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유기체가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좋은 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떤 이유이건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면 처절한 변화의 몸짓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치 나무가 광합성을 하기 위해 그늘에서 햇빛을 향해 몸을 틀듯이.
지난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1년 9개월만에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듣기에 따라 윤석열대통령이 입으로는 변화의 의지를 말하면서도 자기애에 집착해온 과거 타성이 쉽게 변할지 판단을 유보하는 사람도 꽤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까?
러셀은 고개를 저어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내가 옳다고 믿고 있는 신념이 틀린 것 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확실치 않은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겠습니까.”
이어서 러셀은 말했습니다. “공자는 60세까지 60번이나 생각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것도 나중에는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도 공자가 자주생각을 바꾼 것처럼 잘못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변화하는 삶의 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경직된 일관성을 “어리석은 일관성(foolish consistency)”이라고 불렀습니다. 에머슨은 현상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여러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이라면서 무수한 변화 속 관계를 끝없이 만들어 내는 사회에서 일관된 가치체개로 세상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어리석은 일관성을 비판했습니다.
“어리석은 일관성은 옹졸한 정치인들과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숭배하는 범부들의 도깨비 장난에 불과하다. 위대한 영혼은 일관성과 전혀 관계 없다. -중략-
그대가 현재 생각하는 것을 확고한 언어로 말하라. 비록 오늘 그대가 말한 모든 것과 모순될지라도, 내일은 내일 생각하는 것을 확고한 언어로 다시 말하라. 아, 그러면 그대는 분명 오해받을 것이다. 오해받는 것이 그렇게 나쁜것인가? 피터고라스도 오해를 받았고 소크라테스, 예수, 루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등 육체를 가진 순수하고 현명한 정신은 모두 오해를 받았다. 위대한 것은 오해를 받는 법이다.”
에머슨은 비록 겉보기에는 일관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향한 동일한 경향성을 중시한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무리 다양한 행동이라고 해도 그것이 이루어지는 때에 각기 정직하고 자연스럽다면, 거기에 일치하는 점이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의지에서 나온 행동들은 아무리 다르게 보일지라도 조화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성들은 다소 먼 거리를 두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시야에서 사라진다. 동일한 경향은 다양성들을 모두 하나로 결합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 집무실에서 20분가량의 국정 보고를 할 때 책상위에 푯말 “The buck stops here!” 즉 “모든 책임은 나에게 귀결된다.”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이란 국정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말합니다. 불행하게도 윤 대통령은 국정수행과 관련이 없는 디올백 사건 및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문제로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받고 있습니다.
김건희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가 드세어 지자 이번에 새로 선출된 어느 여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숙여사를 묶어서 3김여사의 특검을 하자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풍문을 타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을 돕자고 한 제안 같습니다만 이는 민심에 역행하는 잘못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4.10 총선때 윤대통령께서 “파한단에 875원” 설화 때문에 여론이 비등하자 윤대통령을 돕는다고 어느 여당 총선후보자가 “파한단에 875원”이 아니고 한뿌리에 값이 와전되었다고 사족(蛇足)을 달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은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국민들은 대통령도 평범한 보통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실수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경위를 설명하고 사사로운 이해 관계 때문에 어떤 부당한 압력이나 법적인 특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전대통령시절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사건이 지나칠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윤대통령의 임기 2년동안 검찰이 같은 사건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기소 또는 불기소)도 취하지 않아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잠자고 있었음을 국민들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때문에 국민들은 윤석열대통령을 검사시절 자처 했던 대로 완전히 정의로운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기를 주저하고 있는듯 합니다. 4.10총선에서 조국 혁신당의 돌풍은 검찰수사의 불공정성에 대한 부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불만 표출도 조국혁신당 돌풍속에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아무튼 원수 갚기를 정의라고 노골적으로 우기는 병적인 정치문화가 윤대통령 임기중에 발생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지 하시는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역사학자들이 역대 대통령에 대한 종합적인 순위 평가를 수시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병행해서 영부인에 대한평가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주도 알바니 인근에 있는 Siena College에 부설 SRI(Siena 대학 연구소)주관으로 1982, 1993 그리고 2003에 각각 미국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종합순위 평가가 실시되었습니다.
