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youtu.be/9-lk4sm69l0?si=80CLwkLNM0rqsX24
Stravinsky Pulcinella suite - 조지 Szell / Cleveland 오케스트라(1966)
1999년 어느날, 발레 뤼스의 창설자인 디아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듣고 절대 내 의견에 반대하지 말아주게. 자네를 기쁘게 해줄 만한 아이디어가 있단 말일세. 내가 18세기의 즐거운 음악을 소개할 테니 여기에 오케스트레이션을 붙여 발레 음악으로 편곡해주게." 여기서 그가 염두에 둔 18세기 음악 작곡가는 페르골레지였다. 그러나 처음에 이 제안을 받은 스트라빈스키는 디아길레프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스트라빈스키가 알고 있던 페르골레지의 작품은 단지 '스타바트 마테르'와 '마님이 된 하녀'뿐이었는데, 그중 어느 작품도 그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아길레프가 이탈리아의 여러 음악원과 도서관에서 찾아낸 잘 알려지지 않은 자필 악보들을 그에게 건네주자, 그는 자신의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 내가 받은 악보는 미완성이거나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학자나 편집자들의 손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페르골레지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더욱 잘 드러내준다." 그의 말대로 이 재료들은 1918년 이탈리아 음악원에서 자필 악보의 형태로 발견되었으므로 페르골레지가 작곡한 음악 그대로의 순수한 형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스트라빈스키는 그 악보들 가운데서 세 개의 오페라 '연애하는 수도사'(1734)와 '일 플라미니오'(1735), '시리아의 아드리아노'(1734) 그리고 트리오 소나타 등 여러 곡의 작품들을 편곡해서 1920년에 발레 음악 '풀치넬라'를 완성했다.
스트라빈스키는 편곡 과정에서 페르골레지의 선율과 베이스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 그는 단지 악구를 생략하거나 연장시키거나 반복해서 18세기 음악의 형식미를 약간씩 파괴하거나 전통적인 화성에 불협화음을 섞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을 뿐이다. 이렇듯 이 작품에서 스트라빈스키 음악 어법의 성격은 매우 온건하고 다소 누그러져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적인 발레 음악 '불새'와 '봄의 제전'에 나타난 대규모의 관현악과 불협화음을 생각해보면 '풀치넬라'는 매우 과거 지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아길레프가 소개한 페르골레지 음악
그러나 악기를 편성하는 방식은 매우 파격적이어서 종종 상식을 뛰어넘기도 한다. 물론 '풀치넬라'의 악기 편성은 그의 다른 발레 음악에 비하면 휠씬 축소되어 단지 몇 명의 독창자와 독주자, 작은 규모의 현악기 그룹과 몇 개의 목관악기들이 18세기를 연상시키는 소규모로 구성된다. 목관 파트에서 클라리넷이 제외되며 현 파트는 콘체르티노(독주 그룹)와 리피에노(합주 그룹)로 구별되고 타악기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각 악장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악기들이 함께 연주되어 독특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현 파트의 콘체르티노와 리피에노뿐만 아니라 목관과 금관의 대조가 크게 강조된다든지 각 악기들의 특수 음향 효과와 타악기적인 리듬이 강조되는 등 스트라빈스키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독특한 특징들이 많이 나타난다.
발레의 내용은 풀치넬라의 변장, 죽음과 부활, 여러 명의 가짜 풀치넬라의 등장, 마술사 푸르보의 교묘한 술수 등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은 17세기에 발생한 모든 극장 오락에 영향을 끼쳤던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 arte)의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다. 스트라빈스키는 발레의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1700년대의 나폴리에서 발견된 오래된 필사본을 참조했는데, 여기에는 나폴리의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전통적인 영웅인 풀치넬라에 의해 펼쳐지는 해학적인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그 마을의 모든 젊은 처녀들은 모두 풀치넬라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 처녀들과 약혼한 마을의 젊은 청년들은 풀치넬라를 질투했으며, 어떻게든 그를 죽이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교활한 풀치넬라는 그의 분신인 푸르보를 자신인 것처럼 꾸며 적들에게 굴복하는 체하고, 자기 자신은 마술사로 변장하여 그의 분신을 살려냈다. 그래서 풀치넬라를 질투하는 네 사람의 젊은이가 그를 제거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풀치넬라는 다시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풀치넬라는 결국 젊은이들을 용서하고 그들의 결혼식을 주관하게 되고, 자기 자신은 다시 마술사로 되돌아온 푸르보의 축복을 받으면서 그의 오래된 연인 핌피넬라와 결혼한다."
