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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 포스터. ⓒSBS
며칠 전 모범택시 시즌2가 종영됐다. 이 드라마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생기는 억울한 피해자들의 사연을 듣고 택시회사인 무지개 운수와 회사 소속 운전사인 김도기(이제훈 분)가 이들을 대신해 사적인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시즌1에선 학교폭력 피해자를 대신해 김도기가 폭력 가해자의 우두머리를 응징한 장면이 있었다. 현실에선 폭력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피해자들은 2, 3차 피해를 받기에 현실을 생각하면서 그 장면을 보니 학교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있던 나로선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시즌2에서도 시즌1처럼 사람들이 경악스러워할 만한 범죄 이야기들로 가득했는데, 그중에서 12~16회까지 방영됐던 내용을 얘기할까 한다.
블랙썬 클럽의 검은 실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자, 김도기는 김용민(백수장 분) 전 기자 집에 찾아갔고, 그는 도기에게 진실을 털어놓는다. 당시 기자였던 김용민은 마약반 최성은(장인섭 분) 형사에게 블랙썬 마약유통 제보가 있음을 알렸고, 그는 최형사 수사 결과 후 기사를 내기로 최형사와 약속한다. 어느 날, 김용민은 최형사 전화를 받았는데, 최형사는 용민 말이 맞았고, 용민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며 어떻게 할지 모르니 하나만 더 확인하겠다고 말한다.
얼마 후 용민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이라도 하듯 최형사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채무 결과로 인한 자살이라고 경찰은 최형사 죽음을 결론 냈고, 용민은 블랙썬이 살인을 저지른 거라며,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거절됐다. 이후 최형사에게 건넨 녹음기 펜이 발견되지 않자, 블랙썬 내부로 들어가려 하지만 가드들 방해로 좌절됐고, 누명을 쓴 용민은 언론에서 퇴출당한다.
이런 사연을 들은 김도기는 모범택시 연락처를 용민 책상에 남기고 갔고, 용민은 자신의 사연을 무지개 운수에 의뢰한다. 김도기가 얼마 전 죽을뻔한 게 블랙썬과 연관돼, 최형사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장성철(김의성 분)은 사건 의뢰자가 무지개 운수 존재 이유라 했고, 이에 무지개 운수 팀은 의뢰를 받아들인다.
김도기는 최형사 죽음의 진실과 블랙썬 실체를 알 수 있을 걸로 추측되는 녹음기 펜을 찾으러 블랙썬 비밀사무실을 알아내 거기서 숫자들 적힌 종이, 정체 알 수 없는 CD를 빼내고 컴퓨터 속에 CCTV 영상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얼마 후 영상 속 여성들은 모두 정신을 잃었고, 정신 차리니 처음 본 남자랑 호텔방에 있음을 알곤 경찰에 성폭행 신고했으나 대부분 고소 취하되고 블랙썬이 여성들이 몸을 가눈 영상들을 증거로 무고죄로 신고해 역고소를 당했음을 무지개 운수 팀은 알아낸다.
김도기가 잠에서 깬 후 블랙썬 클럽에서 입수한 녹음기 펜을 꺼낸 모습. ⓒSBS Drama Youtube 동영상 캡처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기와 안고은(표예진 분)은 영상 속 피해자들이 고소한 곳과 이들을 무고죄로 체포한 곳이 똑같은 정삼경찰서임을 알게 된다. 결국, 경찰과 블랙썬과의 강한 유착이 뿌리 깊은 악의 사슬을 만들어냈던 거다. 한편, 도기의 움직임을 이상하게 여긴 불랙썬 일당은 김도기에게 약을 탄 술을 먹였다. 정신이 몽롱해진 도기는 일당 손에 죽임을 당할 뻔했지만, 무지개 식구들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며, 결국 최형사가 블랙썬에 남기고 간 녹음기 펜을 찾았다.
