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소개 : 드림 시어터를 뛰어넘어 자신의 확고한 위상을 확립하다!! 제임스 라브리에의 멋진 솔로 데뷔작 JAMES LABRIE - Elements Of Persuasion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장르의 음악이 록 계에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주위의 다양한 요소들을 흡수하여 온갖 변환 가능한 모습으로 일부 청자(聽者)들을 매혹시킨 이래, 지금까지도 그 부류의 음악이 가지는 한계와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껏 소위 ‘프로그레시브’라는 이름이 붙은 음악이 주류로서 행세한 적이 없음을 생각하면 음악 시장과 음악을 행하는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이 음악이 지니는 한계는 명백해진다. 물론 록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상업적인 성과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몇몇 슈퍼 밴드들의 대표작들은 지금까지 숭배를 받아오고 있지만, 그것이 유사한 음악의 대중적인 인지도 확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맥이 끊이지 않은 채 유행과 대중들의 기호와는 별개로 그 음악이 살아남으며 진화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극소수이긴 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록의 탄생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음악을 즐기는 골수팬들이 항상 존재해 왔다. 가장 단순한 경제 원칙이 성립한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 둘째, 아티스트나 밴드 개개인들이 지닌 예술 지상주의(至上主義)의 욕구 충족을 위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음악이다. 특히 80년대 이후 등장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더군다나 이 음악을 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라는 것이, 음악적 이해와 더불어 어느 정도 이상의 연주 테크닉과 철학적 사유, 때론 문학적인 재능까지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지적(知的) 우월감을 나타내기에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우연적인 요소다. 장르를 의식하지 않은 채 어떤 대안으로서, 또는 아티스트나 밴드 나름의 고유한 음악 표현 양식으로서 행한 결과물이 그에 포함되는 경우 말이다. 이렇듯 어떤 이유에서든 명맥을 이어 온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이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 장르의 창시자격인 슈퍼 그룹들이 서서히 침몰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마릴리온(Marillion)으로 대표되는 8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은, 보다 멜로디를 중시하고 가벼운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네오 프로그레시브’라는 조류로 정착된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장르 내에서, 지향점 자체를 달리 한 채 새로이 급부상하게 된 스타일이 바로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90년대를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를 꼽는다는 점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1990년대’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 아래서 고전적 의미로서의 프로그레시브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개념이 정통성을 획득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 9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은 킹 크림슨(King Crimson)과 제너시스(Genesis),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예스(Yes)의 스타일과 기교를 바탕으로 했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다. 헤비메탈의 방법론을 완벽하게 흡수한 것이다. 이는 분명 심포닉, 하드 록, 포크, 스페이스, 일렉트로닉, 아방가르드 등의 요소가 포함된 고전 프로그레시브 록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스피드와 파워라는, 헤비메탈이 지니는 기본적인 구조에 덧입혀진 다양하고 극적인 곡의 전개를 특징으로 하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이 ‘헤비메탈의 서자(庶子)’라는 별종의 역할에서 ‘프로그레시브 록의 적자(嫡子)’로 나름의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기까지는, 러쉬(Rush)를 비롯하여 퀸스라이크(Queensryche), 페이츠 워닝(Fates Warning), 새버티지(Savatage) 등 여러 밴드들의 다양한 실험과 대중적 성공이라는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퀸스라이크의 [Operation: Mindcrime](’88)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성기를 이루게 되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워치타워(Watchtower)의 [Control And Resistance](’89), 새버티지의 [Streets: A Rock Opera](’91)와 드림 시어터의 [Images And Words](’92) 등 일련의 앨범들의 높은 음악적 평가와 상업적 성공으로 하나의 완전한 장르로 정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또는 엇비슷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9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양태를 특징짓는 전부는 아니다. 