발레 '풀치넬라'의 제작진은 음악에 스트라빈스키, 무대와 의상에 피카소, 안무에 마신느 등 초호화 멤버였는데, 특히 피카소가 발레의 제작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스트라빈스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던 것같다. 처음에는 페르골레지의 음악을 편곡해서 발레로 만드는 작업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던 스트라빈스키도 피카소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을 받자 그것을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함께 발레 '풀체넬라'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선 무대와 의상을 담당했던 피카소는 코메디아 델라르테풍의 디자인을 원했던 디아길레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택해 마찰을 빚었다. 당초 디아길레프는 '마스크 대신 구렛나룻이 있는 얼굴과 어펜바흐 시대의 의상'을 원했으나 피카소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진정 시키고 18세기 극장풍의 샹들리에와 상자들, 그리고 바로크풍 장식품들을 작은 장면들의 소품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또한 1917년에 그가 스트라빈스키와 함께 나폴리를 방문했던 인상을 되살려 발레의 무대를 18세기 나폴리풍으로 꾸며 나폴리의 거리와 베수비우스를 흐릿한 배경으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에 좁은 통로와 달빛 비치는 거리를 배치했다.
안무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스트라빈스키는 안무가 마신느에게 '풀치넬라'에 쓸 음악을 피아노용 악보로 보냈고 마신느는 곧바로 이 음악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마신느는 피아노 악보만을 보고 이 곡이 대편성의 관현악 작품일 것이라 예상하고 대규모의 안무를 구상했던 것이다. 공연을 앞두고 스트라빈스키가 급히 파리로 가 리허설에 참석했을 때 마신느의 안무는 스트라빈스키의 간결하고 실내악적인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을 엄마 앞둔 시점에서 안무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https://youtu.be/ShIYpjSYoZI?si=FM54KunA19Fb6QtD
Basler Ballett, Academa of St. Martin in the Fields, cond. Sir Neville Marriner, choreography Heinz Spoerli
음악과무용, 무대장치의조화
1920년 3월 15일 앙세르메의 지휘로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이루어진 '풀치넬라'의 초연 무대에서 피카소의 무대장치는 파리 오페라의 큰 무대의 일부분만을 채울 수 있을 뿐이었고, 마신느의 가보트 안무는 목관8중주의 간결한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성공을 거두었고, 스트라빈스키는 그날의 공연에 대해 이렇게 적고있다. "음악과 주제, 무용, 그리고 예술적 세팅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일관성 있는 전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대해서는 비평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양분되었다. 보수적인 학자들은 이 작품을 '신성모독'이라 비난하고, 좀더 젊은 세대의 음악가들은 이 음악에 매료되었다. 보수적인 학자들이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비난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옛 음악의 대가 페르골레지의 작품을 왜곡시켜 예술성을 망가뜨리는 불경스러운 일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뻔뻔스럽게도 옛 양식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트라빈스키는 이런 비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진정한 전통이란 지나가버린 과거의 유품이 아니다. 전통은 현재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깨우치도록 해주는 살아 있는 힘이어야 한다." 그의 말대로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에 나타난 신고전주의 양식이 궁극적으로 뜻하는 바는 고전주의 시대의 형식이나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사용됐던 작곡의 근본 원칙들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과거로의 회귀도 아니고 과거에 대한 조롱도 아니며, 그저 작품과 멀리 떨어져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풀치넬라'는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들 가운데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18세기와 19세기초 음악의 대가와 관련을 맺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미래의 음악이 과거의 음악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트라빈스키는 후일 '풀치넬라'에 대해 이렇게 술회했다. "풀치넬라는 내게 있어 과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갑작스럽게 신이 내 앞에 출현한 것과 같은 것이며, 이 이후의 작품들을 가능케 해주었다. 그것은 뒤를 돌아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거울 속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1882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1911년 Paris로 건너가 프랑스, 스위스에서, 1940년 이후에는 미국에서 활동을 하다 뉴욕에서 생을 마친 스트라빈스키는 1909년 러시아 발레곡 처음 발표 이후 20년동안 그 시대 주요한 예술가들의 활동을 매혹한 러시아 발레의 창시자이자 지휘자이다. 불새(1910), 페트루시카(1911), 봄의 제전(1913) 등의 그의 대표적 발레 음악에서 러시아 민족주의자의 전통과 스승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풍부한 감각적 관현악법이 돋보이며, 이후 전시의 경제에 의해 양식의 변화를 가져와 실내악곡, 피아노 소품, 가곡들, 발레곡-병사이야기(1918), 결혼(1917-1923), 풀치넬라(1919) 등은 소 관현악으로 대 관현악을 대치한 작품들이다. 풀치넬라는 신 고전주의 작곡자 페르골레지의 작품에서 주제가 인용된 곡으로 1920년 파리에서 발레음악으로 초연된 이후 그 성과로 1924년 풀치넬라 슈트(Pulcinella Suite)라는 소 관현악곡으로 개작 되었으며 Samuel Duskin 에 의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실내악곡 슈트 이탈리안(suite Italienne)으로 편곡되었다.
