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 없이 뱉었던 말 한마디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어 본 적이 없는지. 생각해 보면 매년 받아 온 질문인데 이번에도 재치 있게 대답하지 못한 것이다. 틀린 문제는 계속 틀린다고 했던가. 올 설에는 난처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도록 오답 노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어떨지.
결혼 안 해? 올해는 가야지?
ㆍPOINT_ 무슨 일이든 때가 있고 ‘결혼 적령기’를 넘기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어른들의 생각을 캐치할 것. 질문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결혼 적령기가 낮게 책정되는데, 이 또한 나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하고 들어가는 게 속 편하다.
ㆍN G_ 결혼 적령기에 대한 어른들의 생각을 정면에서 반박하지 말 것. 대표적인 케이스가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요즘은 다 늦게 해요’ 등등. 결혼할 생각이 없으면서 올해엔 꼭 하겠다는 식으로 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다.
ㆍBEST ANSWER_ ‘사귀는 사람 있습니다’로 결혼 의지가 있음을 밝히거나 ‘준비되면 해야죠’라고 다소 애매하게 말한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라고 밝게 말하는 것도 좋다.
볼 때마다 살이 찌네? 다이어트해야 하는 것 아니니?
ㆍPOINT_ 물어볼 것이 별로 없는 먼 친척들이 안부 인사조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 농담조로 물어본 것이지 정말 살이 쪘는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ㆍN G_ 살이 찌지 않았다고 반박하거나 기분 나쁜 표정을 보이는 것은 금물. 설령 진짜 살이 쪘더라도 너무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농담하던 친척이 당황한다.
ㆍBEST ANSWER_ 이쪽에서도 안부 인사가 될 만한 대답을 할 것. ‘작은 아버지도 좋아 보이세요’ 정도의 반응이면 OK. 가볍게 ‘옷이 부해서 좀 쪄 보이나 봐요’라고 말하고 지나가는 것도 좋겠다.
둘째는 언제 낳아?
ㆍPOINT_ 대가족에 익숙한 어르신은 아이가 없거나 외동일 때 걱정이다. ‘지금은 없어도 노력은 하고 있지?’라고 물어보고 싶은 케이스.
ㆍN G_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할 수 없다는 말은 금물.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아이 낳을 계획이 전혀 없는데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하는 것도 NG. 나중에 계획이 없었던 것이 알려지면 더 큰 갈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한다.
ㆍBEST ANSWER_ 출산 계획이 있다면 ‘곧 낳아야지요’ 정도로 넘어간다. 계획이 없을 때는 ‘00 하나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서요’라고 계획이 없음을 밝힌다. 완강한 어른이 있다면 남편이 맡아서 자신의 의지대로 낳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00아빠 승진은 했어? 요즘 연봉이 얼마야?
ㆍPOINT_ 두 가지 케이스. 또래의 사촌들을 은근히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나 순수하게 급료가 궁금한 경우.
ㆍN G_ 두 경우 모두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서 다른 친척들도 말해야 하는 난처한 분위기를 만들지 말 것. 최대한 애매하게 대답하는 게 포인트다.
ㆍBEST ANSWER_ ‘대기업 연봉 평균 정도 될 거예요’ 정도가 무난한 대답. 농담이 통하는 분위기라면 웃으며 ‘그건 비밀인데요’라고 넘어간다.
(아이 보고) 넌 공부 잘하니?
ㆍPOINT_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안부조로 물어보는 가장 흔한 질문.
ㆍN G_ ‘뭐 그런 걸 물어보세요’라고 언짢아하거나 ‘1등이요’ 하고 자랑해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한다. ‘00는 공부 잘해요?’라고 다른 사촌의 성적을 되묻는 것도 피한다.
ㆍBEST ANSWER_ ‘요즘은 그림 그리는데 관심이 많더라고요’, ‘영어가 부족해서 학원에 다니는데 재미는 있나 봐요’ 정도로 가볍게 넘어간다.
집은 언제 장만할 거야?
ㆍPOINT_ ‘한국사회에서 집 한 칸 있어야 생활 기반이 생기는 거지. 아직 전세라니 물가에 내 놓은 애 같다.’
ㆍN G_ ‘사고는 싶은데 돈이 없어서요’는 자칫 현재 생활에 대한 불평으로 들리거나 계획성 없이 생활하기 때문으로 비쳐진다. 최대한 긍정적인 단어를 고를 것. 그렇다고 현재 저축 상황이니 대출 정도를 시시콜콜 거론할 필요는 없다. 금전적인 문제는 일단 이야기를 벌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ㆍBEST ANSWER_ ‘청약을 붓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겠죠’ 정도로 준비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좋다. 다들 관심을 가지는 부동산이나 신도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유도해 본다.
(시어머니가) 친정에는 언제 갈 거니?
ㆍPOINT_ ‘오랜만에 모였는데 그렇게 서둘러 갈 것까지야 있니? 손자 얼굴도 조금 더 보고. 친정에는 평소에도 자주 들르잖니.’
ㆍN G_ ‘벌써 3신데 가 봐야지요’, ‘내일 회사 일이 있어서 좀 일찍 가봐야 해요’처럼 서두르는 인상은 주지 말 것. 특히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ㆍBEST ANSWER_ 사실 보내기 싫은 시어머니에게는 어떤 대답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친정에 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최대한 돌려서 말한다. ‘어머님 피곤하신데 쉬셔야죠. 하던 것 마무리하고 가 볼까 봐요’정도는 OK. 몇시쯤 떠날 것인지 남편과 미리 말을 맞춰 놓고 그 시간에 남편이 나갈 준비를 해 놓는 것이 며느리가 재촉하는 것보다 보기 좋다.
▷명절이 즐거워지는 대화의 노하우◁
1 곤란한 질문이 있다면 시댁은 남편이, 처가는 아내가 나서서 말해 준다.
2 부부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미리 정한다.
3 같은 내용의 말도 어떤 표정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질문일수록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한다.
4 나중에 드러날 수 있는 거짓말을 하느니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은 똑 부러지게 의견을 밝히는 것이 좋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곁들이면 오해를 피할 수 있다.
5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나요’라는 식의 샐쭉한 반응은 피한다. 대부분의 난처한 질문은 노력중이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피해 갈 수 있다.
6 나 또한 불미스러운 가정사를 들추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은 하지 않는다.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은 고스란히 부모 귀에 들어가니 함부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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