스웨덴과 이탈리아 등지를 중심으로 70년대 프로그레시브의 전통을 잇는 정통파들이 등장하여 호평을 받았고 드림 시어터 등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던 시기에 그들 역시 한정된 팬들을 대상으로 투어 및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었다. 정통 프로그레시브 록을 고집하는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과 지향하는 음악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후자(後者)가 내세우는 모토를 ‘과거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음악의 창조’라 한다면 스웨덴의 앵글라고드(Anglagard)와 아넥도텐(Anekdoten), 이탈리아의 데빌 돌(Devil Doll) 등의 음악은 ‘과거로의 완전한 복귀’이다. 고전파들은 새로운 시도로서 등장한 현대적 감각의 사운드보다는 옛 향기 풀풀 나는 몇 십 년 묵은 악기로 연주된 깊고 풋풋한 소리에 더 큰 호감을 가진다. 하지만 대중들은 어떤 의미로서든 진보 또는 새로움을 좇는다. 새 시대의 음악은 그 시대의 청자들에 의해 수용되고 판단된다. 이미 지난 것은 비교의 대상 자체가 되지 못한다. 과거 ‘프로그레시브 메탈’로 불렸던 음악 형태가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통성을 가지게 된 90년대 이후의 상황은 이렇게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음악시장의 비주류적인 상황에 속하는 이야기들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저 구름 위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해도 여전히 그런 종류의 음악이 대중들과 가까워지기에는 넘어야 할 벽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최상급의 밴드로 꼽히는 드림 시어터 같은 이들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결코 메인스트림이 될 수 없는 현재의 트렌드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장르 내에서 드림 시어터의 영향력과 파워는 막강하기만 하다. 예전에 러쉬가 그러했듯 이제 이들의 사운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스타일’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이들의 매력이라 할 수는 없다. 복잡한 코드 변환 속에서도 어렵지 않은 멜로디 라인, 빈틈없는 사운드와 멤버들 각각이 지니는 뛰어난 연주 기량, 특히 계산된 듯 정확한 연주와 각 멤버들 간의 조화는 다른 밴드에게서 볼 수 없는 경이로움을 전해준다. 이들의 음악 자체가 주는 이미지에는 고루하거나 친숙한 느낌이 아니라, 다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그들만의 순수한 향기가 배어 있다. 여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나 ‘드림 시어터 사운드’를 표방하는 밴드들과의 가장 커다란, 그리고 명백한 이 차이는 이들을 그나마 오버그라운드에 자리하게끔 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들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긴장 상태(tension)’이다. 밴드의 곡 진행 방식과 연주 테크닉은 끝없이 계속되는 팽팽한 긴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기존 그룹들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곡의 전개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짜임새 있는 구성, 풍성한 멜로디 라인과 예측 불허의 곡 전개, 그리고 거기 더해지는 제임스 라브리에(James LaBrie)라는 탁월한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로 인해 드림 시어터는 완전한 생명력을 부여받게 되었다. 드림 시어터의 음악 자체가 워낙 연주의 기교와 사운드의 구성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는 탓에 이들의 음악에서 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록 밴드의 정체성을 나타내주는 강한 카리스마가 일반적으로 보컬리스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임스 라브리에의 그것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밴드의 창단 멤버가 아니고 국적이 다르며 ‘연주 집단’에서 노래를 한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빠진 드림 시어터를 생각해보면 그의 존재 가치는 명백해진다. 라이브 무대에서의 모습에 간혹 실망을 표출한 이들도 있었지만, 그가 드림 시어터를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선보인 보컬 역량은 말 그대로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탁월한 것이었다. 다채로운 보컬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목소리는 드림 시어터의 초기 작품들에서 들을 수 있던 고음역대의 샤우트 보컬에서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중음역의 목소리로 자리하는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노래를 하든 그는 노래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해내고 거기에 자신의 색채를 입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역량은 이 솔로 앨범을 통해 더할 수 없이 멋지게 표출된다.
