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긴 올건지 가로수 은행나무 잎에 노란물이 살짝 들었다.
문득 덜 마른 은행알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저걸 언제 껍질을 까서 먹지...하던 지난 겨울 친정 아버지께서 주신 은행 생각이났다.
친정 아버지께서는 지난 가을 내내 이른 아침마다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 교정에 가셔서 지나간 밤의 냉기와 바람에 떨어진 은행알을 주워 모으신다음 무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그 은행들을 깨끗하게 장만하셔서 돈 주고도 못사는거고 몸에 좋은거라시며 우리 사남매에게 나눠주셨었다.
호두는 껍질까는 기계까지 주셔서 벌서 반찬으로도 먹고 간식으로 다 먹어치웠는데 은행은 신발장위에 방치된채로 가끔씩 볼때마다 딱딱한 껍질 안에서도 속살이 말라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해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만 더해가게 했다.
곧 새 은행이 떨어지면 또 주워서 장만해주실텐데 정리해서 먹어치워야겠다는 생각에 신문을 펴 놓고 펜치로 몇시간에 걸쳐 손가락도 찢어가며 은행을 껍질을 깼다. 어떤 건 마르고 어떤 건 ?고 어떤 건 싹이나고... 그 중 상태가 좋아 보이는 걸로 몇알 골라서 식용유를 조금 두른 다음 볶아서 먹어보니 맛이 씁쓸했다. 분명 아이들은 상했다고 먹지 않으려 할 맛이어서 내 게으름을 자책하며 친정 아버지께 무척 죄송했다.
친정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친정 아버지께선 예전의 친정 어머니처럼 우리들에게 뭐든 자주 챙겨주시고 싶어한다. 쌀이며 참기름이며 어머니 산소 앞 밭자락에서 나온 고구마, 땅콩, 배추며 무우등... 어머니에게 받을 땐 별 생각없이 받았는데 아버지한테서 받을 땐 눈물겹다.
어머니 살아계실 땐 친정엘 가면 "왔나? 그동안 편히 지냈나?" "조심히 내려가거라"하시는 것이 하시는 인사 말씀의 전부셨는데 요즘은 오십중반의 나이인 딸이지만 이런저런 걱정과 안부를 물으시고 그럴때면 원래 천진난만하신 성격의 아버지께선 티 없이 맑게 웃으시고 나도 그저 아무 걱정이 없는 듯 아이처럼 웃어드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픔에서 조금씩 헤어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땐 또 어쩌나 하는 생각이 가끔씩든다. 다음부턴 아버지의 수고를 헛되이하지 않아야지 다짐하며 아버지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오후이다. |
출처: 빛나는 눈(輝雪) 원문보기 글쓴이: 휘설
첫댓글 아니..은행잎이 벌써 노랗다니요!
안 녕하시지요?
노란빛을 살짝 품렀던데요?
맛깔스럽고 상쾌한 느낌의 은행구이를 무척이나 촣아하는데,
아홉알 이상 하루에 먹지말래서 섭섭한 은행입니다.
나중에 친정에서 보내오면 장죽이도 좀 주세요ㅎㅎ
ㅎㅎ
무더운 여름 잘 보내셨는지요?
해마다 떨어진 은행 주어 껍질까고 깨끗하게 씻어내기까지가 고역인데 기름에 볶아 먹을 땐 행복하죠~~~
따뜻한 아버지 사랑이 부럽네요~
네~아주 감사하지요~
받을땐 그래놓고...
에효~~나도 한말사놓고 까기싫어 여태 방치해놨는데...ㅎㅎㅎ...휘설님도 똑 같네요.
웬 은행을 한 말씩이나 사신대요?
무더운 여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휘설님 은행간단하게 먹을수 있는방법 알려 드릴께요
우유팩 사이즈는 상관없고 그안에 넣고 전자렌즈에 2~3분돌리면 왔다입니다
껍질까지 자동으로 벗겨지기도 한답니다
겉껍질 딱딱한거 깨고나서요?
겉껍질째로 해도 잘 익고, 잘 까져요. ㅎㅎㅎ
공감백뱁니다.
친정부모님이 보내주신 음식을 어떤 이유로든 상해서 버려야되면....
며칠은 두고두고 맘이 언짢고 스스로에게 부아가 치밀지요. ㅠ.ㅠ
제발~ 자식들 나눠주시려고 힘들게 일하시지 말라고.
사서 먹어도 된다고....사먹을 돈도 많이 있다고..... 내가 부자라고....
뵐때마다 말리고 퉁퉁거려도 보지만,
늘... 자식들 멕일거라고 약도 않고 깨끗하게 손질해서 만드셨다며... 바리바리 싸주시는걸
또 뿌리치지못하고 가져오게 됩니다.ㅡ.ㅡ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 태까리라도 허실없이 잘 먹어주는걸로 효도하는 것밖에... 달리..... ㅠ.ㅠ
네~마음이 안 좋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