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스티네이션 (Destination: 종착지, 목적지 등)
『이번에 출시 될 예정인 차세대 가상현실 게임인 '데스티네이션'은
클로즈 베타 기간만 해도 6개월이라고 합니다. 데스티네이션에서는
하이퍼 서버 프로젝트로 엄청난 크기의 서버를 만들어 전세계인이
동시에, 그것도 한 서버에서 만날 수 있게 만들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데스티네이션을 즐길 수 있ㄴ....』
삑!
지지직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2010년 대의 TV는 삑 소리를 내며 꺼졌다.
"휴... 데스티네이션... 하고 싶다.."
이렇게 한탄하고 있는 나는 17세 고등학생 김재운으로써
공부도 상위권이고 체육에서는 천재라고 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얼굴도 잘생겼지만, 생략하도록 하지)
나에게는 결정적인 단점, 가난이라는 적이 있다.
물론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을 타기는 하지만 교육청에서 공부 잘하라고
준 돈을 게임에다 쓴다고 하면 세상이 나를 뭐라고 하겠는가.
그래서 지금 홀로 고민하고 있다.
"한 번에 돈이 될 만한 것은 없을까?
.... 차 사고?"
얼마 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다. 차 사고를 당해서 피해자는 3억인가?
그 쯤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는 전치 1주도 안될만큼 하찮은
타박상이였다고 한다.
"좋아.. 되든 안되는 해보는 거야!"
2. 클로즈 베타
절뚝.. 절뚝..
"젠장! 다리가 부러졌는데 2000 밖에 받아내지를 못하다니!"
그랬다. 다리가 부러졌지만 사고친 아저씨가 너무 건장하셔서...
'2000만 받고 그냥 가그라잉? 안그러면 재미 없제~'
"젠장! 썩을! 망할!"
이렇게 맘대로 지껄여도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부모님은 이미 날 버린지 오래고... 누나는 아파서 침대에서 잠자고 있다.
어쨌던 간에 데캡(데스티네이션 캡슐)이 1000 정도 하고.. 설치비가 200이니까
"800이 남는 구나! 누나 병원비에 쓰면 될거야."
아! 근데.. 클로즈 베타 기간이 6개월이라고!!
"믿을 건.. 당첨 뿐이다."
3. Prepare to Open
"좋아. 일단 신청은 했으니까 내일이 발표지? 기대된다.."
이렇게 긴장했던 적이.. 18대 1로 싸웠을 땐가? 훗..
(내가 18이었지만 말이다)
"아.. 당첨되면 직업을 뭘로 정할까? 역시 화려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
아니면 도적? 아니면 힐러? 아니면 피셔맨?"
이런 저런 행복한 고민 속에 나의 답은...
"역시나! 남자들의 로망인 올공 전사로 해야지!"
(공격에 모든 스텟을 투자한 언밸런스 전사)
빡!
"무슨 헛소리하고 여기 자빠져 있는 거야? 하라는 밥은 다 했니?"
쫑알쫑알...
1분의 연설 뒤 누나는 간신히 입을 닫았다.
"알았으면 빨리 밥이나 하라고!"
쳇! 지가 누나면 다냐고.. 비싼 돈 들여서 병 낳게 해줬더니..
밥을 먹고 어느덧 잘 시간..
"잘 자, 누나."
"어, 그래. 너도"
침대에 누우니까 자꾸만 데스티네이션 생각이 나서 못견디겠다.
"흐흐흐..."
이유 없이 웃음도 나오고.. 미친걸까? 어쨌든 좋다.
"안돼!!!!!!!!!!!!!!!!!!!!!!!!!!!!!"
다음 날, 아침. 햇님 아파트 4층 402호에서 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주인공은 나.
클로즈베타에 떨어진 것이다.
"헤.. 헤헤.. 헤헤헤"
"야! 조용히 안해! 너 때문에 내가 쪽팔려 죽겠네"
누나가 쪽팔리던 안쪽팔리던 클로즈 베타에 떨어진 것이 중요했다.
"그래.. 괜찮아... 6개월 뿐이잖아.. 그동안 데스티네이션에 대해 알아 놓자고..
헤.. 헤헤헤헤헤헤헤.."
역시 가난한 놈은 뭘해도 안되는 걸까.
4. 오픈 베타
드디어 내일! 오픈베타가 시작된다.
"6개월이라는 긴 시간. 오랫동안 기다려왔도다.
드디어 나도 데스티네이션에 한 걸음을 들여다 놓겠소이다. 하하하!"
긴 독백을 뱉고 있는 나를 누나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딴 게임이 뭐가 대수라고.. 어쨌든 한심해.."
"그러는 누나도 데스티네이션 할 꺼잖아? 누나도 6개월 돈 모아서 데캡 샀으면서.."
"아니! 그.. 그야, 취미 생활이랄까? 아.. 앓아 누워 지내면서 세상 구경을 못해봤으니까."
"핑계."
그날 저녁 식사 시간이 되도록 나는 얻어 맞았다.
"헤.. 헤헤..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헿"
약간의 충격을 받아도 이렇게 웃어버린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일.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서 오래하겠지?"
벌써부터 내게는 폐인 끼가 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