SRI에서 3차례에걸처 실시한 영부인에 대한 평가기준은 10가지로 아래와 같습니다:
배경(Background) (교양이나 가문, 교우관계, 출신성분, 경력경험, 학력 등), 국가에 대한 유용한가치(Value to the country), 도덕적성실성(Integrity), 지도력(Leadership), 지성적 이해력(Intelligence),독자적인 여성상(Being her own woman), 업적(Accomplishments), 용기(Courage), 대중적 이미지(Public image),대통령에 대한 유용한 가치(Value to the President).
위 열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한 3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미국 32대 대통령이 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대통령 부인인 엘리노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가 단연 1위였습니다.
하위 그룹의 리스트중 40대 대통령 영부인 낸시 레이건(1982년 39위, 1993년 36위) 그리고 16대 대통령 영부인 메리링컨(1982년 꼴찌, 1993년 꼴찌),2003년 36위)이 눈에 띕니다.
2003년에 실시된 영부인 평가 조사중에는 열가지 카테고리별로도 평가 순위가 나와있습니다만 지면관계로 대중적 이미지(Public Image), 대통령에 대한 가치(Value to the President), 국가에 대한 가치(Valeu to the country)에 대한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대중적이미지 대통령에 대한 가치 국가에 대한 가치
1위 제35대 케네디 영부인 제32대 루스벨트 영부인 제32대루스벨트 영부인
꼴찌 제16대 링컨 영부인 제14대 피어스 영부인 제14대 피어스 영부인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1위자리를 내어놓은 일이 없는 링컨 대통령이지만 영부인이 1982년과 1993년 종합평가와 2013년 부문별평가에서 꼴찌를 한 기록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윤석열대통령의 취임2년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24%” 그리고 “잘못하고 있다 67%” 였습니다. 이는 제6공화국 역대 대통령중 꼴찌인 노태우대통령 취임 2년 무렵 평가인 “잘하고 있다 28%” “잘못하고 있다 40%” 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윤석열대통령 출범 2년 분야별 평가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
경제 19 65
부동산 23 54
북지 31 52
교육 27 48
대북한 33 46
외교 30 55
공직인사 14 65
◎정당지지도
국민의힘 34%
더부어민주당 30%
조국혁신당 11%
개혁신당 5%
◎채상병 사건 특검
도입해야한다 57%
그럴필요없다 27%
→여론조사 개요
조사기간 5월 7일-9일
대상 18세이상 1000명
응답방식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플러스 마이너스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율 11.2%
5월 9일 기자 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채상병 사건 특검도입에 관해서 거부권을 행사 할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한국갤럽의 채상병사건 특검도입 필요성에 대해서 ”도입해야한다는 여론이 57%”이고 “그럴 필요가 없다 가 29%” 였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이 채상병사건특검도입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특검도입을 찬성하는 여론에 역행하는 조치로 비칠 우려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여론을 국민의 힘 지지율까지 반등시켜야 하는 긴급성에 비추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행사가 여론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대통령 지지율회복과 채상병특검 거부권행사 가운데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할지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에 시선에 쏠리는 한주가 될 것 같습니다.
양보와 타협은 민주주의 생태계를 지켜 나가는 중요한 원칙들입니다.
내가 아닌 상대를 적대시해서 사악하다고 보는 것이 소통을 저해하는 제일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혐오하면 상대방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더 큰 증오로 되갚아 증오의 연쇄작용이 일어납니다. 그저 나만 옳다고 남 탓하고 상대방을 조롱하는 것이 사회병리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의 발단이라고 생각합니다.
1970년 독일의 총리 빌리브란트(Willy Brandt)는 바르샤바에 있는 전쟁 희생자 추모비를 방문했을때 브란트는 입으로 사과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무릎을 꿇었습니다. 브란트는 나중에 회고록에 “사람들이 할말을 잃었을 때 하는 행동 그대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해 “타임”지는 브란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혐오를 공감으로 승화시키려면 누군가 먼저 감동을 자아 내는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동을 자아내는 비언어적인 표현은 이기심을 공감의 차원으로 승화시킬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수 갚기를 정의구현이라고 우기는 병적인 정치 문화를 극복해야 할 책임으로부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