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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동향
■ 고령자 1년 의료비 91만원, 요양병원 이용 대폭 증가
○ 65세 이상 고령자의 개인 지출 의료비가 연평균 9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보건산업진흥원의 ‘65세 이상 고령자의 개인지출 의료비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개인지출 의료비는 90만867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지출 의료비는 개인이 실제로 지불한 의료비(처방약값 포함)로 건강보험부담금은 제외된다.
○ 보고서는 한국의료패널의 2008~2011년 데이터를 통해 고령자의 실제 의료비 지출수준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2008년 2843명, 2009년 2861명, 2010년 2821명, 2011년 2910명이었다. 고령자의 개인지출 의료비는 2008년 77만90원었으나 2009년 75만2969원, 2010년 84만9138원 등으로 연평균 6% 상승했다.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의료 기관 이용 건수(약국 제외)는 2011년 34.2건이었으며 2008~2011년 사이 연평균 9.4% 증가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의료기관 이용 건수를 보면 의원이 62.4%로 가장 높았다. 한의원은 9.7%를 기록해 7.5%인 종합병원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 노인(요양)병원의 이용 비중은 0.6%로 크지는 않았지만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8~2011년 연평균 37.4%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전년대비 이용건수가 53.3%나 늘었다.
○ 고령자가 한명이라도 포함된 가구의 연평균 가구 지출 의료비는 2011년 194만으로 고령자가 없는 가구의 167만원보다 27만원 더 높았다. 고령자 포함 가구의 연평균 의료비는 2008년 이후 연평균 3.3% 늘어나는 추세였다.
○ 보고서는 고령자의 의료이용 건수와 의료비 지출 증가가 빠른 고령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로 2026년에는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노인의료비의 증가가 향후 국가 재정과 사회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고령자의 의료이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등급 높은 병원 '간호 질(質)·간호사 만족도' 높아
○ 간호등급이 높은 병원일수록 간호업무 질과 간호사들 업무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북대학교병원 윤순길 수간호사가 간호 1~7등급에 해당하는 전국 9개 종합전문요양기관과 6개 종합병원 총 15개 병원에 종사하는 1100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간호등급은 병상 수 대 간호사 수 비율에 따라 진료수가를 차등지급하는 간호관리료 차등수가제도에 따라 간호인력 확보수준을 1등급에서 7등급까지 구분한 것이다.
○ 이번 연구는 간호등급이 시행된 1999년 이후 얼마나 양질의 보건의료를 제공하는지, 환자 만족도는 향상됐는지 등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입원·경과기록지 기록과 관련해 환자가 주로 호소하는 현재병력 및 과거병력에 대한 이해여부 등을 묻는 ‘진료과정 충실성’은 간호1등급 병원이 20.38점로 가장 높았다. 이후 간호2등급 병원 19.56점, 간호4등급 병원 18.65점, 간호6등급 병원 18.40점 순이었다. 또한 입·퇴원환자에 대한 진료과정의 충분한 설명 및 친절도 등을 나타내는 ‘진료정보 제공정도’ 역시 1등급병원 8.36점, 2등급병원 7.82점, 4등급병원 7.26점으로 나타났다.
○ 이외에도 간호활동 및 처방 이행정도 등에 대한 평가 역시 등급이 높을수록 점수가 좋았으며 간호수행업무 전체를 간호의 질적인 면으로 분석한 결과, 1등급병원 119.7점, 2등급병원 110.16점, 4등급병원 107.46점, 7등급병원 93.62점 등이었다. 간호사 직무만족도의 경우 대부분의 등급에서 평균점수를 초과,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위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직무만족도가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1등급 병원 17.42점, 2등급 병원 14.62점, 4등급 병원 13.98점이었으며 6등급병원은 10.36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 윤순길 수간호사는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간호인력 등급 향상과 이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라며 “전반적인 간호업무수행의 질과 만족도 측면에서 1등급과 2등급 병원이 그 이하 병원보다 월등히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등급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간호사 1명에 대한 간호업무 프로토콜을 개발해 적정인력 간호행위수가 산정이 필요하며 입원료 구성 중 간호관리료가 적정한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복지부, 무분별한 상급종합병원 병상 증설 ‘제동’
○ 앞으로 상급종합병원이 병상을 신설하거나 증설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규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오는 15일까지 의견수렴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증설 시 사전협의 의무 신설에 따라 앞으로는 병상 신증설을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 병상 신증설 사전협의 신청서’를 복지부에 제출해야 한다.