제임스 라브리에의 음악적 취향은 메탈리카(Metallica)와 에어로스미스(Aerosmith), 반 헤일런(Van Halen), 저니(Journey),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등 뛰어난 록 밴드의 음악에서부터 모차르트, 비발디, 베토벤 등 고전음악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티브 페리(Steve Perry)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스팅(Sting), 폴 로저스(Paul Rodgers), 냇 킹 콜(Nat King Cole)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헤비메탈 사운드에 지극히 잘 어울리는 음색을 가지고 있었고 드림 시어터와 함께 한 90년대 이후 프로그레시브 메탈 계 최고의 보컬리스트로서 진화를 거듭해올 수 있었다. 그의 놀라운 보컬 역량은 제임스 라브리에만의 독특한 매력이 담긴 격정적이고 파워풀한 음색과 내면의 모든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탄탄한 음역을 특징으로 한다. 드림 시어터의 짜임새 있고 테크니컬한 사운드의 완성에 커다란 역할을 해온 그의 목소리는 밴드는 물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와 여러 컨셉트 앨범의 게스트 활동을 통해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케빈 제임스 라브리에(Kevin James LaBrie)는 1963년 5월 5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작은 도시 페네탱귀셴(Penetanguishene)에서 태어났다. 그는 3살 때부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의 멜로디를 정확하게 따라 부를 정도로 기본적인 음감(音感)을 타고난 아이였다. 5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래와 드럼 연주를 시작한 그는 6살의 나이에 자신이 들어온 다채로운 보컬 스타일과 테크닉을 따라하는 것에 커다란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타고난 목소리와 열정 덕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노래반에 들어가 꾸준히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제임스가 10살이 되었을 무렵 그의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형제들은 남성 4부 합창단을 결성하여 지역에서 공연을 했고 제임스 역시 그 그룹에서 노래를 하게 된다. 하지만 제임스는 10대 초반부터 록 음악에 빠지기 시작했다. 14살 때 그는 여러 밴드에서 노래를 하고 또 드럼을 연주하고 있었지만 역시 그가 탁월한 재능을 보인 분야는 보컬이었다. 그는 18살이 되던 해에 토론토로 이주한다. 성인이 된 후에 그는 유명한 보컬 코치인 로즈메리 파트리샤 번스(Rosemary Patricia Burns)로부터 노래 지도를 받는다. 타고난 재능과 반복되는 훈련으로 다듬어진 그의 역량은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여러 밴드를 거치며 실력을 쌓은 그는 기타리스트 리처드 치키(Richard Chycki)와 함께 그룹 윈터 로즈(Winter Rose)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의 길로 접어든다. 당시의 트렌드였던 LA 메탈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던 윈터 로즈의 음악은 신인 밴드로서는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평가 받으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들은 ‘워너 뮤직(Warner Music)’ 산하의 레이블 ‘아틀랜틱(Atlantic)’과 계약 단계까지 갔지만 결국 아쉽게도 무산되고 만다. 이 즈음 제임스는 보이보드(Voivod)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던 피에르 파라디(Pierre Paradis)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밴드 드림 시어터가 보컬리스트를 찾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제임스는 밴드에게 데모 테이프를 보냈고 1991년, 뉴욕에서 정식 오디션을 거친 그는 드림 시어터에 합류하여 [Images And Words]를 시작으로 밴드의 프론트맨으로서 자신이 지닌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드림 시어터와 함께 한 6장의 스튜디오 앨범 외에 그는 페이츠 워닝(Fates Warning)과 섀도우 갤러리(Shadow Gallery), 익스플로러스 클럽(Explorers Club) 등의 작품들과 여러 트리뷰트 앨범들에 참여했다. 1998년에는 자신의 프로젝트 멀머즐러(Mullmuzzler)를 결성했으며 이후 2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밴드나 프로젝트 명이 아닌 그의 이름으로 발표된 최초의 작품인 [Elements Of Persuasion]은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레이블을 통해 2005년 3월에 발표되었다. 이 앨범의 라인업은 달리스 딜레마(Dali's Dilemma) 출신의 키보드 주자 맷 길로리(Matt Guillory)와, 익스트림(Extreme)과 어나이얼레이터(Annihilator)를 거친 드러머 마이크 맨지니(Mike Mangini), 스티브 바이(Steve Vai) 밴드 출신의 베이스 주자 브라이언 벨러(Bryan Beller) 등 멀머즐러에서 함께 했던 멤버들, 그리고 이탈리아인 기타리스트인 마르코 스폴리(Marco Sfogli)로 구성이 되었다. 정식 멤버 외에 캐나다의 탁월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맥스 웹스터(Max Webster)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킴 미첼(Kim Mitchell)이 참여했으며, 윈터 로즈의 옛 동료이자 에어로스미스, 러쉬, 제프 힐리 밴드(Jeff Healey Band) 등과 작업을 해온 재간꾼 리처드 치키가 엔지니어를 담당했다. 이 앨범은 제임스 라브리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첫 번째 앨범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얘기해서 그가 세 번째로 작업한 솔로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그 동안 그가 행해온, 드림 시어터를 포함한 숱한 음악 활동의 결과물들이 이 앨범에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물론 그의 음악적 출발점은 헤비메탈이고 그의 ‘전공 분야’이자 이름을 알리고 인정을 받았던 분야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다. 