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항산 886m 강원 삼척
산줄기 : 낙동육백사금도항단맥
들머리 : 가곡면 오목리 삼거리
위 치 강원 삼척시 가곡면/원덕읍
높 이 886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옛 산골 민속 아직도 남아 있는 전인미답의... 도항산(886.2m ) 삼척
도항산은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과 원덕읍 경계에 있는, 아직까지 산악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미답의 산이다. 학아산, 대치산, 가부산, 사금산, 광배사, 진범산, 용주봉, 삿갓봉, 화전산, 구리산들에 싸여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그중 접근이 제일 용이해 보이는 오목리를 들머리로 택했다.
옛날에는 옻나무가 많아 칠목동이라 했으나, 지금은 오동나무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오목리로 부른다. 현재 24가구가 있는 두메산골에 전기와 전화가 들어온게 불과 30년 전 일이다. 지상파 DMB 방송이 도래한 세상인데 성주, 조왕각시, 오방지신, 산메기 칠성, 삼신바가지, 말명할미, 세준단지, 조상, 복제, 서낭고사, 안택고사, 팥죽제사, 만두제사, 무후제 등의 민속무화가 아직 이어져 오고 있는 마을이다.
날씨는 눈이 올 것만 같이 새초롬하다. 너와집이나 굴피집 형체가 조금씩 남아있는 삼가촌(삼거리)에서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안순란 총무, 이영숙, 홍연이 회원과 함께 가부터골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벼를 심어 먹던 다랑논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울타리 없는 집 강아지가 짖어대도 내다보는 사람도 없다. 탱글탱글한 홍시가 입맛을 다시게 하는 감나무 옆에는 장대까지 놓여 있다.
연신 옥수를 퍼붓는 계곡에는 오동나무가 줄지어 섰고, 어떤 것은 농작물에 지장을 준다고 아예 베어놓은 것도 있다. 경운기 길 양쪽 뼝대에는 듬성듬성 토종벌통이 자리를 잡았고, 파란 페인트 칠을 한 상수도시설물도 눈에 띈다. 대나무와 인동덩굴은 영하의 기온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다.
삼가촌을 뒤로한지 약 15분 후에 다랑논이 고추밭이 된 곳에 축사와 허물어진 집이 있다. 부자가 배판했다고 하여 가부터란 이름을 얻은 아래가부터다. 비포장과 시멘트포장이 반복되는 널푸레한 무인지경을 가는 길에는 연한 자주색 열매를 단 작살나무, 야광나무, 화살나무, 찔레나무들의 붉은 열매가 산새들을 부르고, 발치 아래 와폭은 담과 소를 이루며 지르는 소리는 시끄럽기는 커녕 오히려 고요함을 더한다. 덩달아 새초롬하던 하늘 날씨는 따습다.
삼가촌을 떠난지 40분만에 사람이 살았었다는 금두터다. 바리케이트와 계류를 건너는 다리도 있다. 오늘 산행의 설렘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밤중에 일어나 쌀가루 반죽을 하여 벚고 쪄서 가져온 콩 송편을 안순란씨가 금두터에서 꺼내 놓는다.
금두터에서 임도 따라 전봉기재로
다리를 건너자 임도는 오른편으로 급이 꺾어 이내 가부터골을 내려다보며 남쪽으로 산허리를 끼고 구불구불 돌아 나아간다. 왼편은 임도 절개지다. 어떤 곳은 낙석이 있을 것 같은 위험구간도 지난다. 오른쪽 계곡 건너에 가부산(841m)이 솟았고, 남쪽 멀리로는 눈이 자라는 데까지 시야가 트였다. 오동나무, 드릅나무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또아리를 틀며 조금씩 고도를 높여 나가기를 40분쯤에 임도가 산줄기를 끊고 지나며 V자 절개지를 만든 곳에 이른다. 이곳은 정상에서 남으로 뻗어 삼가촌에 이르는 능선이다. 하산 때 이곳을 잘 보아 두었다가 V자 임도를 건너 능선을 따라 삼가촌까지 하산하게 되겠다.
산허리를 감고 크게 한번 돌아들자 길에는 산짐승 배설물이 즐비하고 계절감각을 잃은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다. 이제는 북으로 방향이 바뀌어 청록색 소나무들 사이로 바다 조망이 펼쳐진다.
조선시대에 이 지역을 봉산으로 지정했을 정도이니 소나무들이 유난히 푸르고 싱싱하다. 길가에는 씨앗이 떨어져 자연 발아한 어린 소나무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혹시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없는지 유심히 살피며 걷는다.
소나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옛날 이야기 한마디.
