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걸려온 전화 /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요 요
위의 글을 읽다 철 없던 시절 서로 쬐끔 좋아했던 그 남자애가 생각이 났습니다.
국민학교 동창녀석, 며칠 전 동창회 한다고 문자가 날라왔더니 동창회 한번도 참석해 보진 않았지만, 박근혜 큰집에 들어가기전만해도 청와대니뭐니 뻔질나게 들락거리며 제법 잘나가던 그 친구. 시방은 잘나가던 사업은 여전한지 아님 자랑거리가 없어졌는지, 요즘은 조용한 그 친구가 새삼 그립고 궁금해 지는 날입니다.
그 친구도 날 쬐끔은 생각할까요?
누구는 무장무장 그렇게 늙어가자던데 한갑지나 진갑의 이 나이에 아직 애들이 결혼도 안했으니,
딱히 할일도 없고 그렇다고 집구석에만 쳐 박혀있자니 좀이 쑤셔 노느니 염불하는셈치고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아침에 나름 매일 출근을 한답니다.
꽃 비 흩날리는 길을 걸어서 식품이니 단백질이니 불포화지방산이니 뭐니 머리 아픈 공식 한시간 하고 좋아하는 요리 하나씩 이쁘게 만들고 사진도 박고 나름 재미붙이고 다닌답니다.
오늘은 만두 5개를 40분만에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오버가 되었네요 그래도 그넘 이쁘게 잘 만들었다고 젊고 이쁜 샘한테 칭찬도 듣고 서둘러 또 꽃비 흩날리는 길을 걸어 긴 머리 휘날리며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네요.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위의 시 처럼 우리 생애 사월의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생각하다 자꾸만 서글퍼졌습니다.
이 참에 봄 소풍도 가보고 동창회도 가서 첫사랑 그 친구 어떻게 늙어가는지 또 나는 얼마나 늙었는지 더 망가지기 전에 얼굴도 한 번 보고 뵈여주고 그러고 싶습니다만, 마음은 그러하지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피고지는 벚꽃모양 봄이면 다시 새로 돋아나는 새순처럼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이넘의 사월이 빨리 지나가야 할텐데.......
벚꽃 꽃말;정신의 아름다움
참 빠르네요 2018년도 4월달에 쓴 글이니
5월달 실기시험 보려가기 전 날 제대로 복장을 갖쳐입고 시험보듯 진지하게 실습을 하느라 옆짝쿵 헌티 기념으로 사진도 찍었네요
그때는 마스크도 안 썼는데 .......
다음날 시험은 어땠냐구요?
78점으로 한번에 붙었지요 그 덕분에 시방도 어느 공사에서 조리사로 근무 하고 있답니다.
칼들고 있는 폼사가 영락없는 못된 시어미 같으네요
작년 요맘때이지 싶습니다
실업급여 받으며 배운 제과제빵, 배울때 케익 데코레이션 자격증 딸때 인것 같네요
팔팔한 20대 젊은 아그들 틈바구니에서 지지않으려 용 쓰는 중입니다
오전시간에 바리스타도 배워서 자격증도 땃건만
시방은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네요 흐~
마스크를 쓰니 늙어가는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잇점도 있는것 같네요
조리사 자격증 딸때보다 뱃살이 엄청 두툼하네요
나이 먹어 그런지 제과는 3번만에 붙었고 제빵은 5번만에 붙었으니 몇년 사이에 뇌도 늙는가 봅니다
자그마한 제과점이라도 내 볼까 싶었는데 능력도 깜도 안되는 실력이라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조리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4월의 흔적을 찾아 이쁘지도 않는 모습 들여다 보고 있네요
22년 4월 어느날에~
지금은 뭐하냐구요?
깜빡깜빡하는 서방이랑 쌈박질 해가며
닭 튀기고 있어요
이주만에 쉬는날
지나간 흔적 들여다보다가
이글이 눈에 띄어 4월이 다 가기전에 올려봅니다
첫댓글 정일근님의 시 처음 읽었는데 참 좋습니다
요요님 인상도 좋으시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도 보기좋습니다
저도 60세에 전기기사땄고 2년전 기계설비관련기사 실기 3번만에 붙었고
현재 시설관리일하며 살고있습니다 ^^
그산님도 몇번 떨어지셨네요 흐~
그런 자격증 딸때가 좋았던시절이었네요
시방 돌이켜보니
이제는 방통대라도 들어가서 하지못한 공부나 좀 했음 싶은데 그넘의 치킨집 하니라 ~
감사해요^^~
어이쿠~한 인물 하십니다~
통닭집 근동 삼십리가 훤 하겠습니다
뭐든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아직 젊은겁니다
"사람을 늙게하는것은 나이가 아니라 이상의 결핍에 있다"
에공
죄송함다
어쩌다 별 이쁘지도않는 모습을 보여주게되었네요
나이를 먹긴먹었나봐요
요래 뻔뻔해지니 말입니다
우왕~~ 요요님 단아하시고 요염하시기도 하고, 참 예쁘십니다. ^^
올려주신 시도 마음에 와 닿고,
요요님의 소회는 더욱 뭉클하구요.
저도 가끔 생각나는 옛적 그 머슴아 한 명, 또 교회 오빠 한 명, 그 머슴아는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는데
그 교회 오빠는 제 친구를 통해서 어찌 사는지 쭉 듣다가 다니던 회사 퇴직 후의 사정은 모르다가 최근에 근황을 알게 됐어요.
그 오빠가 희성이라서 동명이인 별로 없어서 이 문명 세상에서 찾으니 나오더군요. ㅎㅎ 어느날 생각이 문득 나길래 인터넷 검색을 이리 저리 해보니, 머나먼 어느 나라 한인교회 홈페이지에 사진이랑 뜨대요ㅎㅎ
멀리도 가서 살고 있던데, 참 동안이었던 사람인데 엄청 늙고 말라서 깜짝 놀랐어요.
나만 늙었는 줄 알았더니만ㅎㅎ
아름답고 글도 잘 쓰시는 요요님, 고운 감성 가득한 글 잘 읽고 갑니다.
ㅎㅎ
오늘 쉬면서 넷플에서 김혜자랑 손석구 나오는 연속극 천국보다 아름다운 인가 그것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김혜자의 모습과 젊은남편이 천국이라는 곳에서 어떤모습으로 풀어나갈지 몹시궁금하고 또 기대되더군요
젊었을땐 나는 안 늙을줄 알았는데 ㅎㅎ
이렇게 늙어가는군요 에공
와우~~!
자기개발을 충실하게 하시면서
정말로 ᆢ
열심히 최선을 다 하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으로 비추어져서
너무 좋음입니다 ᆢㅎ
것도 한때더군요
이제는 늙는지 아무것도 하고싶은게 없어요
치킨집도 너무 힘에 부쳐서 접을까도 생각 중입니다
나이는 못속이는것 같아요
이렇게 아름다운 요요님 ㅎㅎ 시를 좋아 하시고 글을 좋아 하시는
분이라 표정에서 소녀티가 납니다
열심히 사시는 요요님 시간 날 때 마다 글을 놓지 마시고
삽시다 글로 말 못하면 세상살이가 더욱 답답하더라구요
사진 잘 봤어요 아름다운 요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