에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테네는 기원전 6세기로 넘어오면서 정치적 지형이 바뀐다. 민중이 귀족을 몰아내고 직접 통치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시작을 의미한다.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 자유시민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펼치고 투표로 결정했다. 이때 상대편에서 소송을 걸면 당사자가 직접 대중 앞에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말을 잘하는 능력이 입신양명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기원전 5세기말 도시국가 시라쿠사의 독재정이 붕괴되며 시민들의 토지소유권 분쟁이 발발했다. 참주에게 빼앗겼던 땅을 놓고 서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이만저만한 분쟁이 아니었다. 소유권을 자유롭게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었으므로 당연히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누가 소유권을 차지했을까? 말 잘하는 사람이 이겼던 것이다. 이리하여 말을 잘하는 것에 대해 급관심이 자연스레 생겼다. 수능시험 준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입시학원이 서울 대치동에 몰리는 것처럼, 당시에는 말을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동하며 다니다가 아테네로 몰려들었다. 당시 아테네가 페르시아를 이겨 그 위세가 대단했고 돈은 아테네로 몰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소피스트는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히피아스 등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의 교육법에 대해선 남겨진 게 없어서 플라톤의 기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다. 플라톤의 대화편 <프로타고라스>에 의하면,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에게 배우면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을 것이고 개인적인 집안일뿐만 아니라 공적인 시민생활에서도 더 유능하게 행동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편, 대화편 <고르기아스>에는 소피스트에 대한 플라톤의 반감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수사학을 아첨이라고 부르며 기술처럼 보일 뿐 결코 기술이 아니라고 혹평했다. 여기에 수사학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 낱말과 동일한 어원을 가진 말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도 나타나므로 수사학의 탄생은 기원전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싸움만 잘 할 뿐만 아니라 말하기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호메로스는 남자들의 명예는 싸움터만이 아니라 회의장에도 있다고 언급한다. 비록 몸이 늙어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울 수 없지만 좌중을 리드하는 네스트로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의 입에선 "꿀처럼 달콤한" 말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네스트로 같은 장수 10명만 있으면 트로이를 금방 함락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말 잘하는 능력은 탁월한 전사의 능력 못지않게 대접받았다. 고르기아스의 <헬레네 찬가>를 보면 말이 힘을 갖게 된 여유가 소개된다. 스파르타 왕비였던 헬레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따라 트로이로 갔기 때문에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 어떻게 유부녀가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이 일어난다. 그것도 모범을 보여야 할 왕비가 말이다. 그런데, 고르기아스는 이를 두둔하고 나선다. 해야 할 바를 올바로 말하는 사람이라면 헬레네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반박해야 한다. 나는 따져 나가면서 헬레네가 나쁜 평판으로 비난받는 것을 멈추게 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것을 밝힐 것이다. 그리고 진리를 보이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무지를 멈추게 할 것이다. 그의 논변을 살펴보자. 그는 헬레네가 트로이로 간 것은 불가항력이었다면서 네 가지 근거를 댄다. ▶첫째, 신의 뜻 때문에 트로이로 갔다는 것이다. ▶둘째, 강제로 트로이로 갔다는 것이다. ▶셋째, 말에 의한 설득의 힘을 거론하며 인간 존재의 한계 때문에 설득당한다는 것이다. 설득을 신의 반열에 올렸다. ▶넷째,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맹목이 된다며 이를 모독하는 것은 사랑을 관장하는 에로스 신을 모독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일리아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바다의 신 테티스다. 올림푸스 신전에서 테티스와 펠레우스가 결혼식을 진행할 때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황금 사과 하나를 남기고 간다. 사과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에 여신들이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제우스는 곤란에 처했다. 아내의 손을 들어주면 딸한테 미안하고, 그렇다고 딸의 손을 들어주면 아내의 원성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에 그는 꾀를 내어 목동지기였던 파리스에게 판정을 받도록 했다. 당시 파리스는 세상에서 최고의 미남이었다. 본디 트로이 왕자로 태어났지만 버림을 받아 양치기가 된 인물이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떻게 신의 미모를 인간이 심판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세 여신이 파리스가 있는 이다 산으로 가서 각각 그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자신을 선택하면 권력을 주겠다고, 딸인 아테네는 지혜를 주겠다고, 또 다른 딸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각각 제안했다. 