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후기 굿당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구파발 금성당(錦城堂)
- 국가 민속문화유산 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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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 열린 금성당(샤머니즘박물관) 본채와 행랑채 |
이말산 남쪽 자락이자 은평뉴타운 우물골2단지 한복판에 기와집 일색의 금성당이 있다. 회색
피부의 밋밋한 아파트 숲에서 홀로 고고한 한옥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는 거의 새집처럼
보
이지만
이래 봬도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늙은 무속용 기와집으로 그 성격에 걸맞게 샤머니즘
박물관까지 겸하고 있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금성당은 세종의 6번째 아들인 금성대군(錦城大君, 1426~1457)을 주신(主
神)으로 봉안한 당집이다. 그래서 집 이름도 금성당을 칭하고 있다.
그는 2째 형인 수양대군(首陽大君, 세조)이 조카인 단종(端宗)의 왕위를 찬탈한 것에 잔뜩 불
만을 품고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걸려서 순흥부(順興府, 경북 영주시 순흥면)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순흥부사 이보흠(李甫欽)과 단종 복위를 작당하다가 또 발각되어 형이 보낸 쓰디쓴
사
약 1사발을 들이키고 죽게 된다. 그때 이보흠도 처단되었으며, 순흥 백성들까지 복위에 가담
했다는 이유로 대부분 학살을 당하면서 순흥 지역은 완전히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순흥
고
을도 강제 폐쇄되어 풍기, 영주에 임시 통합됨)
이후 백성들 사이에서 금성대군과 단종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생겨났고 제와 굿을 지내 그들
의 넋을 달래주었다. (강원도 남부 지역은 단종을 산신으로 추앙하고 있음) 그러다 보니 자연
히 숭배의 대상이 되었고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무당들은 영업 차원에서 금성대군을 영험한
신으로 영입하기에 이른다. 하여 서울에는 진관동과 망원동(望遠洞), 월계동(月溪洞)
각심절
마을에 그를 위한 금성당이 지어지면서 서울 토속신의 하나로 굳게 자리를 잡았다.
허나 20세기 중반 이후 무속신앙의 쇠퇴와 천박한 개발의 칼질로 1970년대에 망원동과 월계동
금성당이 사라졌으며, 진관동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인 탓에 살아남아 계속 굿당의 역할을 수행
했다. 허나 2000년대 중반 구파발 지역에 은평뉴타운이 닦이면서 퇴락된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철밥통 행정당국과 개발업자의 의해 가루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양종승 박사
와
뜻있는 이들이 금성당 구명에 발 벗고 나서면서 간신히 목숨을 이어나갔고 금성당의 가치
를
뒤늦게 깨달은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2008년 중요민속자료(국가 민속문화유산)로 지
정하면서 개발의 칼질로부터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다.
한때 서울시는 그를 은평뉴타운 밖으로 내보내 복원하려고 했으나 이곳의 오랜 터줏대감인 그
를 옮기는 것은 영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여 제자리에 2010년 복원/정비하고 주변에 작은 공
원을 닦아서 세상에 내놓았다.
비록 복원되어 개방은 되었으나 굿당의 역할은 이미 상실된 상태라 민속촌 한옥처럼 거의 무
늬만 남은 한가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2016년 5월, 그런 금성당에게 활력을 주는 일이 생
겼다. 바로 양종승
박사가 세운 샤머니즘박물관이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양종승은 2013년 5월 사재를 털어 정릉동 국민대 남쪽에 샤머니즘박물관을 세웠다. 그는 우리
나라와 우리의 옛땅인 중원대륙, 그리고 히말리야와 몽골의 무속 유물 2만여 점을 수집/보유
하고 있었고, 샤머니즘 관련 서적과 영상/음향자료도 넉넉히 가지고 있었다. 또한 금성당을
없애려던 철밥통과 개발업자들을 참교육시켜 금성당 보존에 크게 공헌을 한 이력이 있어 은평
구청에서 그에게 금성당으로 옮길 것을 제안, 그에 따라 박물관을 이곳으로 가져와 금성당의
완전한 지킴이가 된 것이다.
무속신앙의 현장과 그 신앙을 다루는 전시/교육 공간까지 그에 걸맞는 두 얼굴을 지닌 의미깊
은 현장으로 보유한 유물은 많지만 공간이 좁아서 극히 일부만 꺼내 본채, 행랑, 안채, 본채
뜨락 등에 전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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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무속 그림과 제사, 굿에 쓰이는
제기(祭器), 도구 등으로 정신이 없는
본채 내부 |
▲ 본채에 걸린 풍경물고기
절 이외의 장소에서 그를 보는 것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
금성당은 인왕산(仁王山), 평창동(平倉洞) 보현산신각과 더불어 서울 무속신앙의 성지로 1880
년대
이전에 지어졌다. 지역 주민과 무당들이 무속신앙을 벌이고자 지은 공간으로 조선 때 무
악재에서 구파발까지 많은
무속 당집이 있었는데 서울로 들어오는 명/청나라
사신이나 반대로
중원대륙으로 가는 조선 사신의 안녕을 빌고 악의 기운을 없애는 의미에서 굿을
지냈다. 그러
다 보니 금성당은 나라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금성대군의 생일인 음력 3월 24일에 마을의 대동단결과 나라의 안녕을 위한 당굿을 열어 그의
넋을 기렸으며 왕년에는 서대문과 왕십리 등 서울에 유명한 무속인과 악사들이 문턱이 마르고
닳도록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뉴타운 개발 이전까지 당지기가 집을 지켰고 굿판도 계
속 이루어졌다.
