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중앙아시아 고려문화인협의회 최석 회장(54, 시인)이 제5회 이병주국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최석 시인은 1958년 충남 논산 출신으로 국내에서 문학활동을 하다 지난 1996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여 2005년 10월 중앙아 고려문인협회를 창립하고 문예지 ‘고려문화’를 발간하였다. 이어 2010년 ‘한인신문’ 창간을 주도하여 편집국장을 맡았고, 지난 3월엔 고려문인협회를 중앙아 고려문화인협의회로 확대 개편하는 등 한국문화와 문학을 지키고 보급하는데 앞장서며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왔다.
심사위원단은 “중앙아 고려문화인협의회가 중앙아 고려인의 삶과 문학적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리 문학의 정통성과 고유성을 확장하는 활동을 지속해 온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최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중앙아 고려인들이 “한반도에서 원동으로 원동에서 중앙아로 삶의 근본을 바꾸면서도 간직해 온 것은 농경민의 씨앗만이 아니라 모국어와 정체성”이었지만, “모국어를 구사하는 고려인의 수가 줄어들고 고려인 문단이 소멸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고려문화’를 발간하여 “75년 동안의 고려인 문화를 아직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이병주국제문학상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소설로 그려낸 나림 이병주(1921~1992)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고, 지난해엔 일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겸 배우인 가라 주로씨가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석 시인의 수상소감
고려인
중앙아시아에는 그들이 살고 있습니다.
한국현대사에서 한 시절 실종되었던 사람들… 스스로 고려인이라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50여만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1937년 이래 광활한 갈대밭의 평원에 버려진 뒤에도 그들은 모국어로 시를 쓰고 소설을 썼으며 연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원동으로 원동에서 중앙아시아로 삶의 근본을 바꾸면서도 간직해온 것은 농경민의 씨앗만이 아니라 모국어와 정체성이었습니다. 환경이 핍박해질수록 질경이처럼 살아남아 고려일보와 고려극장을 세우고 키워 75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곳이 고려인의 뿌리이면서 잎이고 꽃입니다.
그런 고려인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국어를 구사하는 고려인의 수가 줄어들고 고려인 문단은 소멸해가고 있습니다. 고려극장에서는 러시아말로 연극이 올려지고 있으며 고려일보는 한글판이 부록형태로 간행되고 있습니다. 다극화와 다원화하는 글로벌의 현실을 감안하면 뭐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소멸해가는 고려인 문화를 바라보는 심정은 매우 서글픕니다.
<고려문화>라는 문학지를 발간하는 것은 아직 이곳에 모국어로 글을 쓰고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함입니다. 75년 동안의 고려인 문화를 아직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입니다.
고려인문화를 기억해주시고 새로운 용기를 준 이병주문학상의 수상은 아마 새로운 추진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병주 선생님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계자 여러분, 심사위원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중앙아시아 고려문화인 협의회 회장
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