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go 飛 上
talked by CY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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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 제 33화. 물의 지배자에서, 님프 레냐라고 기입하였던 물의 정령은 님프 라냐의 오기임을 알려드립니다. 써온지 3년도 넘은 이름이라 바꾸기가 뭐하군요.(모조리 잘못 적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봅니다.)
제 34화. 아크의 부하
__「내가 왜 널 풀어줘야 되는데?」
__아크는 또 얼어버립니다.
__「꼭 풀어줘야 되나….」
__아크는 또 얼어버립니다. 한참 후에야 아크는 님프 라냐의 손목에 묶인 보이지 않는 실을 두 손으로 잡고 양쪽으로 늘이는군요. 라냐는 또 아크를 향해 버럭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__「그렇게 해서 끊어졌으면 내가 예진작에 끊어버렸겠다! 끈이 연결된 끝의 나무속을 들여다보라고! 썩은 사과같이 생긴 놈이 머리도 둔해가지고선!」
__아크는 실을 더듬어 끝을 찾아보려했지만, 발끝을 들어올릴 때까지 그 끝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__「끝이 어디 있는데?」
__「저기 나무 꼭대기.」
__아크는 발걸음을 돌립니다. 다섯 차례나 얼었는데도 아크는 꿋꿋이 라냐에게서 도망가네요. 라냐도 다급해졌는지, 얼음 조각을 퍼붓는 일을 그만두고, 아크를 불러 세웁니다.
__「자, 잠깐만! 날 풀어주면 뭐든 원하는 데로 해줄게!」
__아크가 눈이 반짝해서 뒤를 돌아봅니다.
__「정말 뭐든지?」
__「그래그래, 그럴 테니까 어서 풀어달라고.」
__아크는 나무를 한 걸음에 기어오르더니, 실의 끝이 닿아있는 나무기둥을 손으로 파내기 시작하네요. 손으로… 말입니다. 나무속에는 빛나는 붉은 구슬이 들어있었죠. 아크가 그것을 살짝 누르자, 그것은 아그작 소리를 내며 부서져버립니다. 한 쪽 손이 자유로워지자, 라냐는 몸을 둥실 띄워 하반신을 뒤덮고 있는 물방울의 소용돌이로 반대쪽 나무 기둥에 구멍을 내는군요. 그 쪽의 파란색 구슬마저 부서지자 라냐는 양 손이 모두 자유로워졌죠. 그녀- 정령은 성별이 없지만 여자같이 생겼으니까 -는 양 팔을 위로 쭉 뻗고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__「까르르, 자유다!」
__「자, 잠깐! 풀어주면 뭐든지 들어준다며!」
__아크가 나무에서 내려와 소리치자 라냐는 소용돌이 꼬리를 위로 하고 아크를 향해 내려오네요.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아크의 눈앞에 머무릅니다. 그녀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합니다.
__「내가 왜 누런 사과 대가리한테 한 약속을 들어줘야 되는데?」
__「치사하다!」
__「흥, 난 나보다 강한 녀석 아니면 상대 안 해. 그래서 정령계의 프리랜서 아니겠어? 만일 네 녀석이 나보다 세다면 들어줄 수도 있지.」
__라냐는 그럴 리 있겠냐며 실실 웃습니다. 아크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네요.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고개를 들어 라냐를 바라봅니다.
__「알았어. 너한테 이기면 무슨 일이든 들어주는 거지?」
__「까르르르! 웃기지도 않네. 그럼 지금 한 판 붙어볼까?」
__라냐는 살짝 뒤로 물러나 양 팔을 벌립니다. 그러자 그녀 주위로 시퍼런 기운이 짙게 모여드네요. 아크는 정색을 하고는 양팔을 내젓습니다.
__「내, 내가 아니라 내 부하 녀석이랑 싸워. 나, 난 대마법사라서 아무나 상대 안 한다고!」
__아크는 억지로 굳은 몸을 쭈욱 펴서 태양을 가리키는군요.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서 그의 목에 매인 붉은 망토를 휘날려줍니다. 라냐는 다시 고개를 뒤로 넘기고 큰 소리로 웃는군요.
__「까르르! 너든 네 부하든 상관없어. 이 물의 지배자 님프 라냐는 최강의 정령이라고. 누구한테도 지지 않아.」
gogo 飛上
__세릭이 눈을 비비고 일어납니다. 해가 한 뼘을 아래로 내려간 것을 봐서 한 시간은 드러누워 잔 듯싶군요. 제나스는 그녀 옆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었고, 론은 멀리 떨어진 나무 그루터기 아래 기대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죠.