금성당의 구조는 본채와 안채, 아래채, 대문채로 이루어져 있다. 본채는 금성대군과 여러 신
이 봉안되어 있고, 동쪽에 'ㄱ'자의 안채를 두어 금성당을 관리하는 당지기나 시봉자(侍奉者)
가 생활했다. 안채는 중부지방의 흔한 기와집 형태이나 동쪽 방을 '田'자 형태로 크게 지은
것은 금성당만의 특징이다.
본채에 있던 무신도<巫信圖, 금성도(금성대군의 영정)>와 무구(巫具)류, 제사도구 등은 보존
처리를 위해 대부분 서울역사박물관에 가 있으며 불화(佛畵)의 명가로 유명한 만봉(萬奉)의
제자 조영희가 그린 금성도의 복사본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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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당 본채와 행랑채 |
대문채를 들어서면
왼쪽(북쪽)에 본채와 행랑이 있다. 본채는 마루로 이루어져 있어 굿과 제
를 지내기 좋게 최적화되어 있으며 대청 뒤쪽에는 벽감(壁龕)을 두어 금성대군(금성님) 등을
봉안했다.
현재 금성도(금성님) 등 이곳의 오랜 유물들은 서울역사박물관에 가 있으며, 샤머니즘박물관
유물과 금성도 사본이 본채와 행랑채에 담겨져 있다. 허나 그들 내부는 매주 목/금에만 문이
열리며 전시 유물은 때에 따라 다르다. 단
금성당 건물과 뜨락, 안채 서쪽과 마루에 놓인 유
물들은 요일에
상관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본글에서는 무속 유물 일부만 간단히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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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에 그려진 창부광대씨(왼쪽)와 맹인신장 (본채 서쪽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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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부씨<昌夫氏, 창부대신(昌夫大神)>는 안채 서광대신(廣大神)으로 인기가 높은 광대가 죽어
서 창부씨가 된다고 한다. 풍류와 예능을 관리하는 신으로 광대와 딴따라들이 좋아하는 존재
이다. (창부씨를 모시는 창부거리 굿거리가 수도권에 있음)
맹인신장(盲人神將)은 맹인 점쟁이들과 무당이 모시는 신으로 자손의 번영과 집안 대통, 무병
장수를 도와주는 존재이다. <점쟁이 중 맹인이 많다 보니 자연히 점복신(占卜神)이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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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월성신(日月星辰)과 칠성신(七星神, 오른쪽) <본채 가운데 칸> |
일월성신(일월신장)은 일신(日神)과 월신(月神)으로 이루어져 있다. 낮과 밤을 상징하는 존재
로 일신은 붉은 동그라미가 있는 관(冠)을, 월신은 하얀 동그라미의 관을 쓰고 있는데 사람들
에게 행운과 수명을 내려준다.
칠성신(북두칠성)은 불교 뿐 아니라 민간신앙에서도 인기가 아주 높은 존재들이다. 인간의 무
병장수와 수명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 녹색 두광(頭光)을 지닌 칠성도와 승려 모습
의 칠성도가 따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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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왕대신(山王大神, 왼쪽)과 삼불제석(三佛帝釋) <본채 가운데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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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대신은 천하 명산의
산신령을 일컫는다. 무속 신앙의 가장 중심적인 존재이자 신의 으뜸
으로 굿에서 산신령이 노는 거리를 '큰거리'라고 부른다.
삼불제석은 무속신앙의 일원이 된 불교의 삼존불(三尊佛)로 무속에 걸맞게 고깔을 쓴 승려로
묘사되었는데, 우리 고유의 삼신상이 불교와 무속이 어우러지면서 삼존불로 바뀐 것으로 여겨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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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왕검(가운데)과 무신, 칠성신(오른쪽) <본채 동쪽 칸>
단군왕검은 옛 조선을 건국한 천하의 시조이다. 정치와 종교를 모두 관장했던
제왕으로 무당들이 애지중지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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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왕검 바깥 벽에 자리한 관우(關羽)
관우는 중원대륙의 개허접 소설로 너무 쓸데없
이
권장 도서가 되어 낭비가 큰 삼국지(三國志
)의
주요 인물이다.
문(文)에 공자면, 무(武)에는 관우라고 할 정
도로 중원대륙 애들의 인기가 대단한 무신(武
神)으로 그것들은 관우나 관운장이라 부르지
않고 관공(關公)이라 높여 부른다.