파리스는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었고, 헬레네는 파리스에게 가기로 예정되었다는 신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의 3요소 에토스 ~ 인격적 감화로 상대를 설득 파토스 ~ 듣는 이의 감성에 호소하는 설득 로고스 ~ 듣는 이의 이성에 맞추어 논리적으로 설득 "설득이 필요한 순간, 설득에 필요한 수단을 찾는 기술이라고 해두자" -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정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수사학은 완성된다. 물론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필요하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타인을 설득할 때는 항상 좋은 생각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바꾸려고만 해선 안 되고,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한 것이다. 수사적 소통의 기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그럴 법하게 말하라 2. 시의적절하게 말하라 3. 조화롭게 말하라 사랑하는 여인이 신성모독죄로 법정에서 서게 되자 남자는 어떤 말로도 배심원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당시 신성모독죄는 사형에 처해졌다. 이 남자는 갑자기 법정에 선 애인의 옷을 찢어버린다. 바로 이 여인은 나체가 되었다. 그런데, 이 행위 예술 같은 변론이 이 여인의 목숨을 살린다. 어떻게? 남자의 변론이 기가 막힌다. 이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장 제롬, <아레오파고스 법정에 선 프리네>(1861년) "보십시오, 여러 분, 이 아름다움은 신이 내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이 내린 아름다움에 인간의 법이 어찌 죄를 씌울 수 있겠습니까? 이 여인은 신성모독죄를 면할 수 있었다. 당대 최고의 미녀 프리네, 남자는 아테네 10대 연설가 중 한 명이자 정치가였던 휘페리데스의 일화다. 프리네는 데메테르 제전이 열리던 날,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코자 알몸으로 바다에 걸어 들어갔고 이 행동 때문에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섰던 것이다. 상황에 맞는 그 때 딱 들어맞는 말이 강장 효과적이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병사들 앞에 선 이순신 장군, 이 얼마나 시의적절한 말인가!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소통의 원리를 알면 말이 보인다 ◑발견의 원리 우리는 말하기에 앞서 생각을 발견해야 한다. 왜 생각을 가장 먼저 발견해야 할까? 생각 없이 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무엇을 발견해야 할까? 두 가지다. '청중이 내 말을 듣고 내게 신뢰를 보낼 수 있는가'와 '내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이다. 신뢰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생각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치의 원리 생각을 발견한 다음에는 발견한 논거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즉 연설의 골격을 세우는 것이다. 이에 앞서 우선 연사는 적합한 배치를 위해서는 어떻게 문제 제기를 할 것인지, 청중이 누구인지, 연설은 어떤 유형인지 따져보아야한다. 그런 후 순서를 '시작 - 사안 설명 - 논증 - 마무리'로 행하면 된다. ◑표현의 원리 이제 본격적으로 생각과 말이 만나는 단계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 부분을 수사학의 전부라고 부른 시절이 있었을 정도이다. 표현의 덕목, 표현의 유형, 표현을 변형시키고 조작하는 방법 등 세 가지를 살펴본다. 이는 생각에다 언어의 옷을 입히는 단계다.
◑기억의 원리 연설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기억 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처럼 기억의 원리는 다섯 가지 원리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고대부터 이 기억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에 관심을 두었다. 오늘날에도 교육과 학습 활동에서 기억이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달의 원리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매러비언도 메시지를 전할 때, 내용은 겨우 7%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나머지 93%가 내용 전달 방법이라고 말했다. 목소리와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 메시지 말이다. 따라서 연사는 목소리, 표정과 시선, 몸짓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대 그리스에 시모니데스라는 인물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데살로니카의 스코파스의 청으로 축하연에서 그를 찬양했다. 그런데 로마의 쌍둥이 신까지 찬양하는 바람에 약속한 사례금의 반만 수령했다. 기분이 상한 시모니데스는 마침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전갈에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돌풍이 불어 연회장이 무너지고 참석자들은 건물에 깔려 죽고 말았다. 시모니데스는 참석자들이 앉았던 자리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죽은 자들을 모두 기억해낸다. 그래서 무사히 장례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기억의 아버지가 된다. 이 사건을 통해 기억에서 장소와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지금도 어릴 적 다니던 학교 운동장을 보면 함께 뛰놀던 옛 친구들이 떠오를 것이다. 마찬가지 현상이다. 로마 최고의 웅변가인 키케로 또한 기억 원칙을 숙지해 기억해냈다고 한다. ●말이 곧 사람이다 최근의 '땅콩 리턴' 사태 또한 결국 말에서 촉발된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 몇 분만 대화를 해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말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을 잘 해야 한다.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고대부터 말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증 가장 오래된 학문이 수사학이다. 이는 우리들에게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나아가 진정한 리더십으로 인도한다 by/오대석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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