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 [문태준]
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
그 문답 끝에 나비 하나가
나비가 데려온 또 하나의 나비가
흰 열무꽃잎 같은 나비 떼가
흰 열무꽃에 내려앉는 것이었다
가녀린 발을 딛고
3초씩 5초씩 짧게짧게 혹은
그네들에겐 보다 느슨한 시간 동안
날개를 접고 바람을 잠재우고
편편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다
설핏설핏 선잠이 드는 것만 같았다
발 딛고 쉬라고 내줄 곳이
선잠 들라고 내준 무릎이
살아오는 동안 나에겐 없었다
내 열무밭은 꽃밭이지만
나는 비로소 나비에게 꽃마저 잃었다
* 물질적으로는 그 어느 청년세대보다 풍요롭지만
사는 일이 가장 팍팍한 청년세대가 지금의 청년세대이다.
부모님들은 그럭저럭 어려운 경제시대를 뚫고 풍요를 얻었지만
자식세대에게 경제활동 영역을 세습해 주지 않았다.
청년이 품어야할 청춘은 인생의 황금이요, 꽃같은 시기인데
학문을 닦는 일도 어렵거니와 다 닦고 나도 나아갈 세상이 없다.
기성세대의 양보없는 탐심이 틈을 내주지 않는 까닭이다.
빈곤이 심하여 극빈이라 표현할 만큼 지금의 청년들에겐 참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도 나도 다 대학을 나와 이름없는 기업은 들어가려 하지 않으니 이것은 꽃을 잃는 것과 같다.
따지고 고르고 하는 사이 나이는 먹어가고 두번 다시 청춘은 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한우물을 파겠다는 꿈을 갖길 권해본다.
극빈은 빈곤의 세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임을 꼭 깨닫길 바란다, 청년들이여.
첫댓글 문태준의 극빈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겨봅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는 일을 뿌리치는 젊은이들...
그빈자리를 외국의 근로자들이 대신 메꾸는...
암담한 현실입니다...
좋은 직장을 선호하지만 그리 많지 않기에 문제인거죠.
작지만 알찬 기업도 많은데 힘든 일은 안하려고 합니다.
제조업이 강해야 나라가 사는데......
게으름이.. 다음해 봄에 심을 열무씨를 만들어 놓았으니 게으름으로 지극히 귀한 손님(극빈) 을 맞이한듯...
게으른 손님은 귀빈 아닌가요. 일명 귀찮은 빈대.....^^*
봄날 꽃밭마져 나비에게 빼앗긴 그 극빈 속으로, 슬픔은 그렇게 꽃보다 나비보다 더 활짝 피는데...
청년들에게 ISO인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