○ 신청서에는 ▲병상 증설 계획 ▲병상 신증설 필요 이유 ▲병상 증설 향후 추진 계획 ▲병상 증설 자금계획 등을 첨부해야 한다. 복지부는 사전협의 신청서가 접수되면 부처 내 유관부서와 상급종합병원 병상신증설 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심사를 진행한 후 신증설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상급종합병원이 사전 협의 없이 병상을 신증설한 경우 상대평가 총점에서 최대 2점까지 감점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임의적인 병상 증설로 인한 권역 소요병상 수 과잉증가를 억제하고자 사전협의 의무를 신설한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 한편 복지부는 진료권역별 상급종합병원의 소요병상 수를 재조정해 이를 역시 행정예고했다. 이번 재조정으로 인해 서울권(서울특별시, 제주도, 경기도(광명시, 동두천시, 과천시, 구리시, 남양주시, 하남시, 이천시, 여주시, 가평군, 양평군))의 소요병상 수는 1만3,446병상이 됐다. 경기서북부권(인천광역시, 경기도(의정부시, 양주시, 연천군, 포천시, 김포시, 부천시, 고양시, 파주시))은 4,909병상, 경기남부권(시흥시, 안양시, 군포시, 의왕시, 안산시, 용인시, 오산시, 안성시, 화성시, 수원시, 성남시, 평택시, 광주시)은 4,306병상이다. 이어 강원권(강원도)은 1,732병상, 충북권(충청북도(영동군 제외)은 1,515병상, 충남권(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서천군 제외), 충청북도(영동군), 전라북도(무주군))은 3,500병상이 소요병상으로 됐다.
○ 이밖에 전북권(전라북도(순창군, 무주군 제외), 충청남도(서천군))은 1,923병상, 전남권(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순창군))은 4,204병상, 경북권(대구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합천군, 거창군))은 4,860병상, 경남권(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합천군, 거창군 제외))은 7,597병상이다. 이로써 전국의 총 소요병상 수는 기존 4만3,174병상에서 1,463병상이 증가한 4만4,637병상이다.
■ '돈 안 되는 과' 빅5 병원도 미달
○ 의사들은 여전히 돈 많이 벌고 덜 힘든 성형·피부·정신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뇨·흉부·외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외면받고 있다. 5일 대한병원협회가 2015년도 전국 267개 수련병원 전문의(레지던트) 3393명의 지원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형외과와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순으로 지원자가 몰려 지원율 133∼143%를 기록했다. 그러나 비뇨기과와 흉부외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는 지원율이 34∼60%에 그쳐 미달했다.
○ 특히 내과는 588명 정원에 542명이 지원해 92.2%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2004년 150%에 달했던 지원율이 2010년 139% 올해 109%로 점차 떨어지다 내년도 모집에서 처음으로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도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외과와 흉부외과 비뇨기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등 5개 전문과가 미달됐다. 서울아산병원은 흉부외과와 비뇨기과, 삼성서울병원은 외과와 비뇨기관 병리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외과와 흉부외과 병리과 예방의학과 임상약리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내과와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가정의학과 핵의학과 등이 미달됐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일부과는 앞으로 전문적 치료를 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외과 흉부외과와 함께 비인기 과목으로 분류됐던 산부인과는 올해 150명 모집에 158명이 지원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정원을 채웠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원격의료 시행으로 개원의 중 내과가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불안감과 정부 지원이 외과 중심으로 쏠린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공의 초과근로수당 지급 판결, 수련병원 관행에 경종"
○ 최근 대전지역 한 수련병원 전공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초과근로수당 소송에서 법원이 전공의의 손을 들어주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대전협은 지난 2일 “현 의료계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는 매우 탁월한 법적 판단”이라며 "그동안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이윤을 보전하던 기존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저임금을 받아왔고 수련병원들은 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목적으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 100시간 이상 연장시켰다”면서 “이는 전공의 인권 유린은 물론 진료 환경을 왜곡시켜 환자 안전을 위협했다”고 했다.
