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창고’에서 ‘옥동자’캔디 한 개 꺼내먹고
동네자랑 한가지 할까요.
김포 아파트에서 꼭 5천보 떨어진 솔터공원에 요즘 여러 빛깔 무궁화가 피고지고 해서
한 주일에 한두 차례 다녀옵니다. 왕복하면 스마트폰 앱에 만보가 찍히니
그만하면 하루 운동량으로는 적당합니다.
산책코스가 두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찻길을 통과하는데
한 쪽으로 ‘간식창고’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습니다. 보통 편의점 규모의 널찍한 매장에
온갖 국산과수입 과자들이 천장에 닿도록 진열돼 있고 입구 가까운 쪽에 무인 판매기가 석대 있습니다.
24시간 「자율」로 운영되는 곳으로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먹을 것들을 고르고 있는 중에
손님은 아닌듯한 젊은이 한 사람이 물건들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과자뿐 아니라 라면이나 맥주 안줏감들에 공책 같은 학용품도 한 구석에 있습니다.
평지라도 여름날 몇 킬로를 걷다 보면 목이 말라서
매장 안 빙과류 코너 앞 아이들 틈에 섞여 나도 이것 저것을 살펴봅니다.
400원짜리에서 시작해 점점 값이 올라가고 1,000원이 넘는 놈들도 있는데
나는 400원 칸에서 「옥동자 라임」캔디를 한 개 집어 듭니다.
맥도날드점에서 화상 주문을 몇 번 해본 경험도 있기에 상품을 들고 기계 앞으로 가서
지시하는 대로 먼저 껍질에 찍힌 바코드를 스캔하고 현금, 신용카드 중 택일한 후
지갑에서 천원지폐를 꺼내 홈에 넣으니 동전들이 주루룩 떨어집니다,
영수증과 함께. 매장에서 상품을 취식하는 것은 삼가라는 주의사항이 벽에 붙어있어
밖으로 나와 포장지를 벗기고 한 입 베어 무니 진정 꿀맛이라,
일만보를 걸어 태운 칼로리를 단것으로 초과 흡수함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얼음과자의 상쾌함과 더불어서 이 순간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우리동네 ‘간식창고’가 시끌벅적 무인판매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혹 코로나사태의 여파로 주인이 인건비를 절약하려고 자율판매로 돌렸는지는 알 수 없으되
그런 사정보다는 오늘날 우리 생활에서 점차 무인화의 영역이 늘어가는 그 사회적 여유를 반기고 싶은 것입니다.
‘간식창고’ 앞길에도 시내 중심가처럼 전동 킥보드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어
걷기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옆 아파트의 젊은 부부는 거의 매일 한 두 차례 택배를 받는데
요즘은 그냥 현관문 앞에 물건을 내려놓고 가는가 봅니다.
얼마 전까지는 우리도 배송하는 사람과 받는 시간을 맞추고 맞출 수 없으면
안보이게 넣어둘 공간을 지정해 주는 등 번거로웠는데
이젠 그런 게 다 생략되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물건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CCTV가 곳곳에 있어서 이젠 소매치기라는 직업도 거의 사라지고
사람마다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으니 모든 부정행위의 증거확보가 손쉬워 졌지요.
택배기사는 배송 시간을 문자로 알리고 문 앞에 놓인 물건 사진을 찍어두는 식으로 하는가 본데
남의 것을 집어가거나 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매우 드물게 됐습니다.
아이들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내 것, 네 것의 의식이 분명해지고 보편적인 양심에
사회적 규범이 가세하여 질서가 유지되니 수십년간 선진국타령을 읊어오던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말로 선진국 백성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치켜세울 만도 합니다.
1인당 GDP도 어느새 3만불을 훌쩍 넘었다지 않은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간식창고’의 이런 만족감이 하루 종일 지속되기 어려운 고충을
이 글방 제현께 토로하고자 사실 이 글을 초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또 다른 주제의 생각입니다.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2020년 4.15 총선이 총체적으로 부정선거였다는
사회 일각의 의혹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우리동네 무인 ‘간식창고’에서
밤낮없이 아이들이 북적이어도 매출과 수입이 대체로 잘 들어맞고,
전동킥보드와 「따릉이」자전거들이 별 탈없이 운행되고,
KTX와 SRT 고속열차들이 승차권 검표란 아예 없이 개찰구와 출찰구를 승객에 완전 개방하고 있는 이런 나라에서
대명천지 투표를 도적질하는 일이 어이 벌어질 수 있겠는가?
