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제강(柔能制剛)
–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
[부드러울 유(木/5) 능할 능(肉/6) 절제할 제(刂/6) 굳셀 강(刂/8)]
생명체가 세상에 태어나서는 똑 같을 수가 없다. 弱肉强食(약육강식)이라고 약한 자는 강한 자의 밥이다. 약자가 항상 당하기만 할까. 약한 자가 강한 자에 빌붙어 생명을 유지하거나, 약자끼리 연합하여 강자에 대항하는 수도 있다.
이런 인위적인 것을 제외하고도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결국은 강한 것을 이겨내고 살아남는다고 선인들은 가르친다.
어떤 일을 해결할 때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이기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부드러움으로 감싸는 것보다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덕으로 감싸 안아 마음으로 복종하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길임을 뜻한다.
굳센 것을 물리치는 것이 부드러운 것이라고 老子(노자)는 ‘道德經(도덕경)’ 곳곳에서 강조한다. 약간 변형시킨 노자에 앞서 이 성어가 그대로 나온 곳은 ‘六韜三略(육도삼략)’에서다. 周(주)나라 姜太公(강태공)의 저서라고 전하는 고대 병법서다.
감출 韜(도)는 화살을 넣는 주머니, 비결을 말한다고 한다. 부분을 보자.
‘군참에서 이르기를 부드러움은 강함을 제어하고, 약한 것은 능히 강함을 이긴다. 부드러움은 덕이고 굳셈은 적이다(軍讖曰 柔能制剛 弱能制强 柔者德也 剛者賊也/ 군참왈 유능제강 약능제강 유자덕야 강자적야).’
군참은 전쟁의 승패를 예언적으로 서술한 병법서라고 알려져 있다.
도덕경 78장 任信章(임신장)에 잘 알려진 구절이 나온다. ‘이 세상에서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치는 데는 물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强者 莫之能勝/ 천하막유약어수 이공견강자 막지능승).’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기는 이치를 세상사람 모두가 알지만 능히 행하는 이가 없다(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약지승강 유지승강 천하막부지 막능행).’
노자가 스승에게서 부드러운 혀는 남아있고 단단한 치아는 빠진데서 가르침을 받는 齒亡舌存(치망설존)의 이야기는 劉向(유향)의 ‘說苑(설원)’에 실려 있다.
힘을 가졌을 때는 모든 일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 오만함으로 비쳐 약자의 사정을 무시하는 것에서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힘은 오래 가지 않으니 부드러움으로 감싸 차근차근 일을 처리하는 것이 결국은 이기는 길이다. 노자의 말대로 세상 모든 사람이 알지만 당사자가 아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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