○ 특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물론 전공의의 포괄임금계약제 관행의 위법함을 명시한 판례라는 측면에서도 유의미 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공의의 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판단을 함에 따라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전공의 노동력 대신 호스피탈리스트 고용을 늘리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전공의 근무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수련병원 진료 정상화를 촉진할 법적 토대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공의 수당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적용에 관한 오랜 반론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면서 “이미 도처에서 열악한 수련 환경 시정을 요구하며 각 수련병원 전공의 파업이 자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추가근로수당 소송도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 이에 대전협은 전공의 초과근로수당에 대한 집단 소송 요구가 있을 경우 적극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전공의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들은 “(전공의 초과근로수당 집단 소송은)왜곡된 한국 의료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하지 않고 전공의 노동력 착취라는 미봉책으로 수십 년 간 일관해 온 수련병원들의 자승자박인 셈”이라며 “수련병원들은 의료 경영 전문가 집단으로서 주인 의식을 갖고 병원 진료 환경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수련병원들의 수련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고의적으로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어기거나 아예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이번 판결에서 보았듯이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근로에 대해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하며 어떠한 편법적 예외도 인정될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 앞으로 전공의 근무수련환경 개선과 수련병원 진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 대통령 눈치 보다 세월호 뺨치는 '병원 재난' 온다
○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이 수술을 않고 약물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OO대 의대 부속 OOO교수 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스크 내 주사 요법'에 의한 디스크 치료에 성공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 '디스크 내 주사 요법'은 삐져나온 추간판에 연골을 녹이는 카이모파파인이란 약물을 주사하는 요법이다. (…) 종래의 수술 치료보다 간단하여 입원 기간이 짧아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치료 시 통증과 후유증을 크게 덜어줘" (<경향신문> 1984년 5월 17일)
○ "1980년대 초반부터 칼을 대지 않고 디스크를 치료하는 수술-시술법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이 카이모파파인 효소 주사 요법이다. (…) 한 때 디스크를 정복하는 방법으로 과대 홍보되었지만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최초로 시행된 '칼 안 대는 수술 방법'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다."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이춘성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2012년), 193쪽)
○ 두 글이 쓰인 시기는 거의 3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앞의 글은 신문 기사이고 뒤의 글은 디스크 수술 전문가가 썼다는 차이도 있다. 참고로 이춘성 교수는 척추와 디스크 수술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환상적'인 치료법이 시간이 흘러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아예 평가할 것도 없이 첫 번째 비수술 치료라는 의미만 있다고 쓰여 있다. 합병증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유독 눈에 띈다.
○ 비슷한 예가 어디 카이모파파인과 디스크 수술뿐이겠는가. 수도 없이 많은 신약과 의료 기술, 수술법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아스피린처럼 100년 넘게 버티는 것도 있지만, 나오자 바로 없어지는 것도 숱하다. 의료 기술의 짧은 수명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새로 나왔지만 옛날 방법에 비해 효과가 덜하면 새로운 의료 기술이라 부르지도 못한다. 너무 값이 비싸도 문제다. 효과는 조금 나아졌는데 값이 열 배 스무 배가 되면 그런 기술도 널리 쓰이기 어렵다.
○ 나중에 부작용과 피해가 나타나면 더 어렵고 난감하다. 1960년대 초의 탈리도마이드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입덧을 멎게 한다고 널리 쓰였는데, 나중에 보니 태아에게 기형을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 처음에야 누가 알았겠는가. 온 세상이 난리가 난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제대로 평가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당연하다.
○ 얼마 전에 있었던 관절염 치료제 사건도 유명하다. 1999년 '기적의 관절염 치료제'라 하면서 '바이옥스'란 약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다국적 제약사의 혁신 신약이었다. 그러나 이 약은 미국에서만 3만 명 가까운 사람을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만들었다. 2004년 퇴출되었고 회사는 엄청난 배상을 해야 했다.
○ 새로운 치료법과 약, 물질은 두 얼굴을 가졌다. 혜택이나 효과가 있으니 새로 쓸 엄두를 내는 것이지만, 반드시 독과 부작용이 따른다. 사람의 몸에 본래 있던 것도 스스로와 어긋날 수 있는데, 외부 물질이 양면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결코 완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의료 기술은 '보수적'으로 쓰이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튼튼해 보이는 돌다리도 백 번 천 번을 두드리고 건너는 법이다. 일단 다리를 건너도 뒤돌아봐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약과 기술을 써도 된다고 허가해 놓고도 계속 부작용을 모니터링한다.
