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문구 선생의 글을 보니, 장날 이야기가 나와 있어서 옛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에야 다 5일 장이 섰는데 이 장을 6장이라고 하는 말은 한 달에 여섯 번 장이 서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육장을 다 다니는 사람들이 장돌뱅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옛날 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싸전'이었다는데 요즘은 어느 장에도 싸전이 없을 겁니다. 싸전을 '시게전'이라고 했다는데 저는 시게전은 못 들어본 말입니다. 예전에는 쌀이 가장 중요한 거래품목이라 시장의 중심에 있었다고 하는데 저게 싸전을 구경한 적은 없습니다.
쌀을 사고 파는 게 싸전의 역할인데 요즘은 슈퍼에서 쌀을 사다 먹으니 당연히 싸전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방앗간에서는 쌀이 가마니로 나왔지만 머리에 이고 오는 분들은 많아야 서너 말이고,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말이 아니라 되로 사가는 분들도 있었으니 싸전에서 쌀을 사고 파는 것은 매우 큰 일이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장날 가장 큰 돈이 오가는 곳은 쇠전이었습니다.
어느 장이나 다 쇠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광천 장은 쇠전이 아주 큰 편이었습니다. 하루 거래량이 수십 마리가 넘을 정도였고, 쇠전 옆에는 돼지와 다른 가축을 사고파는 장이 섰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쇠전에는 소를 사고파는 사람들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쇠 살쭈(흥정꾼)와 그를 거들어 주는 거추꾼이 함게 존재했다고 하는데 저는 쇠전에 가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런 용어들도 생소합니다. 지금은 광천 장에도 쇠전이 없어지고 홍성 가는 벽계리에 따로 만들어 놓았던데 장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예전 같이 흥성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광천 장날, 그것도 대목 장날이면 정말 대단했는데 이젠 다 옛날이야기입니다. 드팀전은 옷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옷감을 파는 곳이었는데 이젠 그것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밖에도 시장에서 사라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데 장이 사라지면 그 장에서 쓰든 말들도 함께 사라져서 말도 없어지게 됩니다.
새로 들어오는 말이 많다고 하지만 우리가 쓰던 말이 없어지는 것도 큰일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