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05년 ≪작가마당≫으로 등단한 정완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오래 떠났다 돌아온 고향에서 뭇 생명들과 교감하며 연민과 공존의 세계,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이 시의 중심을 관통한다. 시인의 말에서 ‘쉽게 읽히는 좋은 시’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듯, 관념이나 낯선 감각과는 거리를 둔 시편들은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사를 구체화한다. 나아가 세상의 독기를 빼고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 즉 성찰과 겸손의 서정이 이번 시집의 미덕이다.
2005년 ≪작가마당≫으로 등단한 정완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조찬』(도서출판 애지)이 나왔다.
이번 시집은 오래 떠났다 돌아온 고향에서 뭇 생명들과 교감하며 연민과 공존의 세계,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이 시의 중심을 관통한다. 시인의 말에서 ‘쉽게 읽히는 좋은 시’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듯, 관념이나 낯선 감각과는 거리를 둔 시편들은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사를 구체화한다. 나아가 세상의 독기를 빼고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 즉 성찰과 겸손의 서정이 이번 시집의 미덕이다.
표제작 「조찬」은 겨울 황량한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은 피라칸사스 붉은 열매가 배고픈 새들의 먹이가 되는 걸 보면서 새들의 지저귐을 덤으로 얻는 인식이 그려져 있고, 「고사리」에서는 고개 숙인 고사리의 태생과 고개 숙이고 독기를 빼내야 얻게 되는 사물을 접목해 자연과 하나 되는 과정을 그리며 다시 고향에 정착하는 방식이 ‘겸손’임을 보여준다. 「접」에서는 “나무 하나 꽃 하나 심는 것도/ 강아지 한 마리 들이는 것도/ 새로 식구 하나를 맞이하는 것도/ 생명을 가진 것들은 모두가/ 아주 조심스러운 일이지요”라는 세상 이치를 터득해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빚어낸다.
김정수 시인은 해설을 통해 “정완희 시는 시적 사물/대상을 관념화하지 않고 관찰과 경험의 세계에 녹여 선명한 이미지로 “삶의 이야기”를 시로 구현한다. 시적 사물/대상을 파편화하거나 재조합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한 편의 이야기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 보여준다. 시인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양한 사물에 대한 관찰과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다.”고 말한다.
정한용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인의 눈에 새롭게 포착된 ‘작은’ 사건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돌아가신 부모님 기억, 당숙모, 옥산댁 같은 이웃 어른들, 농사지으면서 알게 된 벌레와 새들, 집 주변에서 자라는 동물과 나무와 풀들…… 이들은 시인의 인식에 불을 밝히며 동시에 ‘함께 살아야 할 의미’를 일깨운다. 이 시집의 독자들은 시인이 펼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 풍경의 끝에서 ‘따스한 연민’을 읽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목차
제1부 숲길
숲길/ 고사리/ 동백대교 지나며/ 배추/ 무화과/ 이소離巢/ 콩 타작/ 옥산댁/ 빨간 고무장갑/ 연분홍 원피스/ 부소산 내림길/ 개조심/ 빈집/ 고사목에게/ 박대
제2부 조찬
물수제비/ 조찬朝餐/ 물까치 한 마리/ 뼈다귀해장국/ 쏙소리감 1/ 쏙소리감 2/ 아몬드와 땅콩/ 염소는 힘이 세다/ 아버지/ 눈이 녹던 날/ 엄마 목소리/ 맥문동 솔숲/ 맹꽁이/ 미역국/ 여행의 조건
제3부 피아노
피아노/ 피아노 머신/ 물집/ 업둥이/ 비밀/ 풍장風葬/ 사기구슬/ 하관下棺/ 무너진 구두/ 호두/ 말벌의 영역/ 탱크/ 고백/ 나비는 끝없이/ 유혹의 무게
제4부 빨간 리본
역린逆鱗/ 빨간 리본/ 뜬장/ 리볼빙revolving/ 꽃을 베다/ 취명吹鳴 / 연탄불탑/ 지붕에 올라갔던 소들은/ 지옥의 길 마다가스카르/ 봉사/ 봄날의 꽃잎들/ 내동생 크리스티나/ 남수단/ 철까마귀의 날들/ 접
해설 생명, 몸과 마음의 귀향/김정수
추천 글:
이 시집은 시인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뿌리 내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겪게 되는 사건들이 촘촘히 전개된다. 오래 떠났다 돌아온 고향은 더 이상 기억 속의 낭만적인 터전이 아니다. 산천은 의구하지만 모든 게 예전 것이 아니다. 어찌 고향이라고 세월의 변화를 피해 갈 수 있으랴,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달리 보인다. 이런 ‘다름’을 인식하고 펼쳐 보이는 과정이 바로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시인의 눈에 새롭게 포착된 ‘작은’ 사건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돌아가신 부모님 기억, 당숙모, 옥산댁 같은 이웃 어른들, 농사지으면서 알게 된 벌레와 새들, 집 주변에서 자라는 동물과 나무와 풀들…… 이들은 시인의 인식에 불을 밝히며 동시에 ‘함께 살아야 할 의미’를 일깨운다. 이 시집의 독자들은 시인이 펼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 풍경의 끝에서 ‘따스한 연민’을 읽게 될 것이다. 혹시 귀가 밝은 이라면, 시인이 세상을 향해 울리는 고요한 “북소리”도 듣게 될지 모른다.
- 정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