○ 과정을 꼼꼼하고 번거롭게 하는 이유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 안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늘 위험이 따르는 것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심하면 죽고 사는 것이 달라지고, 원치 않는 장애와 다른 병으로 끝나는 일도 흔하다. 이 때문에 국가와 정부가 책임지고 여기에 관련된 개인과 집단, 기업을 감독하고 규제한다. 이들 당사자는 본능적으로 부작용보다는 효과를 크게 본다고 생각해보라. 국가가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나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런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정부 조직이다. 어느 나라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데가 있다.
○ 감독과 규제를 하면 특히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의료 기술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이익과 손해가 크게 갈려서다. 많은 사람들이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감독한 2006년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를 기억할 것이다. 영화는 제약사의 비윤리적 행위를 줄기로 해서 전개된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새로운 약과 재료, 기술이 효과가 있고 안전한가를 하나하나 점검하는 과정을 통틀어 '신의료 기술 평가'라고 부른다. 조금 어려운 말이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관심이 커졌으니 낯이 설다. 게다가 제도적인 틀은 이제야 조금씩 기초를 갖추는 중이다.
○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애의 발을 걸고 있다. 구축한 시스템을 스스로 허물겠다고 하는 꼴이다. 지난 11월 24일 보건복지부는 의료 기기에 대한 신의료 기술 평가를 생략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 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 말썽 많은 4차 무역 투자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한 대목이 알 듯 모를 듯 묘하다. 핵심 내용은 새로운 의료 기기가 임상 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 (과거와 달리) 따로 신의료 기술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임상 시험만으로 바로 국민건강보험에 해당되게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대로 결정되면 모든 의료 기기가 신의료 기술 평가를 받지 않고 판매될 수 있다.
○ 임상 시험이니 신의료 기술 평가니 하는 것을 모두 설명할 여유는 없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정책과 설명을 보면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지도 의심스럽다. 혹시 임상 시험만 거치면 안전이나 효과, 효율성(이걸 따지는 것이 신의료 기술 평가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보완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미덥지 않다. 국민건강보험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신기술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강변하는 보완의 의미다. 신의료 기술 평가를 하지 않던 옛날로 후퇴하는 것인데다, 그나마 설득력도 없다.
○ 많은 신의료 기술이 처음에는 국민건강보험의 바깥, 즉 비급여에서 출발한다. 의료 기관들이 운영이 어렵다고 하니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니 들어오지도 않을 신의료 기술을 국민건강보험의 틀을 통해 관리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는 소린가. 기업이 금방은 이익을 볼 수도 있다지만, 실은 진짜 이익이 아니다. 경제적인 것만 따져도 그렇다. 신의료 기술이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더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느슨한 잣대로 엉터리 평가를 해서는 국내용으로도 얼마 가지 못한다.
○ 정부는 침소봉대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다른 때라면 단순한 규제 완화, 민원 해결, 또는 편의 증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스스로 "신의료 기기에 대해 조기 시장 진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제4차 무역 투자 활성화 대책('13.12.13 발표) 후속 조치로서 추진된 것"임을 당당하게 밝혀놓았다. (☞관련 자료 : 임상 시험 거친 의료 기기는 신의료 기술 평가 제외) 의료 영리화의 큰 흐름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스스로의 의도와 의지를 드러냈다. 그래도 특정 대기업의 청부를 받고 있다는 의심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관련 기사 : "원격 의료 도입 위해 무리한 의료 기기 규제 완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정부 부처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지는 오래지만 행색마저 초라해질까 걱정이다. 체면과 국격의 문제기도 하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그 어떤 국제 기준으로도, 생명과 건강,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부가 경제에 '올인'을 한다 치더라도(그나마 헛힘이다), 최소한의 범위는 지키도록 스스로 멈춰야 한다.
○ 글머리의 카이모파파인으로 되돌아간다. 사실 꼭 이런 치료제가 아니라 의료기나 장비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면 합병증과 부작용의 피해를 본 환자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유야무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의료인이나 기업이 일차 책임을 져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파산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도록 허용해 준 국가도 책임을 나누어야 하고, 배상도 같이 해야 할지 모른다(탈리도마이드 사건의 경우처럼). 그렇다면 신의료 기술 평가는 경제 정책이기도 하다.
○ 그 모든 것에도 다시 생명과 건강,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거듭 물어도 답은 같다. 국가가 해야 할 일 가운데 이보다 무엇이 더 앞서는가. '투자활성화'라는 스스로 소외된 목표 뒤에 숨지 말고 국가의 '존재 이유(raison d'etre)'를 성찰하기 바란다.
