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가슴앓이/ 이상은(李商隱·812∼858·唐)
다시 오마 빈말 남기고 떠난 뒤엔 뚝 끊은 발길.
달은 누각 위로 기울고 새벽 알리는 종소리만 들려오네요.
꿈속, 먼 이별에 울면서도 그댈 부르지 못했고,
다급하게 쓴 편지라 먹물이 진하지도 않네요.
촛불은 희미하게 비췻빛 휘장에 어른대고,
사향 향기 은은하게 연꽃 수 이불에 스미네요.
선녀 그리며 유신(劉晨)은 봉래산이 멀다 한탄했다지만,
우린 봉래산보다 만 겹 더 떨어져 있네요.
來是空言去絶蹤[래시공언거절종] 月斜樓上五更鐘[월사누상오경종]
夢爲遠別啼難喚[몽위원별제난환] 書被催成墨未濃[서피최성묵미농]
蠟照半籠金翡翠[납조반롱금비취] 麝熏微度繡芙蓉[사훈미도수부용]
劉郎已恨蓬山遠[유랑이한봉산원] 更隔蓬山一萬重[갱격봉산일만중]
―‘무제(無題)’ 이상은(李商隱·812∼858)
◦ 五更鐘오경종 : ‘五更’은 황혼부터 새벽까지의 저녁을 5등분하여 甲夜, 乙夜, 丙夜, 丁夜, 戊夜 또는 一更, 二更, 三更, 四更, 五更 등으로 지칭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막 동이 틀 무렵을 뜻한 다. 一更이 지날 때마다 종이나 북 등을 쳐서 시간을 알렸으므로, ‘오경종’은 저녁의 마지막 종소리, 즉 밤을 꼬박 새웠음을 뜻한다.
◦ 金翡翠금비취 : 비취새가 그려진 장막을 뜻한다. 금색 실로 비취새 문양을 수놓은 장막의 일종으로, 잠잘 때 촛불의 빛을 가리기 위해서 사용하였다.
◦ 麝熏微度繡芙蓉사훈미도수부용 : ‘麝熏’은 사향을, ‘繡芙蓉’은 부용꽃을 수놓은 장막을 지칭한다. ‘微度’는 장 막을 통과하여 향기가 은은하게 넘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 劉郎유랑 : 당나라 때 남자를 ‘郎’이라고 불렀다. 東漢 永平 年間에 劉晨이 阮肇와 함께 天台山에 서 약초를 캐다가 우연히 桃源洞의 仙境에 들어가 선녀를 만나서, 반년을 살다 돌아오니 자 손이 七世代가 지난 후였다. 그 뒤 다시 도원동을 찾아가려 했으나 종전의 길이 묘연하여 찾 을 수 없었다는 전설이 전하는데, 南朝시대 宋나라의 劉義慶이 지은 《幽明錄》에 실려 있다. 이 시에서는 桃源洞을 蓬萊山으로 표현했다. 혹은 漢 武帝 劉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 무제는 不老不死의 도교술을 숭상하여 方士의 말을 믿고 동해로 신선을 구하러 보 냈으며, 建章宮 북쪽 못에 蓬萊, 方丈, 瀛洲의 삼신산을 본떠 만들어놓기도 하였다. 《唐詩鼓 吹》 卷7에는 “유랑과 봉래산은 한 무제가 신선을 구한 일을 인용한 것이다.[劉郞蓬山 用漢武 帝求神仙事]”라고 하였다.
작별 후 발길 끊은 임을 향한 원망의 노래. 다시 온단 약속이 빈말임이 증명되었지만 애써 부정하고 싶을 만큼 가슴앓이가 이어진다. 그(녀)가 상대를 가슴에 품고 놓치지 못하는 사이, 새벽종이 울리고 있다. 꿈속에서 잠시 만난 듯도 한데 어느새 멀어져 간 시간들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미몽(迷夢) 속에서 반짝 떠올린 해결책은 편지. 한데 왜 먹물을 제대로 갈지도 않고 써 내려갔을까. 애틋한 그리움에 평정심을 잃은 탓일까. 아니면 편지를 전해줄 누군가가 다급하게 채근이라도 했을까. 방 안의 적막을 한결 도드라지게 하는 건 ‘비췻빛 휘장과 연꽃 수 이불’. 지난날 함께했던 이 사랑의 징표 때문에 임과의 거리는 더한층 아득하고 막막하다. 헤어진 선녀를 찾으려던 선비 유신은 선녀가 머무는 봉래산이 멀다고 한탄했다는데, 그보다 만 배나 더 아득한 우리 사이는 어쩌란 말인가.