관우신앙은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온 명나라군
에 의해 이 땅에 전파되었는데 점차 전국에 퍼
져나가 무당들이 취급하는 주요 무신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보니 그가 이 땅의 무
신인지 오랑캐 무신인지 무지하게 햇갈릴 정도
로 한국화가 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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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호랑이상과 부적들
나무로 지어진 집호랑이상은 보통 대청마루 밑에 두어 집의 수호신으로 삼았다.
비록 호랑이라고 하지만 이 땅의 사람들은 호랑이를 고양이처럼 순하게
만드는 전통이 있어서 귀엽고 특이하게 만들거나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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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로 만든 지화(紙花)로 가득한 부엌
지화는 굿청을 곱게 수식하는 장식물로 신령(神靈)을 상징하기도 한다. 신령이 꽃을
보고 그 위에 좌정해 꽃과 함께 놀기 때문이다. 하여 신령의 모습은 꽃으로
설명되며 그 영험력도 꽃을 통해 인식된다. 하여 신당(神堂)과 굿청에는
항시 꽃이 존재한다. (이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존재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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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에는 종이로 빚어 곱게 색을 들인 지화와 부엌을 지키는
조왕(竈王)이 봉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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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도(黃海道) 무속을 모아놓은 방 |
황해도 무속은 신령의
화본(畵本)과 동경(銅鏡), 명두, 대신발, 방울, 부채, 신화(神花), 개(
盖), 신복(神服) 등을 신당에 장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령이 올 수 있도록 만장발과 깃발을
띄운다. 굿판에서는 '만세바지' 굿소리를 하고 황해도 특유의 굿춤을 추며 연극적 재담과 짓
거리를 한다. 그리고 영험한 공수를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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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濟州島) 무속과 무신도 |
제주도에는 남자 무당이
유난히 많다. 그들을 '심방','슨방'이라 부르며 경륜이 많은 큰 심방
을 '수심방'이라 하는데, 수심방 문하에는 스승을 도우며 굿을 배우는 '소미'들이 있다. 제주
의 큰굿은 심방 집에서 하는 '신굿'과 민가에서 하는 '큰굿'으로 구분되며, 큰굿에는 우주 모
형의 '당클'을 만들어 신령 세계를 상징화하고 대양 설쉐, 북, 장구, 바라 등의 악기와 신칼,
산판, 요령 등을 사용해 굿소리를 낸다. 그리고 신들을 불러들이는 초감제(初監祭)를 한다.
뒤쪽에 자리한 10폭짜리 병풍은 무신도로 제주 내왓당 신당에 있던 것이다. 원래 12폭이었으
나 남신상 6폭, 여신상 4폭 등 10폭만 남아있으며 원본은 제주대 박물관에 있고, 이곳에 있는
것은 그 모조품이다. 진짜인 줄 알고 멀리서도 왔구나 설레었건만 잠시 허탈감이 나를 진하게
스쳐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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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도 무속을 모아놓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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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무속은 의례를
주관하는 사람은 경문(經文)을 구송하는 소리가 구성져야 되고, 고장(
鼓腸)치는 기법이 좋아야 되며, 읊는 경문 사설이 좋아야 된다. 그래서 경청(經廳)을 꾸미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설경(說經)을 으뜸으로 친다.
설경은 설위설경(設位說經)이라 하는데 이는 무신 역할과 부적의 기능도 한다. 설경에 표현되
는 문양은 신령 얼굴이나 몸체를 상징하는 추상적인 형체들이다. 하여 설경은 신령이 좌정하
는 곳으로 여기며 바람직하지 않은 잡귀나 잡신을 가두거나 침범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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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무속을 모아놓은 방 |
서울 무속은 신당 정면
벽에 여러 족탱화나 무신도를 건다. 그 상단에 신령과 교신한다는 명
두를 매달고 아래쪽 신단에는 단골 손님 자손들의 수명장수를 비는 명다리를 올리고 향과 초
를 피운다. 신당 천정에 종을 매달아 단골이 오면 3번 종을 쳐 신령에게 알리고 명복을 축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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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당 안채 |
본채 맞은편에는
아래채가 있다. 현재 관리사무실로 쓰이고 있는데 그 옆구리를 지나 동쪽으
로 가면 안채 뜨락과 안채 정면이 모습을 보인다.
안채는 금성당을 관리하는 당지기와 시봉자가 머물던 공간으로 지금은 박물관 사무실과 자료
실(교육실), 박물관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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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당 아래채(왼쪽)와 대문채 |
▲ 도자기와 여러 민속유물이 놓인
안채 마루 (왼쪽이 박물관 사무실) |
금성당 주변은 아늑하게 공원이 닦여져 있다. 그 좌우로 은평뉴타운 우물골2단지가 꽉차게 들
어앉아 아파트 속의 이색 공간을 자아내고 있는데 다른 아파트단지와 달리 녹지 공간이 많고
바로 뒤에 이말산이 있어 주변이 그리 번잡해 보이지는 않는다.
* 금성당(샤머니즘박물관)소재지 :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 175-836 (진관2로 57-23, ☎
02
-389-6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