'경복궁 중건 당시 팔도에서 올라온 대들보감 나무들이 모였다. 다른 곳에서 온 나무들은 모두 탈락하고 최종으로 삼척 소나무와 지리산 소나무가 결승에 올랐다. 직접 심사하던 고종 임금이 고심하던 끝에 지리산 소나무가 낙점됐다. 그날밤 침수에 든 고종의 꿈에 삼척 소나무가 나타가 소리내어 울면서 지리산 소나무는 저보다는 더 곧은 줄은 모르오나 강과 바다 속에서도 모진 바람과 풍랑을 견뎌내어 단단하기로는 지리산 소나무가 저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다음날 당장 삼척 소나무가 경복궁 대들보가 되었다. 그후부터 이곳의 소나무들을 삼척목이라 부르게 됐다.'
산모롱이를 너댓번 돌아 V자 절개지를 뒤로한 지 40분이 지나자 가곡면과 원덕읍 경계의 전봉기재에 닿았다. 중식을 끝내자 까마귀 한마리가 가까이 와앉는다.
전봉기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를 여기서 버리고 서쪽 절개지로 올라 마루금을 따라 숲속으로 든다. 흰 비닐끈으로 중간 중간 나무에 매놓은 표식이 계속 정상까지 이어진다. 진달래 잔가지들이 얼굴을 때리는 능선을 따라 길을 트며 오르기를 50분쯤, 바위턱을 넘어서자 삼각점(장성 423 재설. 2004)이 있는 도항산 정수리다. 북으로 큰 소나무 한그루, 서쪽으로는 몇 그루의 소나무를 남겨놓고 주위의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려 남동으로 바다 조망이 유별나다.
하산은 남쪽 능선으로 한다. 이끼 낀 바위들이 성글게 있는 급경사 칼등능선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빼곡히 자란 진달래가 되게 성가시게 한다. 가랑잎에 미끄러지는 것 보고 웃다가 능선이 갈라지는 것을 깜빡하고 왼쪽 능선으로 하산한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V자 절개지로 곧장 가게 된다. 왼쪽 능선은 나중에 임도에 닿아 임도 따라 V자 절개지까지 약 30분 정도 더 걸음품을 팔아야 한다. 남릉을 다른지 30분만에 667m봉을 지나자 묵교 3기 중 1기 묘 위에 지름이 족히 40cm 넘게 보이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사람의 영양소로 자란 나무다.
다시 10여분 더 내려서자 벌초한 묘가 나타나는 안부다. 여기서 계속 능선을 따르면 임도를 만나는데 급경사 절개지 때문에 임도로 내려갈 수 없다. 묘에서 왼편 계곡으로 10분쯤 무작정 내려서니 임도다. 오른편 임도를 따라 V자 절개지에 오른 후 임도를 버리고 삼가촌까지 이어진 왼편 남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여기에도 바위들이 듬성듬성 튀어나오고 양켠이 아짤힌 나이프리찌다. 일제 때 송진 공출을 당한 V자 칼자국이 깊고 크게 남아있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장하게 살아있다.
20분쯤 후에 TV안테나 잔해들이 있는 능선을 지나자 벌초한 묘가 나온다. 갈잎, 솔잎이 깔려 미끄러운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서자 죽죽 뻗은 삼척목 아래 넓은 터에 큼지막한 묘가 있다.
묘를 지나자 곧 오른편에 삼거리 마을로 내려가는 옛길이 있다. 이제는 능선을 버리고 대나무, 일본이깔나무 사이로 구불거리자 밭머리에 감나무, 드릅나무, 오동나무들이 반기는 오목리 삼가촌이다.
*산행안내
삼가촌-(40분)-금두터-(1시간20분)-전봉기재-(50분)-정상-(50분)-남릉 임도-(30분)-V자 절개지-(50분)-삼가촌(5시간 소요).
삼가촌을 떠나 임도 따라 여남은 산모롱이를 2시간 돌아오르면 전봉기재다. 하산 때 남릉을 따른 후 절개지를 내려설 때 조심해야 한다.
*교통
호산-오목리 시외버스터미널(033-572-6045)에서 1일 2회(07:20, 17:20) 운행하는 시내버스 이용, 또는 1일 6회(07:00~19:20) 운행하는 풍곡리행 시내버스를 이용, 오저(청평)에서 하차한다.
태백-오저 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1일 5회(07:10 포항, 08:30 호산, 10:00 포항, 13:00 호산, 19:00 호산) 운행하는 직행버스로 오저(청평)에서 하차.
*숙식
태뱃 맛나분식(033-552-2806, 016-348-5770)은 단체 도시락 주문을 받는다. 20가지의 차림표가 있다.
삼가촌(오목리 3반)의 임광승씨(033-573-9069) 농가 민박 가능. 마을에서 영주집이라 부른다.
청평 마을에 삼풍기사식당(573-4255)과 가곡식당(572-4733)이 있다. 오목리 이장 김연복씨(572-7184)에게 부탁하면 민박집을 소개받을 수 있다.
글쓴이:김부래 태백 한마음 산악회.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40여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누비고
다닌 산꾼이다. 숲해설가. 참고:월간<산> 2006년 1월호
*****************************************************************
-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