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4/20
2014 휘트니산의 야성과
지성을 만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이다.” 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일상의 한부분처럼 산을 끊임없이
가는 우리들의 행위가
오늘의 우리를 대변해
주는 삶의 방식이라면 우리는 그 결과에 만족하는가? 생각해보았다. 그저 여가의 수준으로
아니면 친목을 위한 모임의 특성을 갖고 산을 갈수도 있겠으나, 내가 경험한 오랜 산사람들의 특징은 인간에게선 볼수 없는 산이 가진 야성을
흠모해서 산으로 달려가는것 같았다. 그들은
산이 가진 야성속에
자신들의 지성을 녹여내며
자연과의 조화를 꿈꾸었다. 그리고 그 체험속에서 삶의 힘겨운
놀이를 이겨내는 힘과 용기를 얻는듯 보였다. 이번에 재미대한 산악 연맹에서 주관한 6차 명산순례…휘트니산등정에 내가 동참할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몇번 안되는 그 기회중의 하나였다.
4/16일 수요일… 새벽부터
캐네디공항을 출발해 도착한 LA 공항은 쾌적한 날씨에
여유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늦게 티켓팅을 한탓에
뉴한산 팀들과 떨어져
혼자 도착했지만, 마중나오신 양이사님을 만났고
곧이어 도착한 뉴한산
팀들과 만나 픽업 차량에 오르기까지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천사의
도시답게 파란 하늘과
야자수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세련된 전경에
지난 2틀간의 위통은
사라져가고 낯익은 얼굴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정말 엑기스를 먹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양평 해장국집에도착해 일사불란하게 해장국을 먹었고, 각자 분배된 차량을
타고 첫 캠프지..lone
pine 에 있는 turtle
creek campground로 떠났다.
내가 탄 차량엔 매릴랜드 김승남씨, 설암산악회 로렌씨, 문헤나씨가 함께했는데 어떻게
이 일정에 동행하게
되었는지 자기소개를 했다. LA 도심을 빠져나와 북서쪽으로 달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것은 끝도 없는 사막같은 벌판과
고만고만한 구릉들…작은 선인장들…건조한 햇볕 ...가끔 보이는 오렌지농장…그리고 풍력 발전소…먼길을 온 승남씨는
잠에 빠지고 우리는
낯가림을 서서히 허물어갔다. 살아가면서 낯선 곳으로의
일탈은 이래서 좋은 것일까?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치던 또 다른 나(열린 모습의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피곤은
어느새 사라지고 잠에서
깬 승남씨가 운전을
자청하고 나서고 부터 각자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고, 들어주면서 …우리는 어색해하지 않게 되었다. 주변의 거대한 환경을
눈으로 보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모든것은 이 대지의
거대함 앞에서는 미미한
순간 같았다. 3시간여를
달려가서 동네의 맛있는
피자가게를 알고 있다는
이쁜 로렌씨의 추천대로
콤보피자 한조각씩 나눠먹고
있자니 설암의 박회장님과 뉴한산 식구들이
조인하게 되었다. 먼 여정에서 잠시의 휴식은
우리에게 내가 제대로
가고 있지? 그 물음을 확인 시키듯
마음에 울림을 준다. 착한 헤나씨가 퍼밋을
받으러 갔고, 최선을
기원하는 생맥주 한잔은
진하게 각자의 소망을
담고 있었으리라.
Turtle Creek campground 는 낮아 보이지만 5,120ft 고도에 있다고
한다. 일년 내내 오픈 가능하고 RV 차량을 83대나 수용할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큰 곳이었다. 들어서는 입구에서 보니 주변의 고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다. 캠프의
서쪽으로 서있는 것은 휘트니, lone pine peak, Mt Williamson 이라 하고 동쪽으로는 Alabama Hills 가 있고 그 너머엔 owens
valley와 Inyo 산악지대가 지나간다고 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는 것은 문명의 이기를 벗어낫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론 그 감동을
다 전할수 없다. 사막과 선인장의 빛깔이
이리도 조화롭게 보이는
것은 그들이 서로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니 내가 이 대지의 한 부분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느껴지고, 순간…눈물이 핑 돈다.
잠시 그 감동을 뒤로 하고 저마다 집을 꾸미는
우리들…버지니아에서 온 비키언니와 크리스티나언니 우리 셋은 한 귀퉁이에
보금자리를 꾸렸고, 시카고에서 온 착해 보이는 두 남자들
( 황인섭,박승규선배님)과 이웃하게
되었다. 사막저편에서 어둠이 다가오니
서쪽으로 지는 붉은 해의 파편들은 애잔하게
아름답다. 군데군데 석조 피크닉 테이블이 놓여 있고, 키작은 선인장과
간이 화장실, 물도 있고, 대군단이
흩어져 만들어 놓은 색색의 집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깊은 안식을 준다. 우리 회장님은
여기저기 회원들 챙기시느라 바쁘신데 벌써 저녁식사 준비가 되었노라…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어둠이 내린 사막에
장대에 걸린 가스등불아래서 우리는 이미 개선 장군들이 되어있었다. 먹을 양식이 있고, 동무가 있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있고, 하나 둘 뜨기 시작한 별과 상큼한
사막의 공기, 그리고
뜨거운 가슴들이 있는 이 시간속에서…
불고기백반과
김치국을 퍼주는 LA 백두산악회팀들( 최동백이사님, 클라라
언니..) 그리고 허훈도
회장님과 준비위원들…탄탄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시간들이었다. 세심한 조 배치에서
뉴한산 팀은 5 조 (박회장님 대장)와 6조 ( 시에틀 강인선대장) 에 속해 있고 어느새
한켠에 모여 대장정의
성공을 위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뉴한산의
대단한 여성회원들( 한혜진씨,헬렌언니, 소연씨, 복림언니, 정민언니, 소영언니…) 은 어딜가나 최선을 다하는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 신출내기인 내가 따라하고
싶은 것은 인증이
필요없는 이네들의 지구력이다. 플로베르는 보봐리 부인을
통해 ” 나는 언제나 사물의
혼을 향해 서 있으려 애써 온것이다.” 라고 삶에 대한 자세를 말하고 있는데
, 얼마나 열심히
갖가지 사물과 대상을
관찰해야 혼에 닿아 있을 정도로 삶을 깊게 살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뉴한산의
여인들은 내가 보기에
어떤 일에든지 항상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사막의 밤이 깊어 가면서 대원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고, 아침 6시 기상을
염두에 두고 우리도
등을 누인다. 고요한
사막에서 크언니와나는 2시 반쯤 잠이 깨어 홀로 떠있는 고즈녁한
달과 별을 만났다. 희미한 주변의
뜰은 불확실한 미래처럼
주변을 감싸고 있으나
달은 어느 한 지점( 현재) 에 멈춰서 있다. 순수한
크언니 감동먹은 얼굴로
이부자리를 들고 나와 석조 식탁위에 펼치고
별을 보며 자겠노라
선언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영혼인가? 다시 깜빡 잠이 들었다 깨니 아침이 문앞에 와있는데
사막의 신선한 공기는
꿀맛이었고, 만나는 얼굴들마다 어제의 피곤은
다 가셔있다. 어제의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 김치국으로 따스한
아침을 먹고 우리는
whitney portal road parking
lot 으로 향했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과연 듣던바대로 눈에 보고 있듯 글을 잘쓰십니다
앞으로 계속 기대 해보겠읍니다
명불허전이 아니네요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산행떄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