녹음기 펜을 갖고 김용민 기자를 찾아간 도기는 최형사가 한 말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당시 최형사는 사망 당일 마약 수거 업무를 보러 간 선배들 뒤를 쫓았는데, 이들이 세관에서 수거한 마약을 소각한 척한 후 다시 고스란히 회수, 블랙썬에 마약 유통한 사실을 알게 됐다. 최형사는 이런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블랙썬에 급습하다 역으로 위기에 처해, 블랙썬 관리자물건들 속에 녹음기 펜을 섞어놓고 김용민 기자에게 뒷일을 맡긴 채 세상을 떠났다.
도기의 조언을 생각하며, 녹음기 속의 최형사 말에서 실마리 찾은 용민은 최형사의 이름으로 자신이 등록한 헬스클럽이 생각나 그곳으로 갔다. 헬스클럽 캐비닛 안에서 최형사가 쓴 편지가 있었는데, 편지 마지막엔 다른 사람들에게 몹쓸 짓 하는 놈들 제대로 처벌받아 법의 심판대에 세우란 말이 쓰여 있었다. 김기자는 오열했고, 이후 도기에게 녹음기 펜을 건넨다.
도기는 경찰과 블랙썬 간 유착 관계를 알고선 블랙썬 연루자들을 한 사람씩 상대해선 승산 없다며 전부를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쓰러뜨려야 한다고 무지개 운수 팀에 말하고, 블랙썬 소탕을 계획한다. 반면, 블랙썬을 기점으로 대규모 마약유통에 박차 가하던 온하준(신재하 분)은 도기가 최근까지 블랙썬 신입 가드로 일했다는 사실을 알자 경악하며 도기에게 발목 잡힐까 초조해한다.
이에 하준은 수하들과 같이 무지개 운수와 도기 집을 급습했지만, 실패했다. 하준의 움직임을 예상하던 도기는 블랙썬 측이 전 세계 마약상을 불러들여 대규모 마약유통 파티를 벌이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이와 관련해 최주임(장혁진 분)과 박주임(배유람 분)은 세관 압수 물품 보관실에 잠입해 마약 소각 전 마약을 밀가루로 바꿔치기했고, 빼돌린 마약은 무지개 운수 팀이 광역 수사대에 밀고했다.
블랙썬 측은 마약이 도착한 줄 알았지만, 유통된 마약이 밀가루라는 걸 알고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불신과 환각에 사로잡힌 이들은 서로를 폭행, 엉망진창 파티가 되었다. 결국, 경찰이 쳐들어오며 블랙썬 일당들을 검거했고, 이후 이들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반면, 기레기란 억울한 누명을 쓴 김용민 기자는 최형사의 억울한 죽음이 대중들에게 밝혀지며, 명예 회복됐다.
김도기가 블랙썬 내부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걸 지켜보는 모습(좌측), 블랙썬 일당들이 검거되는 모습(우측). ⓒSBS Drama Youtube 동영상 캡처
온하준이 김도기에게 졌음을 알게 된 금사회 교구장(박호산 분)은 그가 반드시 이길 거라는 오만 때문에 도기에게 졌다며 그를 활로 쏴 죽이려 했지만 하준이 다시 기회를 달라는 말에 화를 누그러뜨린다. 이후 교구장은 자신의 아들인 이시완(김창환 분)이 교도소에서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며 아들을 구해달라고 눈물로 김도기에게 호소했고, 이에 무지개 운수는 이 의뢰를 수락했다.
강하나 검사 도움으로 도기는 죄수로 위장, 장산 교도소에 최주임, 박주임과 함께 잠입한다. 도기는 죄수들 심리를 파악, 단숨에 방장 자리에 오르나, 죄수들이 시환 목숨을 현상금으로 노리는 분위기를 감지한다. 이에 도기는 돌발퀴즈와 주먹다짐을 통해 죄수 간 서열 정리 후 목숨 배당게임은 없음을 선언하고, 시완에게 친구인 것처럼 다가가며 시완을 보호한다. 얼마 후 도기는 재판에 출석하는 시완, 두 주임과 함께 출소하려 했지만, 교도소장 지시로 교도소로 재입소한다.
