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인복지법 제 3 장
노인복지법 제3장은 복지서비스에 관한 내용으로 제4장 복지시설에 관한 내용과 함께 <노인복지법>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제3장은 제목(보건복지 조치)에서 알 수 있듯이 복지서비스보다 보건을 앞세우고 있으며 그 저변에는 국가에서 시혜를 베푼다는 사상이 깔려있는 전근대적인 복지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조항이다.
6,70년대 극빈자 위주의 복지정책을 근간으로 하여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은 그 기본정신 또는 방향성이라는 큰 틀을 한 번도 고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항목을 해마다 추가하고 기존의 낡은 항목을 삭제하고 하는 등의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고령화 사회를 거쳐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을 뿐이다.
제23조 <사회참여 지원>에 관한 항목이나 제27조 <건강진단 등>의 항목을 보면 정부와 지자체는 “노력하여야 한다”거나 “지원 할 수 있다”라는 등 임의적, 형식적 문구로 되어 있어 막상 복지서비스가 정책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운 법조문이다.
제28조 <상담, 입소 등의 조치>를 놓고 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노인복지를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만 어떠한 복지서비스 조치를 취하도록하고 있어 결국 노인복지법의 법조문 상당수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헐렁헐렁한 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이 다 그러하듯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또 위임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시행령을 보면 많은 부분에서 “예산의 범위내에서” 복지서비스를 하도록 하고 있어 결국 예산이 없으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재량으로 안 해도 되고, 정부 예산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형식적인 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노인복지법>이라는 얘기이다.
또한 그나마 법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일정 부분을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하기는 하고 있는 것일까?
복지서비스(사업)는 누가 해야 하는가? 정부가 해야 하나? 아니면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해야 하나? 민간사업자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나? 사회복지법인 같은 비영리 법인이 해야 하나?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일찍이 ‘복지’라는 영역에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법조문이 사회복지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나와 있다.(1995년 제정)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민간참여)는 사회복지의 민영화를 위한 노림수로 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하시라도 사회보험과 사회복지서비스를 민영화하려고 하고 있다.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기회만 엿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국가의 책임으로 보호, 보장해야 할 내용까지도 민간 시장에 내몰고 마치 할 일을 한 것처럼 생색을 내는 정책이다.
<사회보장기본법>과 <노인복지법>은 민간 업자에게 노인을 소비자로 하는 실버산업에 진출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법이기도 한데, 이를 노인복지라고 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아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이렇듯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임의규정으로 두거나, 민간으로 떠넘기고 나서는 마치 수치상으로는 할 일은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 꼼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정책적인 면을 살펴 미국과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 정부는 노인복지를 제대로 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은 노인복지 대상자를 경제 능력이나 건강 상태 등으로 한정하지 않는 보편주의에 입각할 뿐 아니라,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고 보건사회복지부내에 ‘연방노인청’이 있는 등 준비가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노인복지정책에 대해 책임 있는 그 누군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앙은 지방에 모든 것을 위임하고 있고, 일선담당자에게서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제2장이 결국 분리 입법되었듯이 노인복지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3장 및 제4장도 결국은 분리입법이 되어야 할 듯하다. 그 중 노인보건 분야는 이미 핵심적인 내용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으로 사실상 분리 입법(2007년) 되었고, 일자리문제도 <고령자고용촉진법> 등으로 일부는 분리입법화 되었고 조만간 노인복지와 관련한 수많은 새로운 법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노인복지시설에 관한 조항인 제4장만 분리 입법 되고 나면, 그 때에는 빈껍데기만 남게 되는 현행 <노인복지법>은 폐기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상 순기능은 거의 하지 못하고 역기능만 있는 것이 지금의 <노인복지법>이며, 기실 시설보호 노인을 중심으로, 국가에서 시혜를 베푼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만든 현행 <노인복지법>의 가장 큰 모순, 그 하이라이트는 바로 노인복지시설에 관한 법조항인 제4장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