이상은 시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와 메타포가 깔린 작품이다. 꿈속과 생시를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현실과 전설 속 인물이 교차하고 급기야 시적 화자의 성별마저 모호해졌다.
✵ 이상은(李商隱·812∼858·唐)은 자가 의산(義山)이며, 만당(晩唐) 시인으로 유미(唯美) 문학을 대성시켰다. 특히 이상은은 시를 짓는 형식이 달제어(獺祭魚)와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달제어는 수달이 잡은 물고기를 먹기 전에 늘어놓는데 그 모양이 제사 드리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시문(詩文)을 지을 때 참고서를 많이 나열하는 것을 비유한다. 이 일화는 그의 시의 성질과 창작 방법을 잘 상징하고 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전고(典故)를 썼으며, 또 그 전고도 괴팍한 것이 많았다. 중국 시에 있어 전고는 대개 『논어』, 『장자』, 『사기』, 『한서』 등에 나타나는 어휘나 인물의 사적이 보통이지만, 그는 어떠한 패사(稗史)나 소설(小說)도 가리지 않았다.
그의 시를 난해하게 만든 것은 시의 내용에도 관계된다. 그는 당대의 유명한 연애 대장이었다. 그 사랑의 대상은 청루(靑樓)의 기생(妓生)이나 평범한 아가씨가 아니라, 도사(道士, 송화양:宋華陽)나 후궁(後宮, 노비란, 노경풍) 같은 여자였다. 이러한 여자와의 연애는 공개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세기말의 정치 사회에서 당쟁의 희생이 된 그는 눈길을 불우한 인간이나 억압된 세계로 돌렸다. 이러한 시도 명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시에는 무제시(無題詩)가 두드러지게 많다.
✺ 한국의 자원식물
✵ 금사매[金絲梅, 학명: Hypericum patulum Thunb.]는 물레나물과의 반관목성 넓은잎 키작은 잎지는 떨기나무이다 꽃술이 금실(金絲)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다른 이름은 1년 중 24절기 중 망종(芒種) 무렵에 피는 꽃이라 해서 망종화(芒種花)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약재명은 금사매(金絲梅)이다. 6월 24일 성요한의 날에 꽃이 피고 수확을 거두는 전통에서 유래되어 영명은 St. John's Wort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정원 등에 재배되지만 최근에는 가로수 아래에 심는 일이 많다. 돌담이나 절벽 등에서 야생화로 볼 수 있고 이것들을 채집해 사용한다. 선황색의 5개의 꽃잎은 컵 상태로 약간 처진 기분이 드는 가지 끝에 여러 송이의 꽃이 달린 모양이 아름답다. 꽃말은 ‘정열, 사랑의 슬픔, 변치않는 사랑’이다.
✵ 꽃창포[학명: Iris ensata var. spontanea]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옥선화(玉蟬花), 자화연미(紫花鳶尾)란 다른 이름도 있다. 꽃창포는 붓꽃과에 속하며 주로 관상용으로 쓰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화투에서 5월을 의미하는 난초는 사실 난초가 아니라 꽃창포에 가까운 식물이라는 것이다. 꽃창포를 개량해서 재배하는 일이 상당히 많은데, 현재 약 400여 종이 개발되어 있다. 정원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들꽃창포라 하지 않고 뜰꽃창포라고 한다. 관상용이다. 꽃말은 ‘우아한 마음, 좋은 소식, 양보’이다.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2년 06월 10일.(금)〉,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 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아름다운 꽃들과 높푸른 하늘이 더욱 어울리는 6월입니다.
고봉산 정현욱 님
가슴앓이
읽으면서 내자신이 가슴앓이를 겪는것처럼 느끼지네요. 한시를 어쩌면 이토록 우리 정서에 맞게 잘 번역했는지 놀랍습니다
자연에서 비나 눈이 오는것은 언제 온다는 기약은 없어도 꼭 온다는 약속은 지키지만 사람은 오마고 한 약속을 안지키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오마고 한 약속을 믿는 기다림
가믐에 단비를 만나듯 한 기쁨이 內在되어있지요
정남진 연가
가수 태연아
https://youtu.be/g0zQjjRs1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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