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지각 아래, 해수는 어떻게 흐르는가’ -모형연구
3D 모형 개발…“큰 해저산에서 작은 해저산 방향으로”
지구내부서 나오는 열의 25%를 바다로 전달하는 구실
해저 지각 아래에서 해수가 방대한 양으로 흐르는 데에는 해저산과 화산암석들이 물길의 구실을 하는 것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에서 나타났다.
해저 화산지대인 중앙해령과 그 주변의 지각 아래에서 방대한 양의 해수가 흐르며, 이런 해수의 흐름에서 해저산과 화산암들이 물길의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연구진이 밝혔다.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의 앤드류 피셔(Andrew Fisher) 교수 연구진은 북동 태평양 지역에서 엄청난 양의 해수가 해저 지각 아래로 들어갔다가 5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분출하는 현상을 관찰해 2003년에 보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3차원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그 해수 물길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며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해저 중앙해령에는 화산 활동을 마친 해저산들을 비롯해 구멍 많은 화산암 지대가 많은데, 이런 해저 지질 구조를 통해 엄청난 양의 해수들이 해저 지각 아래에서 흐르고 있다. 지구 내부에서 빠져나오는 열의 25%가량이 이런 해저 지각 아래 해수의 흐름을 통해서 바다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그동안 해수가 해저 지각 아래로 들어가 먼 거리를 수평으로 이동한 다음에 다른 지점에서 분출되는 현상은 관찰됐지만 이런 해수 운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진은 그 수수께끼의 해법을 컴퓨터 모형과 시뮬레이션의 결과와 해석에서 얻고자 했다. 논문 제1저자인 더스틴 윈슬로우(Dustin Winslow, 당시 박사과정생)은 해수가 어떻게 해저 지각 밑으로 침투하고 열수 상태를 유지하며 해수량에 따라 흐름 속도와 방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계산하는 3차원 컴퓨터 모형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모형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해수가 큰 규모의 해저산과 구멍이 많아 물 흐름에 좋은 암반노출지점에서 해수를 빨아들이는 구조('hydrothermal siphon')가 형성되며, 지각 아래로 들어선 해수는 물길을 따라 흐르며 뜨거워지고 그렇게 흐르다가 해수 흐름을 방해하는 성질의 암석 지대와 소규모 해저산을 만날 때 바다로 분출되는 메커니즘을 찾았다고 밝혔다. 해수 흐름은 대체로 큰 규모의 해저산에서 작은 규모 해저산 쪽으로 향하는 방향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조: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교 보도자료]
중앙해령을 탐사해온 국내 연구자인 박숭현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발견은 중앙해령 주변에서 열수 순환 메커니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공헌”이라며 “논문 저자가 말하듯이 암권과 해수의 열수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짧은 해설: 박숭현 박사
“방금 논문을 읽어 봤습니다.
중앙해령에서 지구 내부의 열이 해양으로 전달되는데 중앙해령 주변 지각에서의 열수 순환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열수라는 것은 해수가 지각 틈새로 파고들어 중앙해령 마그마에서 기원한 열에 의해 가열되어 끓어오르는 것을 말합니다. 중앙해령은 새로운 해양지각이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에 중심축 주변은 암석이 노출되어 있고 그 깨진 틈으로 해수가 쉽게 침투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심축 마그마에서 가깝기 때문에 마그마에서 기원한 열로 가열되리란 건 쉽게 알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이 밝히고자 한 것은 중앙해령 중심축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곳에서 나타나는 열수의 순환 메카니즘입니다. 중심축에서 멀어지게 되면 퇴적물로 덮혀 있어서 해수의 침투가 용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그마에서도 거리가 멀어져 열수의 열원도 불분명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중심축에서 먼 곳에서 해수가 어떻게 침투해서 어떤 방식으로 가열되 어떤 방식으로 중심축에서 먼 곳에서 다시 분출하는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후안 데 푸카 해령(Fuan de Fuca ridge) 등에 대한 관찰 결과에 따르면 중심축에서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열수의 분출이 나타나는 것이 관찰되기 때문에 이는 규명되어야 할 현상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중심축 먼 곳의 암반이 노출된 지역(해저산을 모델로 했음)으로 해수가 침투하여 암권의 열로 가열되고 다시 암반이 노출된 지역으로 분출하는 과정을 모델링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왜 암반 노출이 좁은 지역에서 열수 분출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지에 대한 설명을 제시 했습니다.
이 발견은 중앙해령 주변에서 열수 순환 메커니즘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공헌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의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암권과 해수의 열수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숭현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메일 답장)
대부분의 해저 열수(hydrothermal, 熱水) 순환은 중앙해령의 마그마 영향과는 무관하게 일어나는데, 해령 측면에 화산암의 암반이 노출된 곳들(outcrops)을 통해 거대한 물, 열, 용질(solute)의 흐름을 일으킨다. 우리 연구진은 해저산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것들을 관통해 흐르는 해령 측면 열수 순환의 3차원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이런 체계에서는 열수 지속성(substainability)이나 흐름 속도(flow rate), 흐름의 치우친 방향이 무엇에 의해서 제어되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우리는 침투성 적은 퇴적층을 통과하는, 암반노출지점들(outcrops) 간의 지속적 흐름이 물을 채우는(recharging) 지점과 분출하는(discharging) 지점 간의 투과율 대비(contrast in transmittance, 암반노출지점 침투성의 산물과 암반 노출의 면적)에 의존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때에 분출은 침투성이 덜한 암반노출지점에서 더 잘 일어난다. 많은 시뮬레이션들에서는, 한 암반노출지점에서 다른 암반노출지점으로 이어지는 계(outcrop-to-outcrop system) 가운데 물을 채우는 말단 지점에서도 암반노출지점을 통한 국지적 분출이 일어남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들은 모두 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바와 같다. 이에 더불어, 더 큰 암반노출지점들에 비해 규모가 더 작은 분출 지점의 암반노출지점들에서는 더 높은 흐름 속도가 유지되는데, 이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암석권의 열(lithospheric heat)이 이런 과정을 거쳐 전지구적으로 빠져나오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