전국 253개 선거구의 투개표 종사원 수만 명뿐 아니라 중앙 및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관원들의 협력 없이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하고, 투표지분류기를 오작동시키고, 전산 서버를 해킹하여
맘대로 사전투표와 정시 본투표 비율을 올리고 내리고 하면서 득표율을 원하는 대로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나도록 부정에 관한 양심선언이 어찌 한 건도 보도되지 않는가?
내가 고위공직을 지낸 어느 후배에게 이런 뜻을 말했더니
그는 대뜸, “김장로님, 참 순진하시네요,”하고는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습니다.
“선거소송 처리시한 180일이 두 번하고도 3분의2가 더 지나갔는데
우리 대법원이 뭘 했습니까? 겨우 민경욱이 낸 인천 연수을구 재검표를 그것도 비공개로 하고
300표 오류가 있었지만 선거에는 아무 영향 없다 선언하고
또 하나 청주 상당구 윤갑근 건은 재검표 자체를 10월로 연기했고,
나머지 130여 소송건에 대해서는 감감무소식인데 이래도 4.15선거가 부정선거가 아니란 말입니까?”
그의 말에는 명색이 언론인으로 수십년을 살아 온 사람이 공무원을 지낸 자기보다도
세상을 그렇게 단순하게 보느냐는 탄식이 담겨있습니다.
이 사람의 말을 들으면 선진국 대한민국에는 진보와 보수 분리에 더하여
현실인식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즉 두터운 음모론과 이를 북돋우는 컴컴한 배후세계입니다.
여기에 대법원의 부작위가 일조하여 신 독재체제라는 말을 만들어 냅니다.
언론은 4.15총선 직후 통계숫자를 근거로 하여 부정선거 의혹을 몇 가지로 정리하였는데
사전투표의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이 본투표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것과,
고령층이 많이 투표한 사전투표에서 보수정당 표가 덜 나온 것, 관외 사전투표와 관내 사전투표의 득표율이
어째서 비슷한가,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의문점으로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의 득표율이 하나같이 63:36으로 기이하게도 똑같다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밖에 개표조작 음모론으로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한 전산조작을 의심한다거나
색이 다른 투표지, 빳빳하거나 규격과 다른 투표지를 예시하고 투표지 보관 논란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16개월이 지나는 동안 민, 윤 두 사람을 제하고 10여명 다른 재검표 신청자들이 다 같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어
혹 원하지 않는 결과가 두려워서인가 하는 의심도 받습니다.
4.15 총선은 국회의석 180석을 가진 거대한 여당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촛불데모-대통령 탄핵·축출-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에 이은 국민 다수의 새 집권세력에 대한 신뢰의 표시,
또는 뒤집어 말해서 구 여권에 대한 지속적인 실망의 결과라고 믿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2017년 5월 집권 이후 정부·여당은 여러모로 미숙한 인물들을 앞세워 급속도로 정책실패를 쌓고
민심을 방기했으며 그 결과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겪었습니다.
이제 반년 뒤에 ‘선진국’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대통령 선거를 맞습니다.
2022년 3월의 선거로 우리는 몇 가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당이 승리하고 국민이 이를 수용하는 것, 야당후보가 당선되고 의미 있는 이의제기가 없는 것,
그리고 여당후보가 당선하고 국민 다수가 선거부정을 의심하는 것입니다.
제3의 경우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끝납니다.
대법원장과 13명 대법관은 그들의 명예와 권위와 목숨을 걸고 4.15 총선관련 소송을
금년 내로 끝내고 내년 3월 9일 대선을 맞이해야 합니다.
양자간에 직접관련이 없다 할지라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그리 되야 합니다.
찜찜한 마음으로 국민이 대통령선거 투표장에 나가게 되면 그 또한 찜찜한 결과를 맞게 될까 걱정됩니다.
대한민국 백성은 이제 그보다 낳은 선거를 치를 자격이 있습니다.
<(현)코리어 헤럴드 칼럼니스트/한국일보 견습 17기/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 김대중정부 해외홍보원장,
아리랑TV 이사장 역임/광주일고~서울법대(58학번)졸/康津 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