한편 온하준에게 죽임당하기 전 박현조 경찰청장(박종환 분)은 장성철에게 사건번호 다-2152를 보면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그는 사건번호와 관련된 서류를 본 후 김도기가 교도소에 있을 때 금사회 교구장 대저택으로 간다. 대저택에서 교구장과 하준이 함께 나온 사진을 본 장성철은 깜짝 놀라는데 이때 금사회 측 습격을 받은 후 시간이 지나 교구장과 독대하기에 이른다.
교구장 방에 걸린 사망 아동들 사진들을 본 장성철은 교구장이야말로 가짜 성직자 탈을 쓰고 많은 무고한 아이들이 부모를 기다리다 납치돼 교구장 운영 복지원에서 폭행·혹사당해 죽게 만든 원장임을 신랄하게 얘기한다. 이에 교구장은 무고한 아이들이 당시엔 ‘부랑자’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신이 희생 감수해 나라에서 공로 인정으로 표창받고 감옥도 다녀왔다며, 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성철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라며 교구장에게 독설을 날렸다.
도기는 다시 입소했는데, 도기의 방에 온하준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준은 자기가 세운 것들을 도기가 다 무너뜨렸다며 안고은, 최주임 등 그가 사랑하는 자들이 부서지면 어떤 기분일지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이에 도기는 그들 털끝 하나 건드리면 하준 죽인다고 분노했고, 하준은 자신의 기분이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라며 궁금하면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그를 자극한다.
아울러 하준은 오후 12시가 되면 현상금이 두 배가 될 거라며, 도기를 위협한다. 잠시 후 수감된 방에서 나온 도기의 모습을 본 하준은 죄수들 방을 열어 죄수들을 나오게 했다. 죄수들의 표적이 된 도기는 수적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었으나, 있는 힘껏 싸운 끝에 죄수들을 일망타진했다. 하지만 하준의 방으로 도기는 끌려갔고, 하준은 그에게 게임 제안 후 포승줄에 묶인 최주임, 박주임, 안고은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세 사람 번호 중 하나를 부르면 그 사람부터 떨어뜨린다고 협박한다.
온하준(신재하 분)이 죄수들 방을 연 후 위스키를 마시는 모습(좌측), 김도기가 죄수들을 일망타진한 후 서 있는 모습(우측). ⓒSBS Catch Youtube 동영상 캡처
이에 도기는 당신들을 끝까지 기억할 테니, 우리가 여기서 멈춘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당신들에게 나타날 거라고 말한다. 도기의 말을 들은 하준은 힘없는 것들은 언제나 기억한다고 하는 이유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기에 그렇다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도기는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억울한 최형사의 죽음을 잊지 않고 기억했기에 김용민 기자는 세상에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말이다.
도기 말을 들은 하준은 도기가 개죽음당하게 생겼다며 5초 준다고 했지만, 도기는 지금 몇 시냐고 물은 후 시계를 보니 정오가 아닌 오후 1시라서 다행이고, 4번인 하준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준은 개수작 부리지 말라고 했지만, 교도관장(윤상호 분)이 화면을 틀더니 시완이 법정에서 무사히 증언을 마치고, 고은과 최주임, 박주임은 무사 탈출해 시완의 호송을 도운 모습이 뉴스에 나왔다. 이 뉴스를 보며 하준은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며 당황했지만, 사실은 이랬다.
이시완 출소 하루 전, 김도기는 일이 너무 잘 풀려 이상함을 느꼈는데, 마침 장성철이 안고은을 통해 도기에게 이시완은 뺀 나머지가 함정이라고 전했다. 이시완은 사실 교구장 아들이 아니고, 금사회 관련 회사들의 외화거래 흐름을 검찰에 제보하던 신우은행 외화거래부 팀장이었다. 금사회는 비리 무마를 위해 주차장에서 그에게 살인미수 누명을 씌워 그를 장산 교도소에 가뒀다.