그러한 성향은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뮤지션이 자신이 가진 정체성에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 탈피하려 노력해도 결국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무리를 해서 벗어나려 했다간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만이 그의 숨통을 죄어올 것이다.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하되 그것이 포괄하는 폭을 넓혀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면 그는 비로소 ‘거장(巨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아쉽게도 제임스 라브리에는 거장과는 거리가 있는 아티스트이며 밴드 내에서의 역할 또한 주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그의 솔로 앨범에서 드림 시어터를 능가하는 결과물을 기대하지는 않을 터이다. 어느 면에서 이러한 사실은 이 앨범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가능케 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 앨범은 제임스 라브리에라는 보컬리스트가 자신의 영역에서 얼마나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영향을 받아온, 혹은 그가 늘 지향해온 요소들을 가감 없이 표출해내고 있다. 이는 이 앨범이 과거 지향적이라거나 진부한 스타일로 점철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에는 뛰어난 멜로디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짜여진 사운드,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자극하는 팽팽한 긴장감 등 드림 시어터 사운드의 특징적인 요소가 담겨 있지만 밴드의 것과는 다른 감성이 전면에 드러난다. 과거의 요소들을 확고한 기반으로 거기에 소리의 구조물을 쌓아 올림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간 드림 시어터와는 달리, 제임스 라브리에는 90년대 이후의 메탈 사운드를 염두에 둔 듯한 리프와 곡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정통 헤비메탈의 기본기에 충실한 기타 리프와 멜로디, 창법을 들려주는 ‘Crucify’와 같은 곡들을 통해 그의 음악적 원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면에 드러나는 맷 길로리의 키보드 연주와 다양한 이펙트의 사용, 그루브한 역동성과 파워, 그리고 세련된 서정미 등은 그가 동시대적인 감성을 담으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한 사운드를 이끌어가는 그의 쭉쭉 뻗어나가는 목소리는 크게 안정되어 있으며 흠잡을 데 없는 매력을 전해준다. 단번에 귀에 들어오는 ‘Crucify’와 포스트 그런지의 향취가 가미된 뛰어난 구성력의 ‘Alone’, ‘Invisible’ 등을 비롯하여 매력적인 후렴구를 지닌 ‘Lost’, 들을수록 끌리는 감성적인 발라드 ‘Smashed’와 아름다운 선율의 ‘Slightly Out Of Reach’ 등 대체로 5분 이상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구성된 13곡의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고른 수준을 담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요소들을 적절히 혼합하여 제임스 라브리에 나름대로의 창의적인 시도를 성공시킨, 썩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 할 수 있다.
* James LaBrie Discography Winter Rose [Winter Rose] (1989, Inside Out, 1997년 발매) Fates Warning [Parallels] (1991, Metal Blade) Dream Theater [Images And Words] (1992, Atlantic) Dream Theater [Live At The Marquee] (1993, WEA) Dream Theater [Awake] (1994, Elektra) Dream Theater [A Change Of Seasons] (1995, Elektra) Various Artists [Working Man(Tribute To Rush)] (1996, Magna Carta) Various Artists [Dragon Attack: A Tribute To Queen] (1997, CNR Music) Dream Theater [Falling Into Infinity] (1997, Elektra) Explorers Club [Age Of Impact] (1998, Magna Carta) Shadow Gallery [Tyranny] (1998, Magna Carta) Dream Theater [Once In a Livetime] (1998, Elektra) Various Artists [Encores, Legends And Paradox: A Tribute To ELP] (1999, Magna Carta) Mullmuzzler [Keep It To Yourself] (1999, Magna Carta) Dream Theater [Scenes From A Memory] (1999, Elektra) Various Artists [Tie Your Mix Down: A Tribute To Queen] (2000, Cleopatra) Original Cast Recording [Leonardo: The Absolute Man] (2001, Magna Carta) MullMuzzler [MullMuzzler 2] (2001, Magna Carta) Dream Theater [Live Scenes From New York] (2001, Elektra) Dream Theater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2002, Elektra) Dream Theater [Train Of Thought] (2003, Elektra) Frameshift [Unweaving The Rainbow] (2003, ProgRock Records) Tim Donahue [Madmen And Sinners] (2004, Toshiba EMI) Ayreon [Human Equation] (2004, Inside Out Music) Dream Theater [Live At Budokan] (2004, Atlantic) James LaBrie [Elements Of Persuasion] (2005, Inside Out Music) Dream Theater [Octavarium] (2005, Atlantic)
2005. 5. 27. 글/김경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