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 사항]
미야세 세르트바루트 글 | 양양 그림 | 김영옥 옮김 | 152*215mm | 무선 | 올컬러 | 160쪽 | 값 15,000원
발행일 2025년 3월 15일 | ISBN 979-11-93798-21-8 | 분야 어린이>동화∙명작∙고전>외국창작동화
[핵심 키워드]
#로봇 #전쟁 #평화 #인간성 #윤리 #주체성 #용기 #연대 #생명존중
❚ 책 소개
로봇 공장의 실수로 운명이 바뀐 병사 로봇과 정원사 로봇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두 로봇의 뭉클한 여정
바르바와 크리코는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로봇입니다. 한 로봇은 총을 드는 병사이고, 다른 로봇은 식물을 가꾸는 정원사예요. 그런데 공장의 실수로 두 로봇의 꼬리표가 바뀌고 맙니다. 순식간에 전쟁터로 내몰려 지뢰를 설치해야 하는 바르바와 대통령 관저 정원에서 일하며 전쟁의 이면을 깨달은 크리코는 절망과 분노가 몸 안에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끼지요. 둘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 두 로봇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뒤바뀐 로봇》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두 로봇의 선택을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평화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동화입니다. 끝날 줄 모르는 전쟁에 모두가 절망하는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 분투하는 두 로봇의 여정이 먹먹한 여운을 전합니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의 무의미함 그리고 평화의 소중함
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바람 마을’과 전쟁을 일으킨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는 여름 관저입니다. 바람 마을 주민들은 전쟁으로 인해 일상과 가족을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지만, 정작 전쟁을 일으킨 대통령의 관저에서는 매주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행복한 웃음, 아름다운 꽃, 맛있는 음식, 우아한 음악 소리가 넘쳐납니다.
여러 번 전쟁터에 나가서 그때마다 잔혹하게 부서지고 고쳐지기를 반복했던 크리코는 비현실적으로 평화로운 대통령 관저를 보며 분노에 휩싸입니다. 같은 시각, 바람 마을에 지뢰를 심어야 하는 바르바도 이미 충분히 힘든 사람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줄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명령을 거부할 방법을 찾지요.
이처럼 감정과 생각이 없다고 여겨지는 로봇조차도 본능적으로 전쟁의 잔혹함을 인지하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나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 의해 프로그래밍되고 인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을 통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여실히 보여 줍니다.
명령 불복종 로봇이 보여 주는 용기와 주체성
바르바와 크리코는 통상의 로봇과 달리 사람보다 더 진하게 연민, 후회, 죄책감을 느끼고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랑, 우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비정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이라는 것을 하지요. 결국 바르바는 지뢰의 뇌관을 제거해 바람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크리코도 대통령 아들의 비상 탈출용 로켓을 타고 관저를 빠져나와 바르바 곁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둘은 힘을 합해 고아 소녀 갈리나가 전쟁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지요. 두 로봇의 이러한 모습은 독자들에게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을 거부하는 것도 ‘영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주어요. 또한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그에 대해 기꺼이 책임지는 성숙한 태도가 얼마나 근사한지도 함께 보여 줍니다.
이야기 속으로 강렬히 끌어당기는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삽화
《뒤바뀐 로봇》은 이야기만큼이나 양양 작가의 아름다운 삽화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부드러운 색감과 강렬한 라인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삽화는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바르바와 크리코의 따뜻한 인간성이 몽환적이면서도 포근하게 잘 표현되어 있지요. 특히 또 다른 주인공인 갈리나가 늘 입고 다니는 파란색 원피스는 희망을 상징하는데, 이 파란색을 주조로 삼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날아오르는 갈리나의 마음, 갈리나를 떠나보낸 뒤 또 다른 중요한 결정을 하는 두 로봇의 마음을 아스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겨진 아이들의 슬픈 현실도 깊이 있게 담아냈습니다.
❚ 책 속 한 문장
p.26
“난 영웅 말고 정원사가 되고 싶어.”
p.95
크리코는 전쟁이 오직 가난한 사람들의 일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들이 고통받는 동안 탁자에 앉은 사람들은 편안한 전용기와 요트를 타고 다녔고, 여러 나라에 은행 계좌를 만들었고, 자식들을 위해 로켓 벨트를 샀다. 바다를 건너 도망치거나 음식이나 물도 없이 산길을 걷고 또 걷는 일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이었다. 심지어 그런 길을 가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돈이 필요했다.
p.110
바르바는 뇌관을 제거한 지뢰를 각 구멍에 넣은 뒤 흙으로 덮었다.
“이게 다 감자였다면 마을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을 텐데.”
p.140~142
모래 위 무언가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갈리나의 원피스에서 떨어진 파란색 스팽글이었다. 바르바는 스팽글을 집어 가만히 보다가 가슴에 부착된 금속판 사이로 밀어 넣었다.
“바르바, 너무 낭만적으로 굴진 마.”
그러자 바르바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난 아무래도 고장 난 채 태어났나 봐.”
❚ 작가 소개
글 미야세 세르트바루트
1963년 튀르키예 제이한에서 태어났다. 가지대학교 튀르키예어문학과를 졸업한 뒤 교사,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일했으며, 1996년부터 소설과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귈텐 다이으올루 어린이·청소년 재단 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아너리스트, 이탈리아 로다리 치타 디 오메냐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노미네이트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하면서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지은 책으로 《내 한계를 정하지 마》, 《줄이 그어진 아이》, 《실패한 학급이 학교를 열다》, 《안개가 숨긴 것》, 《인공지능의 반란》 등이 있다.
그림 양양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책 《계절의 냄새》, 《너의 숲으로》를 쓰고 그렸으며, 《갈림길》, 《우리 지금, 썸머》, 《우리 집에 놀러 갈래?》, 《상어 인간》, 《쿠키 두 개》, 《오로라의 사냥 비법》,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 《1995, 무너지다》 등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다.
옮김 김영옥
문학을 통해 사람을, 삶을, 이상을 들여다보며, 이해하고, 위로받고, 깨닫는 과정을 좋아한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넘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독자의 가슴에 전하고자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파티나》,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 《내 감정이 하고 싶은 말》, 《클로버의 후회 수집》, 《크리스마스 할아버지와 나》, 《프리다 칼로》, 《어떤 개를 찾으세요?》, 《고양이가 되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