__「참 빨리도 일어나는군.」
__나무 사이에 불룩 솟은 바위위에 걸터앉아 있던 데미안이 세릭을 보고 말하네요. 세릭은 반쯤 감긴 눈으로 주위를 둘러봅니다.
__「어라, 아크 놈이 안 보이네.」
__「아크라면 네가 드러누운 지 얼마 안 돼서 저 쪽으로 들어가던데. 1시간이나 지났으니 곧 나타나겠지.」
__세릭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군요. 그리고 제나스를 흔들어 깨우고 론을 향해 돌멩이 몇 개를 집어던집니다.
__「여기까지 왔으니 정상까지 올라가 봐야겠지. 자자, 다들 일어나라고.」
__「어라, 아크는 아직도 안 온 거야?」
__론도 일어나자마자 중얼거리네요. 그 때였습니다. 숲 깊은 곳에서 정체불명의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소리가 계속 들려오자, 아이들은 그 웃음이 아크의 것임을 알아차렸죠. 그리고 그 웃음은, 마치 지난 번 트라이락의 외딴 동굴 속에서의 그것과 비슷했죠.
__「캬캬캬캬!」
__「위험해! 아크가 또 미쳤나봐!」
__아이들이 잔뜩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아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크는 나타나자마자 다짜고짜 세릭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는군요. 세릭은 눈가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아크를 노려봅니다. 아크가 먼저 소리치네요.
__「캬캬캬, 나 대마법사 아크님의 부하 세릭! 싸워라!」
__「누가 네 녀석의 부하라는 거냐!」
__「아크가 우울증에서 벗어났나본데.」
__론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사이, 세릭이 론의 짧은 머리카락이 흔들릴 정도로 그의 앞을 지나 아크에게 돌진합니다. 이거, 또 싸움 나겠군요. 아니,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폭력이려나요. 하지만! 지금은 그들 사이에 제 3자가 있었죠. 비록 세릭과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령이었지만 말이에요.
__「저 녀석과 싸우면 된다 이거지? 꺄르르, 무식하게 생긴 여자잖아?」
__아크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라냐는 한 차례 웃음을 흘리고는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습니다. 그러자 푸른 기운이 그녀 주위로 모여들더니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되어 세릭을 향해 날아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보기에 그것은 영락없이 아크가 부리는 마법이었죠. 세릭조차 깜짝 놀라며 급정지를 시도합니다. 몸을 옆으로 틀자마자 수십 개도 넘는 작은 얼음 조각이 그녀를 덮쳤죠. 세릭은 지끈지끈하고 얼얼한 기운에 얼굴을 찡그립니다.
__「꺄핫, 별 것도 아니잖아?」
__「봤느냐! 이것이 진정한 나의 실력이다! 캬캬캬캬!」
__아크는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로 세릭을 향해 소리치는군요. 라냐가 잠시 아크를 이상한 눈으로 내려다 봤자만, 그건 잠깐의 여유일 뿐이었죠. 틀었던 몸을 되돌리는 세릭의 몸에서 뻗어 나오는 위험스러운 기운에 라냐도 움찔합니다.
__「에잇, 한 방에 끝내주마!」
__「캬캬캬캬, 지금까지의 복수를 해주마!」
__라냐가 소리를 지르자 밑에선 아크가 세릭을 향해 소리를 질렀죠. 라냐가 손을 뻗자 아크도 손을 뻗습니다. 그녀의 손앞에서 생겨나는 긴 얼음의 창은, 감쪽같이 그 아래서 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크의 마법이 되어버렸죠. 뒤에서 아크와 세릭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의 입이 다물어질 새가 없습니다.
__「오오, 아크가 우울증만 해소한 게 아니라 정말 대마법사가 되고 왔나봐!」
__세릭은 도끼눈으로 아크를 노려봤죠. 아크는 움찔하며 손을 몸에 붙였지만 마법은 여전히 그의 머리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크는 얼른 손을 위로 뻗었지만, 세릭은 두 눈을 작게 뜨고 아크 주위를 살펴보네요. 얼음 창은 이제 거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세릭은 피식 웃음을 흘리는군요.
__「네 놈이 뭔 수작을 부리는지는 모르겠다만, 너 같은 놈한테 진다면 세릭이 아니지!」
__세릭의 말에 라냐가 순간적으로 움찔합니다. 「나, 나보고 하는 소리냐? 내가 보일 리가 없는데!」 물론 아크에게 하는 소리였지요. 라냐는 이를 악 물고 기다란 얼음의 창을 세릭에게 집어던지는군요. 세릭이 그 무시무시한 창을 보고 망설이는 사이, 아크가 다시 한 번 소리칩니다.
__「캬캬캬, 내 승리다!」
__「누구 마음대로!」
__순간 세릭의 눈에서 불빛이 번쩍거리더니, 그녀를 향해 돌진하는 얼음 창을 아랑곳 않고 아크에게 달려갑니다. 그녀와 얼음 창의 거리가 불과 1미터 내로 줄어들자, 세릭은 주먹을 굳게 쥐고 몸을 옆으로 비트는군요. 그리고 튕기듯 몸을 돌려 냅다 주먹으로 얼음 창의 옆구리를 날려버립니다. 와장창창 - 십수 초나 걸려서 만들어낸 회심의 마법창이 그녀의 주먹 한방에 산산이 쪼개져버렸죠. 아크는 입을 쩍 벌렸고, 라냐도 깜짝 놀랍니다.
