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무현 대통령 추모음악회가 성공회대학교에서 있었다.
음악회엔 참석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중계로 보았는데 사회자인 권혜효씨가 중반에 직접 노래를 한곡 불렀다. 이 때 부른 노래가 80년대 운동가요로 유명한 박은옥, 정태춘 부부가 만든 '92년 장마, 종로에서'이다.
오랜만에 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니 그시절의 아픔이 이 시절에 서울광장에서 다시 재현되었다는 것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2008년 촛불, 종로에서', '2009년 추모, 서울광장에서', '2009년 장마, 용산에서' 이렇게 여전히 이 곡은 흐느낀다. 왜 우리의 역사는 이리도 쉽게 흘러가지 못하는가?
추모음악회에서 부른 권혜효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원곡인 정태춘의 노래로 들어보자.
92년 장마, 종로에서
작사.작곡.노래: 정태춘, 박은옥 (1993년, 삶의 문화, 한국음반)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훠. 훠이, 훠이...훠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훠. 훠이, 훠이...훠 -----
훨, 훨, 훨.....
첫댓글 정태춘의 노래..군사시절 한을 노래하는 부분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