■ 국립중앙의료원 을지로 부지에 200병상 새 병원 건설
○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초구 원지동으로 신축·이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국립중앙의료원을 현대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4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후 주변 지역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현재 을지로 부지에 서울 의료원 분원 형태로 새 병원을 건설해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
○ 200병상 규모인 서울의료원 분원의 운영은 서울시가 맡지만 투입되는 초기 장비구입비와 시설투자비는 복지부가 전액 지원하고 의료인력 조달과 공공보건프로그램 사업도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전하는 서울시 소유의 원지동 부지의 매매가격은 복지부가 확보한 예산인 900억원 이내에서 관련 법령을 근거로 감정평가를 시행해 결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아울러 국립중앙의료원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을지로 부지내 스칸디나비아 양식으로 건립된 의사 숙소를 근대건축물로 보존할 계획이다.
○ 국립중앙의료원은 이전과 함께 국가 중앙중증외상센터, 고도격리병상, 생물안전 4등급(BL4) 실험실을 갖춘 감염병 센터 등을 확보해 국립중앙의료원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18년까지 원지동 부지에 약 700병상을 신축·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토지보상비 문제와 의료 공백을 우려한 주민 반대로 사업 진행의 속도가 더뎠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러 어려움도 있었고 논쟁도 있었지만 오늘 이를 정리하고 협약을 체결했다"며 "을지로 부지 내 서울의료원 분원 설치로 지역 주민과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도심권 공공의료 기능이 계속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협약 체결 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한 후 을지로 부지 매각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며 "이후 원지동 부지 매매 계약이 체결되면 새 의료원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병역 미필 남자 간호대생 6500명…군대 대신 병원으로?
○ 대한간호사협회가 1일 병역을 마치지 못한 간호대학 남성 학생들이 6500여명에 달한다며 공중보건간호사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남성 간호대생 10명 중 9명 이상이 학업·경력 단절 예방을 위해 공중보건간호사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내놨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25일간 전국 간호대학 남학생 1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8%가 공중보건간호사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응답자 84.3%가 '학업 및 경력단절에 대한 문제'를 꼽았다. 설문조사 대상자 중 64.9%인 863명은 병역 미필자였다.
○ 현재 전국의 간호대 남학생은 9796명으로 1만명에 육박한다. 이들 중 병역을 마치지 못한 학생은 6500여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한다. 남성 간호대생은 2011년 5349명에서 2012년 6693명, 2013년 8425명, 2014년 9796명으로 매년 15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 공중보건간호사는 병역의무 대신 일정 기간 동안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현재 의사, 치과의사 등을 대상으로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시행 중이다. 공중보건간호사 제도가 시행되면 남성 간호대생들이 군 입대를 위해 학업을 중단하지 않아도 되고 간호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 등에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 간호협회 논리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인력 부족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지만 남성 간호대생 대부분이 현역으로 군대에 입대하고 있다"며 "공중보건간호사 제도를 도입하면 지방의료원 간호인력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대한남자간호사회에 따르면 보호자 없이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22개 지방의료원의 간호사 채용률은 53.3% 수준이다.
■ 인천보훈병원 건립 예산 115억원 확보
○ 인천보훈병원 건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인천 계양구갑) 국회의원은 인천보훈병원 건립 관련 예산이 정부 예산 대비 20억원이 증액된 115억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인천보훈병원 건립을 위해 국립보훈병원 인천유치추진위원회 결성 후 10년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 인천보훈병원은 인천시 남구 용현동 군부대 국방부 부지에 500억원을 들여 건립하게 된다. 신학용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인천지역 보훈대상자의 의료복지 혜택을 위해 인천보훈병원 긴립에 최선을 다했다”며 “인천에 거주하는 6만여명의 보훈가족이 하루빨리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마지막가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초강경 야당 "복지부와 협의 보이콧"
○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찮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20개월만에 또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간데 이어 김성주 복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는 용도변경 승인 철회 시까지 모든 분야에 대한 복지부와의 협의 거부를 천명했다. 김용익 의원은 “문형표 장관과 홍준표 경남도 지사를 용납할 수 없다. 공공의료와 국민의 건강을 옹호해야 할 책임자들이 밀실에서 야합해 오히려 공공의료를 말살하고 진주의료원을 영원히 사라지게 만드는데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 복지부는 지난 달 26일 진주의료원를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동시에 진주보건소를 확장 이전하겠다는 경남도의 신청을 받아들여 ‘진주의료원 건물 및 국비지원 의료장비 활용계획’을 국장 전결로 승인했다. 김 의원은 “경남도가 보건소를 이전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 7월 말이었다. 당시 복지부는 “보건소 이전만으로는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한 복지부를 질타했다. 그는 “복지부의 음모적인 행동과 이중적인 태도는 기가 막힌다. 홍준표 지사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문형표 장관 역시 국정을 맡을 자격을 상실했다”며 문 장관을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지켜야 할 장관으로서 신념도 이해도 용기도 없다”고 평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 복지부의 용도변경 승인은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보여주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일이며, 공공의료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복지부가 배신행위를 공식화한 사태라는 것이 야당 측의 설명이다. 이에 김성주 의원은 복지부가 용도변경 승인을 철회 할 때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 등 모든 정책에 있어 야당의 공조를 거부했다. 복지위 운영에 있어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의원은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의 상정, 심의 등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책임은 복지부 장관이 져야 할 것”이라며 “모든 평화는 깨졌다”고 경고했다.