__「마, 말도 안 돼! 인간 따위가 내 얼음 창을!」
__세릭은 아크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며 다시 그를 향해 달려듭니다. 라냐는 당황하며 세릭을 향해 손을 뻗어보네요. 땅 속에서 세 개의 물기둥이 뻗어 나왔지만, 물기둥은 마치 얇은 종이조각 마냥 세릭의 움직임을 전혀 방해하지 못하는군요.
__「이, 이잇! 질 순 없지!」
__라냐는 남은 힘을 쏟아 부어 아크의 몇 발자국 앞으로 푸른 기운을 집중시킵니다. 그러자 땅이 우르르르 울리더니, 거대한 얼음의 벽이 솟아올랐죠. 대충 봐도 세 뼘은 되어 보이는 얼음벽은 방망이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해 보이네요. 얼음벽은 세릭의 지척이었고, 도무지 피할 도리가 없었죠. 라냐는 얼음벽에 갖다 박고 기정해버리는 세릭의 모습을 상상하며 입 꼬리를 올립니다. 아크가 소리치는군요.
__「이 힘만 세고 무식한 인간 같지도 않은…」
__지척이라고 했는데 참 길게도 소리치네요. 세릭은 발끈해서 그대로 주먹을 불끈 쥡니다. 그녀는 아까마냥 있는 힘껏 허리를 옆으로 돌리는군요. 그리고 온 몸의 무게를 앞으로 쏠면서 주먹을 앞으로 쭉 뻗습니다. 와장창창.
__「마, 말도 안 돼….」
__라냐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사이, 세 뼘 두께의 얼음벽은 수천 개의 얼음조각이 되어 허공에 흩날리고, 세릭은 마치 안개 같은 그 얼음조각 사이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녀는 급정지를 하면서 땅을 딛고 있지 않은 발끝을 날카롭게 만들었죠.
__「죽어버려!」
__그녀는 온 몸을 뒤로 젖히며 발을 위로 들어올립니다. 그 발은 아크의 머리카락을 가르며 그의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죠. 그래도 비명은 들려옵니다. 그녀의 발끝은 정확하게 라냐의 등허리를 때렸고, 라냐는 긴 비병을 지르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네요. 세릭의 발이 일으킨 바람이 가라앉아 아크의 머리카락이 내려온 후에야 아크는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__「이…이겼다.」
__그런데 라냐는 보이지도 않는 곳까지 사라져 버린 걸 어쩌죠. 대신 아크의 앞에는, 눈에서는 빛이 번뜩이고, 살인적인 기운이 풀풀 풍겨 나오는 세릭이 서 있습니다. 아크가 멋쩍게 웃어보이자, 세릭이 입 꼬리를 살짝 들어올려 이를 보이네요.
__「그게 말이지, 세릭…」
__「변명은 맞고 난 다음에 하는 게 어때?」
__오랜만에 심의상 삭제를 해야겠습니다. 아크의 비명소리는 배경효과로 즐기고, 나머지 아이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먼저 제나스가 중얼거립니다.
__「어떻게 저걸 깼을까? 역시 세릭은 대단해.」
__「저거 정말… 아크가 쓴 마법이야?」
__론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듯 제나스와 데미안에게 물어보는군요. 데미안은 팔짱을 낀 채 나직이 중얼거립니다.
__「아이프렌 시어즈, 아이프렌 랜서드, 아이프렌 월 파이즈, 아이젠 포스. 모두 간단한 마법이 아냐. 이제논계의 수준 있는 마법들이라고. 하나하나가 3학년 선배들 중에서도 제대로 쓰는 사람이 있을까 말까한 마법들인데, 우리가 본 건 수준급이었어. 발동시간은 오히려 빠르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__「하, 하지만 저기엔 분명 아크 밖에 없잖아?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__「정령이 도와준 거 아닐까? 정령 중에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도 있데.」
__제나스가 말을 꺼냈지만 론은 고개를 절래절래 젓네요.
__「정령은 계약에 의해서만 인간을 도와준다고. 아크 녀석이 정령사였다면, 지금까지 그렇게 수모를 당하고 살았겠냐? 특히 엘른데스 마법학교는 정령을 이용한 마법 구사도 실력으로 인정해 주는데 말이야.」
__말은 그렇게 했지만, 론은 다른 이유로 설명하지는 못했죠. 론은 아크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죽도록 두들겨 맞아 엉망이 된 모습은 높은 수준의 마법을 부리던 아까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죠.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는군요.
__「꿈이라도 꾼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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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하하, 무적의 세릭~ 그런데 아크가 위험을 무릎쓴 보람도 없이 날아가 버렸군요. 언제 돌아오려나?
아직까진 세릭천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