그러니까 장성철이 금사회 교구장과 독대하던 날, 교구장이 이시완이 살해위협을 받는다는 진짜를 미끼로 해 무지개 운수를 유인해야 한다고 하준이 말했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이시완을 빼놓은 의뢰인, 의뢰사항은 다 거짓이며 조작이었던 거다. 무지개 운수 측에서 조사해봤자 입막음하면 금사회에선 별문제 없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이 사실을 안 김도기는 이를 역이용해, 무지개 운수 팀에게 집중시키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준이 도기뿐만 아니라 안고은과 두 주임도 납치되었다고 믿었기에 시완의 증언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던 거다. 여기에 고은과 두 주임은 자신들이 납치될 상황에 대비해 호신용 스프레이를 준비했고, 그게 무지개 팀이 납치 상황에서 벗어나 탈출하는데 도움이 됐던 거다.
결국, 또다시 하준은 김도기를 위시한 무지개 운수의 계략에 빠져 자신의 계획이 실패해 분노에 차올랐고, 이에 교도관의 총을 빼 들어, 도기의 머리를 겨누어 쐈으나, 교도관장의 제지 하에 무위로 끝났다. 이로 인해 하준은 교구장의 신임을 잃고, 금사회 반지까지 뺏겨 죄수복을 입고, 징벌방으로 옮겨졌다. 도기에게 당한 하준은 감방에 갇힌 도기를 보며 분노를 내뿜었다.
한편, 금사회 교구장 대저택에 감금돼 있던 장성철은 머리를 굴려 감시원을 제압한 후 가드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사한 척을 하는 기지를 발휘해 탈출에 성공한다. 도기를 제외한 모범택시 팀은 다시 모였는데, 도기와 팀이 서로 연락되지 않았다. 이에 안고은은 김도기의 인이어 배터리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교도소에 물건 넣어주는 사람을 통해 도기에게 배터리를 전달한다. 배터리를 전달받은 도기는 무지개 운수 팀과 교신됐고, 팀은 도기를 구출하려 한다.
안고은(표예진 분)이 금사회 관련 대부업체 고객 자료 삭제를 시도하는 모습. ⓒSBS Catch Youtube 동영상 캡처
하지만 도기는 장산 교도소가 금사회 아지트인 점을 간파해 자신은 여기서 나가지 않을 테니 자금줄을 조여 금사회 일당들을 교도소로 모이게 해 한꺼번에 이들을 일망타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후 도기와 고은은 골동품 거래소, 대부업이 금사회의 주요 자금줄임을 알게 됐고 무지개 운수 팀은 이 두 곳을 공격하게 된다, 두 주임은 골동품 이송하던 날 중간에 골동품을 가로챘고, 고은은 대부업체 사무실로 가 해킹하며, 고객 명단을 모두 삭제, 금사회의 자금줄이 끊겼다.
이와 더불어, 장성철은 위험을 무릅쓰고 교도소 징벌방에 있던 온하준을 만나 서류 봉투를 건네며 진실을 알린다. 하준의 원래 이름은 김단우였는데, 놀이터에서 유괴를 당해 그의 부모는 오랜 시간 동안 단우를 찾아다니며 무지개 운수에도 의뢰했었다. 찾아다니던 도중 교구장 복지원인 형제자매복지원에 단우가 있음을 알게 돼 부모는 그곳으로 갔지만, 단우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는 걸 모른 채 교구장 살해 지시를 완벽히 수행하는 폐륜을 저질렀다. 이를 알게 된 하준은 절망하며, 지금 와서 자신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을 겪는다.
한편 자금줄이 끊기자, 금사회 일당들이 교도소로 모여들고, 이를 본 교구장은 위기감에다 무지개 운수 팀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도기를 부른다. 교구장은 도기에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거라며, 도기를 자극했고, 도기는 모범택시에 거짓 의뢰한 대가를 비싸게 받을 것이라며 교구장을 응징하려 했다. 하지만 교구장이 호루라기를 불자, 도기는 과거 물이 끓는 소리, 어머니가 피투성이로 쓰러진 장면 등의 트라우마가 연상돼 발작하며 쓰러졌다.
