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사먹다고 하자

[李範鎔 (대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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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사먹었다고 하자

                                                                                     정숙자

  어제의 일이다

시내에서 일을 보고 오다가 역전 옷가게에 들렸다.

 봄이라고는 해도 봄옷을 입기에는 너무 춥고 겨울옷을 입기에는 좀 두꺼운

날씨이라 내일 모래 여행갈 때 입을 만한 점퍼가 있나 해서 들렸던 것이다.

그런데 유난히 시선을 끄는 빨간 점퍼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을 물으니 무조건 입어보란다. 맞으면 흥정하고 안 맞으면 그만이니

입어보고 말하자는 점원의 말에 옷을 입어 보았더니 맞춤처럼 딱 맞았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색상이 너무 진한 빨강색이라 조금 그렇긴 하지만

여행갈 때는 눈에 띄는 빨강색이 일행 찾기도 좋다고 수선을 떠는 바람에

 그냥 살까?하는 생각에 가격을 물었더니 30만 5000원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메이커가 있는데 그럼 그 값도 안 해요.

 닥스 잖아요. 닥스, 다  브렌드 값이지요. 했다. 그러고 보니 미색 바탕에

 체크무늬가 있었다. 닥스 특유의 체크 무늬는 워낙 유명해서 값이 조금

비싸긴 해도 브렌드 값으로 따지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라는 장사의

 말에 그런 것 같기도 해서 카드로 결제를 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옷을 다시 입어보고 안경을 꺼내어 메이커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닥스로 오인 할 만큼 닥스

비슷한 체크무늬로 칼러와 옷소매를 만들어 놓은 무명 메이커 였다.

단돈 몇 만원이면 살 수 있는 비 메이커 옷을 닥스라고 속여 30만원이란

돈을 수월하게 받아 챙기는 그들의 상술이 어찌나 괘심하던지

 나는 또 속았다고 생각하며 분을 가라 앉혔다.

  이튿날 딸 아이한데 옷을 보여주었더니 첫말에 튀어나온 말,

우리엄마는 좀 똑똑한 줄 알았더니 이럴 때보면 헛 똑똑이야.

그걸 닥스라고 하면 그냥 믿을 것이 아니라 메이커 확인을 그 자리에서

해야지, 집에 와서 메이커 확인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떡 사먹었다고 생각하자." 내가 말했다.

그러자 딸이 하는 말, 아무리 엄마가 떡을 좋아해도 그 돈이면 10년

 떡값은 되겠다, 해서 한바탕 웃긴 했는데, 곰곰 생각하니 화가 났다.

  그리고 딸한테 한마디 듣고 나니 자존심이 상해서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이리 줘! 내가 가서 바꿔 올게, 하며 옷을 뺏어서 어제 싸온 비닐봉지에 담았다.

분명 그 가게에서 싸준 봉투에 그 옷을 담은 것이다.

 “엄마! 가서 또 큰 소리치고 싸우면 안 된다.” 라는 딸아이의 말을

뒤로 하고 시내로 갔다. 어제 내가 옷을 사고 나오면서 간판을 눈여겨

봐놨기 때문에 전철을 바꿔 타 가면서 그 집에 도착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이 옷을 바꿀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갔는데 막상

그 가게에 도착하니 호락호락 바꿔 주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작전을 하지 않고는 내 주변머리로는 이 옷을 환불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상호(간판)부터 사진을 찍었다.

몰래 찍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면에서 찍었더니

 어제 물건을 팔은 아가씨가 보더니, “사진 왜 찍어요?” 하며 나를 쳐다

 보았다. 그순간 잽싸게 아가씨도 찍었다. 그리고 가게 안도 찍었다.

 아줌마인지 아가씬지는 모르지만 그냥 아가씨라고 호칭을 한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는 여전히 사진 왜 찍느냐고 물었다.

그 대답은 있다가 듣고, 내 말부터 할게요. 

“아가씨 나 기억해요?” 하고 물었더니 머뭇머뭇했다.

 “어제 나 여기 왔다 갔는데 기억하지요” “네, 맞아요”

 “그럼 이 옷 닥스, 라고 거짓말 하고 나한테 팔은 것도 기억하지요”

 “그 옷 닥스 맞아요” 여전히 거짓말이다.

“돋보기를 쓰고 봐라. 여기 닥스 닥자도 없다.

늙은이들 눈 어둡다고 거짓말 하고 사기를 쳐?

빨리 환불해.” 거의 반말로 했다.

그러면 왜 반말 하냐고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한테 거짓말하는 사기꾼한테 내가 존대 말 할 줄 알았더냐는

 대답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말은 하지 않고 사진부터 지우라고 재촉했다.

 옷값을 환불해 주면 사진은 당연히 지울 것이니 환불부터 하라고 했더니,

 사진부터 지우세요다.

거짓말 하고 옷을 팔은 것이 먼저이고, 사진 찍은 것은 그 뒤이니 순서대로

하자고 했더니, 다른 손님과 흥정을 하고 있던 사장이 나를 빤히 쳐다 보더니

큰 소리도 치지 않고 당당하게 따지는 내 모습에 도저히 물러설 것 같지

않음을 감지했는지, 주세요, 카드 영수증, 모두 주세요.

  환불 해 드릴테니 영업방해 하지 마세요 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닥스에서 나온 것 맞아요,

맞는데 제품에 표기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닥스는 맞아요.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건 지금 흥정하고 있는 다른 손님들 보기에 무안하니까 하는

 소리려니 하고 100% 환불을 받고 돌아오면서 스마트 폰이

 아니었으면 그 돈 환불 못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사는 증거부터 확보해 놓고 말을 해야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말을 하면 내 쪽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상표와 물건을 팔은 사람의 얼굴과 제품

 사진까지 다 찍어 놨으니 저들이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증거를 확보했으니 나는 큰소리 칠 필요가 없었다.

조용히 큰소리 한번 치지 않고

 30만 5000원을 환불받고 돌아오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헛똑똑이 엄마가 딸아이한데도 덜 미안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거금을 주고 산 스마트 폰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생각을 하며 시장에 들려 떡을 만원어치를 샀다.

  야! 떡맛이 왜이리 좋노?

딸아이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을 하며 떡을 먹는 엄마를 보고,

 "내일도 모래도 매일 사다 드세요. 30만원어치 떡을 먹으려면

한십년 걸릴거예요." 해서 한바탕 웃었다.

2019년 4,9일

[두별]

참 잘했습니다..ㅋㅋㅋㅋ

[李範鎔 (대니엘)]

귀한말씀감사합니다 기쁜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