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갈 듯 행복한 플라실2004년 06월 7일
- FIFAworldcup.com
올 휴가철에 해변으로 떠나 자유롭게 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는 선수가 있었다면 바로 젊은 체코 출신의 선수 야로슬라브 플라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렐 브뤼크너 체코 대표팀 감독이 유로 2004에 모나코의 스타 플라실을 선발하자 플라실은 모든 여행 계획을 뒤로 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2부 리그 클럽으로 임대됐다가 돌아온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플라실에게 2003/2004 시즌은 꿈과 같은 한 해였다.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유로 2004가 펼쳐지는 동안 다시 한번 꿈이 아닌지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아야 할 일이 생겼다.
1982년 1월 5일 체코 오포츠노에서 경리인 어머니와 공장 근로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야로슬라브 플라실은 17세 되던 해 해외에서 활동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유럽의 몇몇 명문 클럽에서 제의를 받았지만 그는 바로 모나코행을 선택했다. 분별력 있는 플라실은 모나코에서 프로 경험을 점진적으로 쌓으면서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축구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 2년간 야로슬라브는 자국의 청소년팀에서 맹활약을 펼쳤으나 성인 대표팀에서는 아직 그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999년 유럽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던 체코 청소년팀(16세 이하)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모나코에 입단할 수 있었다.
하부 리그에서의 견습 생활
모나코 팀에서 가장 많은 신망을 얻는 신예로 성장했지만 플라실은 성인팀에서 활동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스스로 판단한다. 그 결과 2001년 말 첫 무대에 데뷔하기 전 2년 동안 2군에서 지내면서 경험을 쌓는다.
모나코나 새로운 감독 디디에 데샹이 모두 어려운 시즌을 맞이하게 되자 어린 체코 출신의 플라실은 고작 4번의 교체 선수로 투입된 것이 전부로 시즌 내내 후보 선수 신세를 면치 못했다. 마르코 시모네와 크리스티안 파누치 등 두 명의 이탈리아 선수과의 불화로 자신의 감독 자리를 위협 받고 있던 상황에서 1998 FIFA 월드컵 우승국 선수이자 유로 2000 우승국의 선봉장이었던 데샹은 어린 플라실에 대한 믿음을 쉽사리 가질 수 없었다.
다음 시즌 플라실은 드디어 성인팀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지만 감독은 더욱 강한 모습을 요구한다. 이번 시즌이 시작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플라실은 2부 리그인 크르테이유의 임대 선수로 모나코를 떠났다. 여기에서 전 국가 대표팀의 기술 감독이자 모리타니아 대표 감독인 노엘 토시와 노련한 프로들의 주의 깊은 관찰 아래 플라실은 축구에 대한 공부를 거의 마치게 된다.
살아 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크르테이유 덕분에 플라실의 열정은 되살아났다. 플라실이 모나코에 복귀하자 모나코의 스포츠 국장인 앙리 비앙셰리는 "그는 투지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크르테이유에서 14경기 출전으로 적당히 물이 오른 플라실은 체코 청소년대표팀의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디디에 데샹은 몰라보게 성장한 플라실을 보고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 없었고,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부터 바로 투입된 플라실은 자신이 가진 어마어마한 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플라실은 우리팀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많은 재능을 가진 선수다”라며 전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장인 데샹 감독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체코 대표로 발탁
베스트 11은 아니었지만 출전 선수 명단에 계속 이름을 올렸던 플라실은 모나코가 승승장구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선수로 거듭난다. 그의 정확한 패스 능력과 중원 장악력은 뛰어났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유럽 무대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거둔 모나코의 주요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성숙함이었다. 예를 들어 플라실은 갈락티코스가 넘쳐나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모나코는 베르나베우에서의 2-4 패배 이후 스타드 루이 II에서 가진 마드리드전에서 3-1로 완승하며 프랑스 클럽 축구 사상 가장 큰 위업을 이룬다.
이러한 활약은 당연히 체코 국가대표팀의 카렐 브뤼크너 감독의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는 2004년 3월 31일 아일랜드전(1-2)에 플라실을 처음으로 선발한다. 22분 밖에 뛰지는 못했지만 브뤼크너 감독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플라실은 유로 2004에서 뛰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브뤼크너 감독은 "우리팀에는 거의 포워드에 가까운 공격형 미드필더가 많다. 플라실은 매우 유연한 미드필더이다. 중원에서 지원해 줄 선수가 필요할 때 이를 해결해 줄 유일한 선수가 플라실이다”라고 깜짝 선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플라실은 감독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6월부터 시작된 두 번의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에 출장하여 맹활약을 펼쳤고 불가리아(3-1)를 상대로 한 골을 기록했다.
야로슬라브 플라실은 유로 2004 우승 후보인 체코 대표팀에 막 합류한 선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혜성처럼 나타난 그일지라도 2006 독일 월드컵 예선전 동안 그의 입지를 굳힐 때까지는 교체 선수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