쓰러진 도기와 하준을 만나기 위해 교도소에 들어간 성철은 포승줄에 묶였고, 두 사람이 붙잡힌 걸 알게 된 나머지 무지개 식구들도 이들 둘을 따라가다 교구장의 함정에 걸려 붙잡힌다. 무지개 운수 팀은 교구장 수하들에 의해 총살당할 위기에 처했는데, 이때 또 다른 모범택시가 나타나 수하들을 하나씩 타진한다, 모범택시 1호 기사(김소연 분)가 무지개 식구들을 구출했는데, 성철은 붙잡히기 전 일본에 있던 그녀를 호출했고, 그녀는 성철의 부름에 달려온 것이다.
이에 무지개 운수 팀은 모범택시 1호 기사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는데, 그때 하준이 성철에게 전화해 도기를 바꿔달라고 한다. 전화 바꾼 도기에게 하준은 ‘나 같은 사람도 의뢰가 되냐?’며, 결투를 신청한다. 신청하기 전, 하준은 교구장을 만나 김도기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게 해달라고 한 상황이었다. 도기는 하준의 의뢰를 수락하며 교도관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교도소 옥상으로 갔다.
김도기와 온하준이 장산 교도소 옥상에서 결투하기 전 모습. ⓒSBS Catch Youtube 동영상 캡처
옥상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서로를 잠시 응시하더니 곧바로 싸움을 시작했고, 싸움은 김도기의 승리로 끝났다. 패배를 인정한 하준은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다는 도기의 말이 맞았다며 ‘당신들을 만났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라며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했고, 의뢰를 받아줘 도기에게 고맙다고 했다. 사실 김단우라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던 걸 교구장은 모른 채로 말이다.
그리고선 마지막 싸움은 자기 손으로 끝내게 해달라는 말을 하며 하준은 도기를 향해 총구를 겨눈 교구장에게 달려갔다. 당황한 교구장은 총을 3번 쐈고 하준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교구장을 향해 달려가더니 급기야 그와 함께 난간에서 떨어진다. 하준은 기사 시절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한 적이 있던 무지개 운수를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
이후 김도기와 무지개 식구들은 교도관장, 교도관 등 금사회 일당들을 일망타진하며 이들을 교도소 아지트인 징벌방에 가두었다, 김도기는 모든 싸움을 마치며 교도소를 나왔고, 무지개 운수 식구들은 그를 맞이하며 그가 원하는 행복한 곳으로 데려갔다, 이렇게 해 의뢰는 마무리됐다.
12~16회까지의 장면을 보며, 블랙썬 소탕 작전은 마치 4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게이트를 연상케 했다. 폭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경찰이 버닝썬 클럽 옹호했다고 폭로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언론 제보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다. 버닝썬 주식의 42%를 소유하던 전원산업 최모 씨는 서울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했단 것도.
이렇게 경찰과 비리 조직이 결탁한 모습이 언론에 알려지면, 민중의 지팡이가 돼야 할 경찰에 대한 국민들 신뢰가 추락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할 터이다. 버닝썬 게이트가 떠오른 것도 그랬지만, 필자 뇌리를 더욱 강력하게 스친 건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라는 김도기 말이었다.
온하준의 실제 이름인 김단우를 납치했던 드라마 속의 형제자매복지원과 관련해 무고한 아이들이 당시엔 ‘부랑자’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신이 희생 감수해 나라에서 공로 인정으로 표창받고 감옥도 다녀왔다는 교구장의 말을 통해 사실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떠오를 정도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이란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걸쳐 12년 동안 내무부 훈령에 따라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을 부랑자로 취급하며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 구타, 학대 등의 인권유린이 있었던 사건을 말한다.
