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대응 (제3강): 이단의 역사와 이단에 대한 교회의 대응
강사: 호헌신학교 교수 임명락 목사
서론
이단이란 무엇일까요? 신학자들과 신학 교수들이 남겨둔 역사적 자료를 살펴보면, 초대교회에는 수많은 이단이 존재했습니다. 387년에 세상을 떠난 브레시아의 필라스트리우스 주교에 따르면 기독교 이단은 128개에 달했으며, 403년에 세상을 떠난 키프로스의 에피파니우스는 그리스도 이전 20개, 그리스도 이후 60개를 합쳐 총 80개로 추산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아우구스티누스 주교)에 따르면 펠라기우스를 포함하여 이단이 88개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단의 정의에 대해 이레나이우스는 “표준 교리에서 벗어나는 자”로, 순교자 저스틴은 “사탄의 교리”로 정의했습니다. 터툴리아누스는 이단들이 철학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지적했으며,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단을 “교회의 진리를 고의적이고 일관되게 반대하는 가르침, 신앙 자체를 해치는 하나님에 관한 잘못된 신앙, 그리고 교회의 교리를 통해 성례를 받은 가르침을 변호하는 잘못된 사상”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단’을 영어로는 헤러시[Heresy: 공인된 정통 교리에 반대되는 가르침이나 파벌]라고 부르며, 이 말은 그리스어 하이레시스[αἵρεσις: 선택, 파벌, 학파]에서 유래했습니다. 신약성경에서 이 단어는 본래 바리새파, 사두개파, 유대파, 그리고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지칭할 때처럼 ‘학파’, ‘분파’, ‘당파’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행 24:5, 행 26:5). 이 말에는 ‘교인 간의 차이’, ‘불화’, ‘오류’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을 비롯한 성경 기자들이 ‘이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사도들의 정통 교훈에서 벗어난 잘못된 가르침을 지칭했습니다. 바울은 주님께서 전해주신 참된 복음이 아닌 ‘다른 복음’을 따르는 것을 이단으로 규정했습니다(갈 1:6-9).
이단의 의미가 바울이 갈라디아서 1장에서 언급한 ‘다른 복음’이라는 의미로 더욱 견고하게 정착된 것은 교부들의 시대에 이르러서입니다. 교부들은 이단을 공교회의 보편 교리에 반대되는 그릇된 교훈으로 이해했습니다. 교회사학자 필립 샤프는 정통 신앙과 이단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습니다. “정통 신앙은 공적으로 공교회에서 승인된 신조 혹은 표준에 순응하는 것이고, 이단은 고의로 그것을 떠나는 것이다.”
본론 1: 초대교회의 이단 이해와 대응
갈라디아서 1장에서 사도 바울이 이단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했던 것처럼, 폴리캅, 이레나이우스, 히폴리투스, 터툴리아누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오리게네스 등 초대교회의 교부들 역시 이단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입장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이단을 마귀가 주님의 밭에 몰래 뿌리고 간 가라지로 간주했습니다(마 13:24-30).
터툴리아누스는 “처음 전파된 것은 주님께 속한 참된 것인 반면, 후에 몰래 끼어든 것은 낯설고 거짓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교부들은 이단 가르침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교만, 야망, 육체의 정욕, 탐욕과 같은 저급한 동기들을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AD 155~200년경에 활동한 터툴리아누스는 유대교적 반발이 이단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암시하며, “유대인으로부터 ‘예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는 주장의 지침을 받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터툴리아누스 못지않게 이단에 대해 단호했던 이레나이우스는 저서 『이단 반박』을 통해 영지주의를 강력히 비판하고, 기독교 공동체가 믿는 바른 신앙인 정통 신학을 정립했습니다. 그는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도적 계승’의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초대교회의 이단은 니케아 공의회(AD 325년) 이전과 이후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니케아 공의회 이전의 교회는 기독교의 본질을 위협하는 이단에 대해 매우 엄격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비온파, 영지주의, 마니교 등은 기독교의 근본을 부정하는 반(反)기독교적 이단으로 간주되었으며, 이교적 사상을 방치할 경우 교회의 존립이 위협받기 때문에 결코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몬타누스파, 노바티아누스파, 도나투스파, 사분월파(14일파)와 같은 파벌들에 대해서는, 교리의 근본적인 파괴보다는 규율이나 절기의 문제로 보아 그들이 베푼 세례를 인정하는 등 비교적 온건하게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니케아 공의회 이후 공교회는 이단에 대해 견책, 면직, 출교의 처벌을 내렸습니다. 4세기에 이르러 기독교가 공인되고 국가와 연합하기 시작하면서, 국가는 교회의 승인을 받아 재산 몰수, 추방, 사형 등의 강제적 처벌을 시행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칙령을 통해 도나투스파를 탄압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371년 발렌티니아누스 1세는 마니교의 공적 예배를 금지했습니다. 테오도시우스 대제는 381년부터 394년 사이에 15번의 칙령을 내려 교회의 통일성을 유구했습니다. 황제들은 법령을 통해 국교인 기독교에서 이탈한 이단 집단에게서 공직, 공개 예배권, 재산권 및 상속권을 박탈하고 벌금, 추방, 채찍질, 나아가 사형에 처했습니다.
이단 죄로 처형당한 최초의 인물은 마니교적 금욕주의 사상을 전파한 프리스킬리아누스와 그의 추종자 6명이었습니다. 당시 교회는 진리를 수호하는 일을 교회의 존립과 직결된 필수적인 사명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본론 2: 이단을 판별하는 역사적 기준
초대교회사뿐만 아니라 종교개혁사, 근대교회사, 현대교회사를 통틀어 기독교 역사를 살펴볼 때, 이단을 분별하는 다섯 가지 핵심 기준이 존재합니다.