■ 병원들 감면받았던 지방세→'폭탄' 부메랑
○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 통과를 두고 병원계가 우려를 나타냈다. 5일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는 “당초 정부안과 비교해 일부 개선된 수준이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통해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 개정안에는 국립대병원 및 지방의료원의 취득세, 재산세를 종전과 같이 100% 감면, 의대부속병원 및 의료법인 병원의 취득세, 재산세는 75% 감면토록 했지만 2년 적용 후 감면율을 각각 25%씩 추가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과 향후 복지수요 대응 등 지방세 감면 재설계를 통한 감면제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의료기관을 포함한 97개 부문의 지방세 감면을 폐지 또는 대폭 축소토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병원계는 의료기관의 공익적 기능에 따라 감면해 왔던 지방세감면의 취지를 인정하지 않은 개정이라는 점과 연간 약 790억원 수준의 세부담 추가를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특히 병원협회는 병원들에 대한 지방세 감면이 현행과 같이 유지돼야 한다는 사실을 안전행정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에 지속 건의해 왔다.
○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의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병원협회는 “당초 안보다는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병원들에게 연간 약 474억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가뜩이나 침체된 병원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수도권 소재 한 사립대학병원의 경우 연간 19억원을 감면받아왔으나 이번 법률개정에 따라 7억5천여만원만 감면돼 약11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협회 관계자는 “결국 의료기관의 특성상 건강보험수가를 통한 보전 이외에는 해결방안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보전방안을 건강보험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주기 인증 첫 주인공 '서울대병원'
○ 서울대학교병원이 2주기 의료기관 인증의 첫 주인공이 됐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원장 석승한)은 3일 개최된 인증심의위원회를 통해 의료기관 인증제 2주기의 첫 번째 인증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1주기가 올해로 종료됨에 따라 인증원은 지난 10월부터 인증기간 만료 기관을 대상으로 인증조사를 시작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이 처음으로 2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받았다. 특히 이번 2주기 인증은 1주기에 비해 더욱 강화된 인증기준을 바탕으로 시행, 이를 충족한 의료기관은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 노력을 한층 더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석승한 인증원장은 “최근 의료 관련사건·사고 등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보다 안전해진 인증기준과 철저한 조사를 통해 2주기 인증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 한편 인증원은 올해까지 인증을 획득한 급성기병원 277개소를 포함해 2주기 인증 신청을 받고 있다. 이 달에 24개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20개소, 종합병원 4개소)에 대한 인증조사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25개소(상급종합병원 20개소, 종합병원 5개소)에 대해 인증조사 신청을 받은 상태다.
■ 6개월간 중단된 간호인력개편협의체 2단계 논의 착수
○ 간호인력 개편방향을 둘러싼 간호계 의견 대립으로 인해 6개월간 중단됐던 간호인력개편협의체 논의가 재개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오후 3시 1차 협의체를 비롯해 간호조무사양성기관, 교육부 등으로 구성된 2차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당초 협의체 운영 계획에서는 1차 협의체에서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간의 업무구분 등 개편안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합의점을 토대로 2차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었다.
