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투쟁 끝에 세종시·공사, 요구안 일부 수용키로
강태훈 지회장 “투쟁한 만큼은 아니지만 후회 없이 싸웠다”
장애계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종시 누리콜 지회(아래 누리콜 노조)의 끈질긴 투쟁 끝에, 세종시와 세종도시교통공사가 장애인 콜택시 누리콜 운전원의 고용을 유지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강태훈 누리콜 노조 지회장은 15일간 이어진 단식농성을 마무리했다.
장애계와 누리콜 노조는 3일 오후 3시, 세종시청 및 세종도시교통공사와 면담했다. 오른편에 앉아 왼손을 뻗고 있는 사람은 배준석 세종교통공사 사장. 사진 하민지
- 세종시·공사 “채용공고 다시 내고 기존 운전원에 응시자격 부여하겠다”
3일 오후 3시, 장애계와 누리콜 노조는 세종시청 건설교통국, 배준석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과 세종시청 1층에서 면담했다.
장애계와 누리콜 노조는 △채용공고 다시 낼 것 △기존 누리콜 운전원이 지원할 수 있도록 응시자격 조정할 것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아래 가이드라인)’에 따라 누리콜 운전원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 등 총 세 가지 요구안을 전달했다.
면담 결과, 세종시는 기존 누리콜 운전원 전원이 채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경력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응시한 이후에는 탈락할 가능성도 있어 100% 고용승계 보장은 아니다.
세종시와 공사는 △오는 7일, 채용공고 재공지 검토 △누리콜 운전원 전원 응시자격 부여 △경력 반영 검토 등을 약속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4일까지 장애계와 누리콜 노조 측에 발송하기로 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강태훈 지회장은 면담결과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 지회장은 “투쟁한 만큼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후회 없이 싸웠다. 함께 투쟁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면담결과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힌 강태훈 지회장. 사진 하민지
이춘희 시장이 사는 아파트 1층 현관 앞. 활동가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붙였다. 현수막에는 ‘이춘희 세종시장은 누리콜 노동자 고용승계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이춘희 시장 집 앞 찾아가 4자 면담 성사돼
이날 면담은 전날 밤까지 이어진 장애계와 누리콜 노조의 끈질긴 요구 끝에 성사됐다. 활동가들은 2일 오후 10시경,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이춘희 세종시장 집 앞을 찾아갔다.
이 시장을 만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갔다. 강태훈 지회장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투쟁하고 단식하고 있는지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집 앞을 찾아간 이유를 설명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이 시장을 만나 “기존 누리콜 운전원에게 큰 문제가 없다면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고 계속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단식 중인 강태훈 지회장도 이 시장 집으로 달려와 대화를 눴다. 이 대화로 장애계, 누리콜 노조, 세종시, 공사의 4자 면담이 성사됐다.
활동가들이 펼친 현수막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모습.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용승계 투쟁, 종지부 찍나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세종시청 앞에서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이동권은 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다. 장애인이 이동하는 공간에서 운전하는 노동자를 만난다. 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됐을 때만 모두가 온전히 해방될 수 있다. 장애인차별 철폐와 불안정노동 철폐는 서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연대를 약속했다. 여 대표는 “기존 운전원 수도 턱없이 부족한데 이들을 사실상 해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종시 말대로 공정경쟁을 하려면, 기존 운전원을 그대로 고용승계하고 부족한 인원은 공개채용을 통해 모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편 공사는 지난 5월 14일, 장애계 및 누리콜 노조와 협의하지 않은 내용의 누리콜 운전원 채용공고를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공사가 수탁 기관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장애계와 누리콜 노조가 요구했던 내용과는 다른 내용이 채용공고에 담겼다.
애초 협의된 경력기준은 ‘세종시 관내 택시운전자격 경력 3년 이상 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 경력자’였다. 기존의 누리콜 운전원이면 누구라도 응시할 수 있는 기준이었다.
그런데 공사는 협의된 내용을 파기하고 자격기준을 ‘세종시 관내 택시운전자격 경력 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 경력을 합하여 3년 이상’으로 변경해 공고를 냈다.
이 기준 때문에 기존 운전원 22명 중 11명이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 11명 중에는 장애계와 함께 누리콜 공공운영 촉구 투쟁을 한 노조원들도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투쟁에 대한 ‘보복’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줄곧, 가이드라인에 따라 세종시와 공사가 기존 운전원의 고용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이를 무시한 채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사례가 아니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었다.
면담 전 단식농성장에 앉아 있던 강태훈 지회장. 강 지회장은 면담 후 단식농성을 마무리 지었다. 사진 하민지
결의대회가 끝난 후 활동가들이 커다랗게 펼쳐진 현수막 앞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