1. 삼위일체론
◦ 325년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 삼위일체 교리가 확립되면서, 이는 이단을 판별하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이 되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부인하는 자들은 공교회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받았습니다(마 28:19, 고후 13:13). 아리우스주의를 비롯한 수많은 집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신성·인성 교리
◦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으로 오신 성육신을 부정하거나, 그분이 완전한 하나님이시이자 완전한 인간이심을 부정하면 공교회는 이단으로 정죄했습니다(요 1:14, 요일 4:2-3).
3. 이신칭의[以信稱義: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게 됨]
◦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다는 은혜의 복음을 부정하면 이단으로 규정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 시대의 펠라기우스주의가 있으며, 이는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러 솔라 피데[Sola Fide: 오직 믿음으로]라는 핵심 진리로 다시금 확인되었습니다(롬 3:28, 갈 2:16).
4. 성경 정경의 완결성
◦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신약 27권이 정경으로 최종 확정된 이후, 성경 외에 추가적인 특별계시를 주장하는 자들은 이단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직통 계시나 새로운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단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계 22:18-19).
5. 시한부 종말론(재림 날짜 지정)
◦ 역사 속 몬타누스주의가 보여주듯, 그리스도께서 특정한 날짜에 재림한다고 주장하며 성도들을 미혹하는 경우 이단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몬타누스와 그의 추종자인 프리스킬라, 막시밀라가 대표적이며, 한국 교회 역사에서는 1992년 10월 28일 재림을 주장했던 다미선교회(이장림) 사건이 대표적입니다(마 24:36, 막 13:32).
본론 3: 근현대 이단과 한국 교회의 현실
19세기와 20세기 미국에서는 수많은 이단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제2차 대각성운동 이후 강력한 영적 부흥이 일어났던 시기에, 역설적으로 안식교[Seventh-day Adventists: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여호와의 증인[Jehovah's Witnesses], 몰몬교[Mormonism: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 크리스천 사이언스[Christian Science: 크리스천 과학파] 등 수많은 이단이 출현하여 교회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교회사학자 시드니 알스트롬은 이 시기를 가리켜 “이단의 전성시대”라고 칭했습니다.
이러한 서구의 이단들이 오래전부터 한국에 들어와 포교 활동을 펼쳐온 데다, 국내에서 자생한 수많은 사이비·이단 집단까지 가세하면서 한국은 이단 문제에 대해 더욱 각별한 경계가 필요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열심은 귀하지만, 바른 지식에 근거하지 않은 열심은 멸망의 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롬 10:2). 영적 역사가 강하게 일어나는 곳에는 사탄의 미혹도 강하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그 영이 하나님께 속했는지 분별하는 영적 지혜가 필수적입니다(요일 4:1).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는 저서 『영분별의 표지』에서 참된 성령의 역사인지를 분별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1. 참된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를 높인다(요 15:26).
2. 참된 성령은 죄와 사탄의 나라에 맞서 싸운다(요 16:8).
3. 참된 성령은 성경의 권위를 높인다(디후 3:16).
4. 참된 성령은 진리의 영으로 역사한다(요 16:13).
5. 참된 성령은 사랑의 영으로 역사한다(갈 5:22-23).
오늘날 수많은 이단 교주들이 자신을 ‘성령 보혜사’라고 주장하지만, 그 실상은 성적 타락, 금전적 탐욕, 비윤리적 행위 등 수많은 역기능적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에 대해 분명히 경고합니다.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 7:20).
결론
사탄이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 이 마지막 때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단의 미혹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벧전 5:8).
사도 바울은 디도서에서 다음과 같이 강력히 경고합니다. “이단에 속한 사람을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하라”(딛 3:10).
또한 갈라디아서 5장에서도 다음과 같이 절박하게 권면합니다. “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성령을 따라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 … 육체의 일은 분명하니 곧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우상 숭배와 주술과 원수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열함과 이단과 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함과 또 그와 같은 것들이라 … 이런 일을 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것이요”(갈 5:16, 19-21).
사도 베드로 역시 베드로후서 2장 1절에서 거짓 선생들의 이단적 가르침을 경계하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백성 가운데 또한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났나니 이와 같이 너희 중에도 거짓 선생들이 있으리라 그들은 멸망하게 할 이단을 가만히 끌어들여 자기들을 사신 주를 부인하고 임박한 멸망을 스스로 취하는 자들이라”(벧후 2:1).
성경은 우리 가운데 이단의 위협이 끊이지 않을 것임을 밝히며, 이를 철저히 경계할 것을 명하고 있습니다.
이단의 역사는 역설적으로 교회가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싸워왔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입니다. 우리는 이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오늘날에도 삼위일체, 예수 그리스도의 신인양성, 이신칭의, 성경의 완전성, 그리고 건전한 종말론을 굳게 붙들어야 합니다. 나아가 성령의 열매를 통해 참된 신앙을 분별하며 진리 안에 거하는 성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기도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진리의 빛으로 지키소서
주님, 거짓과 유혹이 흔들어대는 이 시대 속에서 저희를 진리의 빛 앞으로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달콤한 혀와 메마른 비유로 영혼을 현혹하고 주의 몸 된 교회를 깨뜨리려 하는 어둠의 가라지 앞에서 저희가 분별의 지혜를 놓지 않게 하소서.
말씀을 가벼이 여기던 둔한 마음을 돌이키고 오직 십자가의 복음 위에 곧게 서게 하소서. 거짓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차가운 비판이 아닌 진실한 사랑과 용기로 돌이킬 길을 여는 참된 파수꾼이 되게 하소서.
우리의 가정을 지키시고, 교회를 거룩하게 하사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른 믿음의 터가 되게 하소서.
모든 거짓을 파하시며 진리요 생명 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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