슈트 이탈리안은 절약의 개념, 탁월한 대위법구조, 균형과 침착성, 객관성과 절대성 등 음악의 고전적 원리를 중요시한 신 고전주의의 양식 위에 독특한 화음 음색과 규칙, 불규칙이 조화를 이루는 스트라빈스키의 개성적인 리듬양식이 돋보이는 곡이다.
https://youtu.be/enU9DVEgUdo?si=zR9AosmobSUVmhdy
STRAVINSKY - Pulcinella (complete) - Marco Pace - St. Petersburg Conservatory Chamber Orchestra
제3곡 스케르치노 집중분석
이 곡은 스트라빈스키가 페르골레지의 트리오 소나타 제2번의 1악장을 편곡한 작품으로 '풀치넬라' 전곡 중 세번째 곡에 해당되며, 11곡으로 구성된 연주회용 '풀치넬라'모음곡에서도 서곡과 세레나타에 이어 세번째로 연주된다. 2분 정도 되는 아주 짧은 곡이지만 스트라빈스키의 독특한 악기법이 잘 나타나 있으며,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음색이 절묘하게 조화되고 경쾌한 리듬감이 돋보인다.
이 곡은 ABA'의 세부분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첫 부분인 A와 그 반복인 A'는 같은 주제로 되어 있다. 그러나 A'에서 주선율을 연주하는 악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마치 원래 선율과는 처음과는 다른 멜로디라고 느껴질 정도로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악장에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 원리 중 하나인 콘체르타토 양식(경쟁 양식)이 사용되어 매우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이 곡에 사용된 콘체르타토 양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크 시대의 형식보다는 좀더 현대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크 시대의 합주 음악이 단지 독주 그룹과 합주 그룹의 대조만을 강조했다면, 스트라빈스키는 현악기와 관악기 그룹도 대비시켜 콘체르타토 양식을 좀더 정교하게 다듬었기 때문이다.
목관의 가벼운 상행 스케일에 이어 전형적인 이탈리아 합주 협주곡풍의 활기찬 주제가 제시되면서 음악이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주제는 목관과 현 파트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이는 18세기 음악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독특한 악기 사용법이라 할 수 있다. 각 프레이즈는 하나의 파트만으로 연주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악기로 교체되어 연주되기 때문에 선율 자체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아바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매우 밝고 생동감이 넘치며, 내성부와 베이스가 강조되어 매우 다이내믹하다. 특히 강렬한 스피카토로 솟아오르는 비올라의 추진력과 목관의 정교한 타이밍 조절은 일품이다. 단순한 선율일수록 타이밍이 늦어져 긴장감을 떨어뜨리기 쉽지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목관악기 주자들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앙상블 능력을 과시한다.
생동감과 유연함의 대비
목관에 의해 다시 주제의 첫 부분이 반복되면서 B부분이 시작되고(0:39), 목관 악기가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주제의 단편을 발전시킨 모티브들을 연주한다. 여기서 오보에와 바순, 그리고 호른의 대화가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중간 부분에는 바로크 합주 협주곡처럼 두 대의 바이올린이 독주 그룹인 콘체르티노를 맡아 이중주를 연주하면서 합주 그룹인 리피에노와 대조를 이룬다. 이 부분은 발전부라고 부르기에는 아주 짧지만 스트라빈스키의 절묘한 악기법과 아바도의 생동감 넘치는 템포 설정과 밀도 높은 연주 덕분에 소나타의 발전부에 비길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곧이어 처음의 주제가 반복되면서 마지막 A로 되돌아오지만(0:59) 이번에는 주제가 호른으로 연주되기 때문에 현악기로 제시되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처음에는 스피카토로 강하게 연주되었던 내 성부가 빠지고 반주 파트가 이음줄로 연결되면서 좀 더 부드럽게 변모한다. 전체적으로 이 부분은 처음에 비해 유연하고 가볍게 처리되어 뒤에 이어질 알레그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바도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첫 부분에서 추진력 있는 템포와 명확한 아티큘레이션으로 생동감을 표현한 반면,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다이내믹을 약화시키고 유연하게 표현하여 음악적인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자료출처: 웹사이트
https://youtu.be/Gw1urfigqQ0?si=WxNsqAwERXo1VLNp
Igor Stravinsky - Pulcinella Suite (1922) Singolo Orchestra, St.Petersburg. Conductor - Yury Ushchapov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