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없는 꼰대인가 봅니다. 음식 맛도 중하고, 가성비도 따지면서 그 와중에도 자리가 안 편하면 영 껄끄러우니 말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편히 앉아 즐기고픈데 고기를, 그것도 갈비씩이나 하는 것을 서서 먹으라니 이젠 연남서식당(구 연남서서갈비)에 찾아갈 엄두가 안 섭니다. 서서 먹는 것도 고달픈데 유명세 탓에 문전에서 대기줄을 서기 십상이라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연남서식당은 서서갈비의 원조로 1953년에 개업을 했답니다. 마지막으로 갔었던 때가 세기말이었습니다. 하도 오래 전이라 이젠 연남서식당은 가슴 한구석에만 남았을 뿐 혀끝에선 진작 지워졌습니다. 갈비를 서서 먹는다는 독특한 컨셉의 고깃집으로 유명세를 타다보니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상호인 ‘연남서서갈비(연남 서서 먹는 갈비집)’마저 상표분쟁에 휘말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다음 지도에서 서서갈비를 검색해보니 무려 194건(네이버 지도에선 155건) 이나 나옵니다. 하지만 대개 상호만 차용했을 뿐 진짜로 서서 먹는 곳은 원조인 연남서식당 말고는 전무한 것 같습니다. 광명에도 서서갈비가 있습니다. 이 집 역시 상호만 서서갈비이지 실상은 앉아 먹는 갈비집입니다.
광명서서갈비는 얼마 전 확장을 해서 입식테이블과 좌식테이블 중 취향껏 골라 앉을 수 있습니다. 원조집과 다른 점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연탄불 대신 숯불을 내주고, 서서갈비(양념소갈비)와 더불어 (양념)돼지갈비도 팝니다. 고기메뉴 외에 식사메뉴로 왕갈비탕이 있고, 공기밥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양념에 잰 갈비를 빼면 연남서식당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떡하니 광명서서갈비란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굳이 서서갈비란 상호를 차용하지 않았어도 잘 됐을 갈비집으로 보입니다. 먹어보니 그렇습니다. 동네에도 갈빗집이 흔한데 기꺼이 광명까지 찾아가고 싶은 고깃집입니다. 대개는 서서갈비(국내산 갈비에 미국산 안창살을 더한 것)를 주문하는 눈치지만 나는 국내산 돼지갈비에 더 높은 점수를 줍니다.
가산동에서 살며 즐겨 다녔던 서울대입구역 돈뼈락연탄구이(편도 6.4km)는 어쩌다 한 번씩 촉촉과 퍽퍽 사이를 오락가락 할 때가 있고, 대안으로 찾은 전통모래내갈비(편도 14.6km)는 더 멀고, 아내와 딸아이가 인생 돼지갈비로 꼽는 담양의 승일식당(편도 299.3km)은 멀어도 너무 멉니다. 그러던 차에 광명서서갈비(편도 3.9km)가 레이더에 포착됐습니다.
양념 맛은 돈뼈락연탄구이보단 더 달고, 정통모래내갈비보단 덜 단 정도였습니다. 단짠단짠한 맛이 비록 내게는 달지만 서민형 고깃집에서는 대중에게 오히려 잘 통할 수 있는 맛이라 생각합니다. 고기의 상태가 준수하니 양념에 상관없이 돼지갈비의 맛이 좋고, 진짜 돼지갈비를 내주니 더 좋고, 고기를 주문하는 테이블마다 우거지탕을 기본으로 내주니 더 더 좋고, 20세기 고깃집에서나 반찬으로 깔렸음직한 양념게장도 내주니 또 좋고, 반찬이나 쌈채소가 모자라면 눈치를 보지 않고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셀프서비스 코너도 있으니 이만하면 손님이 안 모일 수가 없겠다 싶습니다. 협소했던 공간도 그 자리에서 횡으로 두 배 확장해서 이용하기에 더 편리해졌습니다.
서서갈비, 돼지갈비 공히 1인분에 200g으로 양념과 뼈를 제외하면 1인분으론 좀 아쉽습니다. 한우를 취급하는 고급스런 고깃집도 아니고, 미국산 혼합 쇠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서민형 고깃집이라면 배불리 먹는 것이 미덕입니다. 맛이 없다면 대충 먹고 말겠지만 맛이 준수하니 내 기준으로 돼지갈비 1.5인분에 공깃밥 반 그릇, 소주 한 병+맥주 반 병이 정량입니다. 계산을 할 때 왕갈비탕을 포장해오는 것은 덤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광명시장이 100m 옆
첫댓글 칼국수와 만두로 유명한 옛진미칼국수도 지척이고 말이죠.
정인면옥도 가깝고..
이 집 가보려고 찜만 해뒀습니다,,, 광명새마을시장도 가볍게 돌아보기 좋더군요,,,
그 집 식구들은 반드시 인근의 정인면옥이나 옛진미칼국수와 연계해서 가기를 바라요. 아니면 식빵 한 봉다리 들고 가든지...
우리 얼마안먹어요~~~~~ㅋㅋㅋㅋ
광명시장 원조튀김의 떡볶이랑 고추튀김도 맛나요. 갈비 드시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드시길 권해요.
오늘 진미칼국수먹으러 갔다가 정인면옥 줄 없어서 먹었습니다 면발이 굵어졌고 계란지단은 없어졌으며 배를 올려줍니다. 그리고 시장으로 넘어가서 오징어.야채.새우튀김 사와서 다시 튀겨먹었는데 참 맛있었습니다. 종종 출현할듯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고추튀김이 술안주로 딱인디요.
오징어 튀김은 떡볶이 양념 찍어 먹음 맛나요.
시장 입구에 있는 빵집의 시장표 야채빵도 추억이 돋는 맛이야요.
아무래도..배채우기엔 여러가지를 먹고 가야하는건 맞습니다. 인정!!!^^
옛진미칼국수의 칼만두가 땡기는 밤이야요.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