○ 2차 협의체에는 교육부, 양성기관, 시민단체들로 구성해 1차 논의사항에 대한 의견수렴 및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만든다는 게 정부 안이었다. 하지만 간협, 간무협, 중소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현장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1차 협의체에서는 사실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간무협은 지난해 복지부가 제시한 '간호사, 1급 실무간호인력, 2급 실무간호인력' 등 3단계와 경력상승제에 찬성하는 반면 간협은 새로운 학제 도입자체를 반대하며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사' 등 3단계안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1월부터 수차례 회의를 하면서도 이들간의 입장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복지부는 지난 5월 8일 회의를 기점으로 1차 협의체 논의를 마무리했다. 복지부는 1차 협의체에서 간호인력개편방향을 도출하지 못한 데다 세월호 사건 등의 현안까지 맞물리면서 2차 협의체 구성이나 추가 논의 등을 잠정 중단해 왔다. 그러다 다시 2차 논의가 추진될 수 있었던 데는 최근 간협이 간호조무사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양성기관, 정원, 교육과정 등을 철저히 통제받는 새로운 형태의 2년제 간호보조인력 양성안을 정부에 건의 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간협은 "협의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다 2차 운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대로 뒀다가는 2018년에 대학에서 간호조무사가 양성될 수 있어 차선책을 제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협의체에 1차 협의체 참여기관이 추가로 포함된 것도 기존 참석자들이 명확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복지부는 "이해당사자인 간협과 간무협, 병협, 의학회 등이 사안을 잘 알고 있어 2차에서도 같이 논의하는게 나을 것 같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 이에 따라 2차 협의체는 복지부를 중심으로 1차 협의체(간협, 간무협, 병협, 의학회), 교육부, 보건의료단체(의협), 시민단체, 간호조무사양성기관(전국특성화고 간호교과위원회, 전국간호학원협회, 한국간호조무사교육자협회) 등으로 구성됐다. 복지부는 1단계에서 논의된 사안별로 다수안을 도출해 2단계에서 세부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 지난 4일 회의는 1차 논의 결과에 대한 보고 형태로 진행됐으나 이해당사자간의 의견 충돌로 순탄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참석 대상이었던 의학회와 의협 관계자가 불참했으며 양성기관에서는 간협과 간무협간의 의견대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 복지부 관계자는 "2차 협의체는 향후 논의 사항을 정리하고 2년제 간호보조인력 양성에 따른 1년제 간호보조인력 업무범위나 교육과정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며 이달 중 두번째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차 논의가 마무리되면 간호인력개편안 시행을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준비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이번 협의체 운영을 두고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국간호사모임(건수간)은 1차 협의체에서 합의점을 못찾은 채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편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으며, 간협의 개편안 추진과정에 대해서도 대표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 환자안전법, 복지위 통과…진주의료원 용도변경 승인 난타
○ 환자안전체계 구축과 환자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골자로 한 ‘환자안전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또한 복지위는 속초의료원 박승우 원장을 위증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복지위는 지난 4일 제11차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환자안전법 등 130건의 법안들을 심의하고, 이견 없이 의결했다. 환자안전법에는 국가가 환자안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환자안전 보고체계를 두어 안전사고에 대한 정보조사, 연구·분석 등을 통해 환자안전사고의 재발방지를 막도록 했다. 의료기관에는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협력하도록 했고,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 의사 및 간호사 등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들 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 복지위는 또 속초의료원 박승우 원장을 위증죄로 고발하기로 하는 내용의 ‘2014년도 국정감사 위증 증인 고발의 건’을 의결했다. 박 원장은 지난 국감에서 속초의료원이 직장폐쇄 등 노사갈등을 겪자 증인으로 출석해돼 증언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원장이 허위 증언을 했다고 본 것이다. 국회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와 제15조에는 국정감사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증언을 한 경우 고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히 ‘국정감사 관련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의결, 지난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요구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사업 특혜의혹과 유전체 사업 등의 연구용역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한편 이날 복지위는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한 복지부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1월 26일 경남도가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용도변경 건을 승인했다. 이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의 본질은 미몽에 사로잡힌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공공의료를 포기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을 죽게 만단 사건”이라며 “그런데 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국회와 입장을 같이한다고 이야기 해 놓고 이를 승인해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남윤인순 의원은 “문형표 장관의 말을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며 “국정조사 보고서를 여야가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복지부 역시 이를 수행하겠다고 해 놓고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에 대한 문제”라며 “복지부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계획은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 이에 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부지에 보건소의 기능을 더 보강하기로 했고 그간 진주의료원의 기능을 민간병원과 경상대병원에 위탁하기로 했다”며 “게다가 의료수요에 대한 조사를 해 본 결과, 진주의료원은 지역 내 의료급여환자를 2.7% 밖에 커버하지 못했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를 고려해 장고의 고민을 한 끝에 결정하게 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복지부가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건을 승인한 것이 밝혀지자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용도변경 승인 취소, 횽준표 경남도지사 사퇴, 문형표 복지부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싼얼병원만큼이나 수상한 민관합작사 ‘코리아메디컬홀딩스’
○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과 의료기술 및 산업의 해외진출을 전담하는 민관합작기업으로 코리아메디컬홀딩스(이하 KMH)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KMH의 최대 주주는 26.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외에 한국산업은행이 11.2%의 지분을, 그리고 6개 민간병원과 한국의료수출협회에서 나머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KMH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의료수출 촉진'을 주도하는 민관 합작으로 설립됐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회사의 부실한 사업실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보건산업진흥원 국정감사에서 KMH 설립 사업은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퍼주기식 지원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 회사에 지난해 10억5,000만원을, 그리고 올해에도 9억4,000만원을 민간경상보조비로 지원했다.
