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따뜻하게 맞아준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의성 - 의흥 26km)
조선통신사 걷기행사 13일째인 4월 13일, 아침 8시에 숙소를 나와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동바리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아침을 들고 의성군청으로 향하였다. 도중에 버스를 기다리던 중년여인들이 무슨 행사인지 관심을 가져 서울부터 부산까지 가는 사연을 알려주고.
군청 마당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현관 쪽으로 가니 김복규 군수와 직원들이 환송을 위해 나와 있다. 군수의 전송인사와 기념촬영을 한 후 군위군 의흥면사무소까지 26km의 걷기에 나섰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한 시간쯤 걸으니 고개 마루에 이른다. 잠시 쉬었다가 고개를 내려가니 의성읍과 금성면의 경계가 나오고 다시 고개 길을 올라가니 여러 개의 능이 있는 조문국사적지와 문익점면작기념비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20여 분 휴식하면서 바나나를 먹고 조문국과 문익점면작에 관한 기록들을 살폈다.
출발에 앞서 군수가 '조문국과 일본천황가 - 왜국과 김씨의 역사'란 의성군에서 만든 책자를 주었는데 그 책에는 의성군의 전신이 중국에서 건너온 소씨가가 세운 조문국이었으며 일본열도에 뿌리내린 황실가가 조문국에서 건너간 후예라고 썼다. 문익점 면작기념비에는 고려 때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문익점의 손자가 의성현감으로 재직하면서 이를 의성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게 되었다고 적혀 있다.
금성면소재지를 지나 청로리의 고개 길이 나타나고 기차가 지나가는 길목에 나이든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온다. 나이를 여쭤보니 93세라는데 정정하신 모습이다. 우리들의 노후도 그처럼 강건하면 좋으리라.
오후 1시경에 개일리휴게소에 있는 삼계탕전문음식점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을 들었다. 인삼주와 한방차를 서비스하여 좋았고. 식당의 벽에 붙여놓은 '네 덕이요, 내 탓이요'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고.
점심 후 30여분 휴식을 취하고 2시경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잠시 걸으니 의성군 금성면에서 군위군 우보면으로 접어든다. 3km쯤 걸어가니 우보역이 나타나고 그 앞에 수십명의 우보중학생들이 도로변에서 '군위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일행들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우보면을 지나니 의흥면, 경계지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쉬다가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의흥면소재지를 향하여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4시 조금 전에 의흥면사무소에 도착하니 의흥정보고등학교 학생들이 도열하여 환영을 하고 군수와 관계자들이 박수로 일행들을 맞아준다. 장욱 군수와 부인이 엔도 야스오 일본대표와 한국부사인 나에게 큼지막한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고.(정사인 선상규 회장이 면목을 세워주려고 부사인 내가 꽃다발을 받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고맙다.)
장욱 군수는 환영인사에서 13일간의 멀고 긴 여정을 거쳐 삼국유사의 고장인 군위에 온 것을 환영하면서 400년 전 왕복 12,500리의 힘든 여정을 통하여 한일 양국의 선린우호를 다진 조선통신사의 역할을 되새겨 한일양국이 정치, 경제, 문화의 교류는 물론 역사의 앙금을 뛰어넘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강조하며지진과 원자력방사능의 피해에 대한 위로를 전하였다. 선상규회장과 엔도 야스오 일본대표는 따뜻한 환영과 위로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간단한 환영행사를 마치고 군청버스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하였다는 인각사와 금년에 준공된 군위 댐을 돌아보았다. 류미옥 문화해설사가 안내하며 설명한 내용을 통하여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이곳 인각사에서 말년에 우거하며 보낸 것, 삼국유사의 원본이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건너가 나고야의 개인문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1904년 최남선이 일본 유학중 그 존재를 알게 되었고 1927년에 최남선에 의하여 계명 잡지에 그 내용이 소개된 것이라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군위에 김수환 추기경의 생가가 있는 것도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고.
문화탐방을 마치고 군위읍에 있는 저녁식사장소에 이르니 저녁 7시가 가깝다. 깔끔하게 차린 한정식과 맥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버지의 고향이 군위인 재일교포 이연옥 씨에게 환영행사장에서 내가 받은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며 저음으로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온 것을 축하하였다. 눈물을 글썽이며 감회에 젖은 이연옥 씨는 이때를 위하여 준비한 것처럼 '타향살이'노래로 감사의 뜻을 표하였고.
식사를 마치고 버스 편으로 20여분을 달려 외곽에 있는 모텔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지났다. 오늘은 걷는 거리가 다른 날보다 짧은 편이어서 일찍 일정을 마치고 쉴 수 있겠다고 여겼더니 오히려 더 분주하게 하루를 보냈구나. 따뜻하게 맞아준 군위군 당국과 학생들에게 감사하면서 더 보람 있고 알찬 여정이 이어지기를.
추신,
인각사에서 받은 '천년고찰 인각사'의 설명서에 적힌 내용을 소개한다.
'인각사는 경상북도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인각사란 이름의 유래는 전설상의 동물인 기린의 형상을 닮은 화산의 자락에 인각사가 있고 절이 자리 잡은 터가 기린의 뿔 끝에 있기 때문이다.신라 선덕여왕 11년(642년)에 의상대사가 청건하였고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 일영스님이 중창하고 삼국유사를 저술하였다. 우리 나라 개국기록인 단군을 최초로 수록해 민족의 주체성을 되살린 삼국유사의 탄생지인 인각사는 구산선문의 선풍을 진작시킨 불교수행의 가람이자, 민족의 자존을 되살린 사찰로써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