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에 올라갔다
2학년때 같이 다니던 애들은 다 다른반이 되었고 명수만 같은 반이 되었다
명수는 체격이 당당하고 웅변을 잘하고
공부도 잘했다 지금도 얼굴이 기억난다
예쁘장하게 생긴 녀석이 하루 결석하고 담날왔다
중키 정도인데 묘하게 기분 나빴다
들리는 소문이 한해 선배인데 졸업을 못하고
다시 3학년을 한번 더한다고 했다
그땐 몰랐는데 사고치다가 소년보호시설같은데
들어가 있었으니 출석일수가 모자랐나부다
애들은 걔한테 말을 까야하나 높혀야 하나
망설이는거 같았다
내가 말을 깠다 같은 학년끼리 뭔 높힘말이고?
하면서
기분이 나빴는지 째려보더라
뭐보노? 새끼야 꼽나? 했더니 쑤구리하더라
그후 그넘도 별로 안 나대고 그냥 잘지냈다
한번은 정종이라는 얘가 며칠 결석을 했는데
쌤이 나보고 그애집을 한번 가보라면서
수업시간에 내보냈다
반장도 아닌 나보고 왜 가라하셨고
하필이면 한해 꿀린 넘이랑 같이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버스타고 아미동 부산대병원 앞에
내려서 걸어서 비탈길 올라가니 이동네는
못살아도 너무 못사는 동네다
그후 장정구라는 프로복서 참피온이 이동네서
나왔다 아마도 장정구도 지지리궁상으로 못사는집 아들이었을거다 옳게 공부도 안한 동네양아치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그집을 찾았다 자그마한 하꼬방이다
불러도 기척이라곤 없다
부모는 막노동나가고 이넘은 어디 짱박혀서
낱담배나 때리고 있겠지
학교에 오라고 쪽지 하나 남기고 가자 하니까
이넘이 잽싸게 현관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니 뭐하노? 새끼야 하면서 보니까
서랍을 뒤지고 있다
니 도둑질하나? 가자 임마 안그라믄 쌤한테 말한다? 하니 이넘이 허탕치고 나온다
그후 나는 집아래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그때는 독서실이 24시간했다
일인책상 위 사물함에 문제집 등을 넣어두고
자물쇠로 잠그고 다녔다
어느날 영도에 살지도 않은 이녀석 정곤이가
한달표를 끊고 나타났다
한해 꿀린애 이름이 정곤이다
솔까말 얘는 공부를 못하니 분명히 하빠리 실업계를 갈거니 열공할거도 없다
걔는 담배피우고 라면 끓여먹고 있다가
초저녁에 모포덮고 잤다
같은반이니까 얘기는 자주 했었다
실장이 재수생이었는데 이형이 주의를 주기도
했다
어느날 실장이 나를 실장실로 불렀다
정곤이 어데갔노? 하길래 모르겠다 하니
이상한 눈초리로 본다
죤나 기분 나빠서 눈치켜뜨며 와그라요? 하니
내일 학교가서 당장 안오면 파출소가서 신고한다고 전해라 하더라 기분 나빴지만 알았다 했다
알고보니 정곤이가 낮에 와서 남의 사물함 몇개 뜯어서 문제집을 왕창 훔쳐간거였다
헌책방에 팔아먹어버려서 새책으로 변상해줬는지 그건 기억이 아리송하다
아뭏든 무마되었다
나는 절대 공범이 아니라고 실장에게 어필했었다
선일이라는 넘이 까부는거 때려줬는데 무단히
명수가 개입해서 유도로 엎어치기 한판했다
팔에 금이 가서 또 난리가 났었다
깁스하고 명수는 저거 엄마가 학교에 와서 빌고
치료비 물어주고 했던 기억도 난다
어린 나이에도 치료비를 나누어 못물어줘서 미안했다
옆반에서는 정우가 사고를 치고 퇴학위기에
몰렸었다 나는 k공고에 합격하고 명수는
뺑뺑이 돌려서 인문계고인 d고로 배정받았다
정곤이는 결국 졸업을 못했다
소문이 자전거를 훔쳐팔다가 걸려서 절도로
소년원에 수감되었다고 했다
후일 어떻게 알고 내가 사는 이곳으로 출장왔다간다고 커피 한잔하자해서 지하다방에서 만났다
중고차판매를 하는데 부산조폭 그랜저를 지가
다팔았다면서 건달도 아닌 반달 행세를 하더라
속으로 야이 도둑넘 새끼야 남의 차는 몇대 훔쳐팔았노? 하고 물어보았다
첫댓글
53년전 이야기를 용케도 기억하고 있군요.