○ 출범 이후 KMH가 추진한 주요 사업은 ▲사우디 킹파드왕립병원과 한국 5개 센터 기술이전 지원 ▲한-사우디 헬스 IT 협력프로젝트 전략수립․수주지원 중 혈액관리 시스템구축사업 제안 ▲사우디 심장병원 위탁운영 지원 ▲사우디 민간병원 질관리 협력사업 ▲사우디 전문병원 의료기획 및 건축 사업 ▲보건의료 R&D 및 의료기술이전 사업 등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 모두 현재 사우디측 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남윤인순 의원은 "KMH의 사업현황을 보면 주요 6개 추진 사업의 대부분이 '현재 사우디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이거나 '지연' 되고 있는 상태"라며 "KMH의 2013년 3월부터 2013년 12월 말까지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보면 벌써 영업 손실이 6억4천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역시 'KMH가 상대국 정부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인해 단기적 수익창출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 이 회사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복지부와 진흥원은 민간경상보조와 추가 증자를 통해 지원을 계속했다.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KMH에 대해 2013년 12월 30일과 2014년 3월 31일 두 차례에 걸쳐 ‘민간경상보조 사업수행기간 연장 신청’을 승인했다. 특히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5월 16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KMH에 대해 추가로 2억원의 증자를 결정했다.
○ 당시 진흥원의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KMH의 실적 부진과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 참석자는 "(추가 증자가)국정감사 시 지적 될 소지가 있으며, 계속적으로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고 있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생성될 자금이 줄어들고 있으며, 향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고갈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KMH가 역할은 많이 하고 있으나 컨설팅으로 수익을 많이 발생시키는 어려우므로, 그간 사업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은 받지 못하더라도 여러 가지 노력에 대한 사항이 정리돼야 감사 등에 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적 부진과 투자리스크가 크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산업은행 등의 다른 주주들은 KMH에 대한 추가 출자를 거부했지만 진흥원만 홀로 증자를 한 것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복지부는 KMH의 공공기관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열린 KMH 주주총회에서 민간 지분을 공공기관으로 양수도하는 방향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결정에 따라 민간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KMH 지분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투자설명회를 거친 후 지분 양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는 "공공성 확보를 통해 현재 KMH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간 협력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KMH의 경영정상화와 더불어 공공성 확보, 전문성 및 역량 강화를 통해 한국의료 진출의 전문기구로 육성하고 세계진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사업실적도 없는 민관합작기업을 아예 공공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으로, 성과도 불분명한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그 실패를 메우는데 또다시 국민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 국감에서 남윤인순 의원은 "의료수출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국민혈세를 무리하게 투자해 KMH를 계륵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며 "복지부와 진흥원은 KMH의 사업실패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편 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 복지부에서 비리를 저질러 퇴출된 전직 직원이 실무를 총괄하는 부사장직에 임명되면서 관피아 논란도 제기됐다. KMH 부사장인 L씨는 지난 2009년 1,929억원 규모의 복지부 전자바우처 입찰비리 사건에서 내부 입찰정보를 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퇴직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논란이 됐지만 복지부는 "KMH 설립당시 사장에 대한 선임 없이 부사장 및 비상임이사에 한해 주주의 추천으로 발기인 총회에서 2명의 후보자에 대해 논의한 후 다수표를 얻은 L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L부사장은 지난해 복지부가 ‘100세 건강시대를 이끄는 미래의료기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미래의료 원정대의 총괄위원으로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