인권유린 과정에서 사망자는 500여 명에 달한다. 1987년 당시 검찰은 형제복지원 박인근 복지원장을 불법 감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대법원은 박인근에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형제복지원은 폐쇄됐다. 또한, 같은 시기에 같은 배경으로 설립된 시설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약 6,400명에 달한다고 한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지난 2015년 4월 28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의 현장에 놓여 있던 피해자들의 자필 호소문. ⓒ에이블뉴스 DB
형제복지원 폐쇄 이후 이 사건으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웠지만, 곧 묻히며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사람들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빼앗긴 채 하루하루 폭력 속에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당하고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으리라.
게다가 광주 인화학교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묻힐 줄 알았지만, 2011년 도가니 영화로 다시 사회문제화되자, ‘그것보다 더 극악무도했던 형제복지원 사건은 왜 아무도 모르는가?’란 의문 속에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생존자인 한모씨는 진실을 알려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회의 여론은 들끊지 않았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로 가 1인 시위도 해보았으나 소용없었는데, 그때 한 교수를 만나 둘이서 형제복지원의 끔찍한 기억을 기록하는 일을 시작했다. 여기에 ‘무엇이 시설을 가능하게 했는가?’라는 박래군 인권재단 상임이사의 글까지 더해져 ‘살아남은 아이’란 한 권의 책이 시중에 나오게 됐단다.
이후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이 결성됐고, 9년 전 3월엔 SBS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 홀로코스트 그리고 27년: 형제복지원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영돼 이 사건의 의혹과 진실을 파헤쳤다. 하지만 가해자인 박인근은 여전히 교육가로, 사회복지사업가로 명망을 유지했다. 인권유린 생존자들에겐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더군다나 3년 전의 형제복지원 인권유린을 겪은 한모씨를 포함한 생존자들은 그 고통으로 인해 새로운 경험에 다가가기 쉽지 않았으리라. 이런 생존자들의 절규를 조금이나마 기억해서였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서 2018년 7월 행정안전부는 당시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과 관련해 ‘부적절한 서훈 취소(안)’을 심의 의결해 박인근에게 내려졌던 서훈을 취소하고 3개월 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내렸다. 서훈 취소를 보면 완전히는 아니지만 약간 속이 시원해진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묻혔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이 사건에 대해 기억하는 게 점점 많아지고 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있다. 최근 ‘형제복지원 기억 캠페인’을 부산시 인권센터에서 진행했고, 작년 8월 24일엔 형제복지원 사건이 인권침해로 인정되었다. 이로 인해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생존자들은 국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생존자 한모씨에겐 고통과도 같은 추악한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의 진실을 기억한 행위가 이렇게 국가 배상까지 간 것이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말살당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국가 배상 소송이란 싸움을 할 것이다. 배상 소송에서 재판부의 온당한 판결이 내려져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세월, 그리고 말살당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이를 통해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 종식의 시발점이 되길.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탈시설 과정 및 선택권과 개인의 의지, 선호에 대한 존중에 관한 설명. ⓒUN CRPD Committee
그런 의미에서 김도기가 단호하게 말하고, 싸움 후 김단우가 인정하게 된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는 그래서 강하게 공감되며 나의 뇌리를 스치고 심금을 울리는 말이었다.
그나저나 모범택시 시즌2에 필자도 열광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2년 전에는 모범택시 시즌1이 방영됐는데 역시 열광했다. 하지만 시즌 1 이후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법부는 가해자를 응징하지 못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미약해 인권유린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현실과 관련한 소재를 제작진은 모범택시 시즌2에서 담았고, 김도기의 사적 복수는 이런 현실에서 통쾌했으리라.
그러나 사적 복수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사적 복수가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는 걸 보면 그만큼 정의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현실이 지속되고 있기에 씁쓸하다. 모범택시 시즌3가 앞으로 나오기를 바라고 이와 비슷한 드라마들이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법부와 기득권, 가해자들이 정신을 차려 더 이상 김도기의 사적 복수와 같은 것에 열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생성되길 바란다. 이는 드라마 주인공 김도기도 바라는 거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이 말로 갈음하고자 한다.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