나는 중학교 때 친구들 이름 기억나는 애들이 거의 없어요.
이 글을 기억 해 내서 쓰는 걸 보면 서울 신림동 쪽으로 학교를 갔어야 했어요.
어쩌면 지금쯤 대법관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몸부림이라는 이름은 쓰지 못 하겠지만..
저는 엄청 많이 기억납니다
용수 만복이 명수 용훈이 학도 희준이 관수
저~ 서울상대 출신인거 모르셨나봐요?
서울에서 상당히 먼 대학
생긴게 벌써~~
멍청하게 생겼잖아요 ㅋㅋ
@몸부림
우리 카페 여성 회원중
명수라는 미인이 한분 계시는데
그분과 친구 사이인지 모르고 있었어요..
@산애 네 어제도 미남 미녀끼리 커피 한잔했어요
은근히 미녀에게 묻혀가려는
꼬롬한 심뽀였어요^^
아주 리얼하고 생생한 기억~
왜 사람은 늙어서 어렸을 때 사소한 일까지 기억해 내는 걸까요?
아마도 앞으로 살아갈 일 보다 살아온 날이 많고,
앞날의 기대보다 과거의 회상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기 때문일까요?
ㅎㅎ
제가 여기 몇분이 옛날 이야기 쓰는거
열독하고 있거든요
특히 d님은 아주 쉽고 재밌게 쓰셔서
꼬박꼬박 읽었어요
저도 쓰고 싶어서 깨작깨작 써봤는데
기억력보다는 문체가 세련되지 못하고
내용 호감도가 떨어지는거 같아요
제가 읽어도 유치하네요
so sorry!!
정곤이란 친구는 그길로 나섰군요
선일이란 친구는 명수가 엎어치기 한판해줬고~
등장인물이 많아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네요
우리때는 고등학교 입시가 있어서 중3때
한눈팔 여유도 시간도 없었고
같은반 애들 이름도 거의 생각안납니다 ^^
우리도 무시험 아니어요
연합고사를 쳤지요 떨어진 애들도 있었고
명문 실업계고는 경쟁이 치열했어요
그후 몇년후 실업계고는 몽땅 몰락했어요
우리가 대학나와야 된다는 인식이 강렬해졌지요
탱자탱자 놀면서 날로 먹지 않았어요^^
@몸부림 몸님은 그가운데서도 열심히 공부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때는 고교별로 입시를 치뤘는데
저는 1차에 떨어지고 2차에 간신히 합격했지요
그리고 재수하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군대가기전까지 공무원도 했답니다.
@그산 1차보다 나은 2차도 있잖아요
부산 동래, 동아고는 2차였지만
아주 좋은 학교였어요
부산고, 경남고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사람들이 간 학교
그산님은 차분하고 공부 잘하신듯합니다
세무직 9급은 인문계고 출신이 못배운 과목은 없었나요 궁금^^
@몸부림 제가 다닌 학교는 중간정도 수준이었고
공무원시험은 대학예비고사하고 시험과목이
비슷해서 따로 공부하지 않고 합격했지요^^
중3학년
나때는 고등핵교 갈리고 공부 하느라 바빴답니다
57년생 마지막 고교시험
열공한다고 코피 많이 터졌겠어요^^
기억력이 대단하네요
오래전 어렴풋이 기억이 나겠지만 상세하지는 않습니다
순간 순간 기억은 나지만 글을 쓸정도는 아닙니다
몸부림님의 기억력은 대단하다 인정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벌써 수많은 기억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갔어요
띠엄띠엄 떠오릅니다
기억나는것만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