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부터 11일까지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JR이스트패스(도호쿠) 5일권으로 하여 아이즈, 야마가타, 이와테 지역을 돌고 왔습니다.
간만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도호쿠신간선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를 정면으로 겪으면서 관찰한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연결기 분리가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요즘은 일정을 널널하게 정하거나 아니면 숙박지만 대충 잡아놓고 적당하게 시간을 봐가면서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입국 첫날(3/6) 숙박지는 아이즈와카마츠역에서 버스로 20분 더 들어가야 하는 히가시야마온천이었고 시간을 봐가면서 해 지기 전까지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충 도쿄역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E8계나 타 볼겸 후쿠시마까지 츠바사 131호 열차의 지정석을 끊어 승강장에 올라왔을 때였습니다.
이 사고의 열차는 제가 탈려고 했던 열차의 바로 앞앞열차쯤 되었습니다. 도쿄역에서는 열차 운행중지로 인해 승강장에 대기중이던 모든 열차의 출입문을 닫고 통제가 이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차량점검으로 인한 운행보류라고 시작했던 안내방송은 "운행 재개 기약이 없다(運転再開の目途は立っていません)" 라는 문장이 나오는 순간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았고, SNS를 뒤져 불과 몇달 전 일어났던 연결기 분리 사고가 또 일어났다는것을 알았을땐 오늘 운행을 아예 접을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안내방송에서도 아예 우츠노미야나 타카사키 가실 분은 재래선 타라고 할 정도였으니..
갈때까지 가 보자 라는 생각으로 재래선 홈으로 내려가 무작정 우츠노미야선 코가행 열차에 올라타 갈 수 있는데 까지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사고현장이 니시닛포리역 승강장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케이힌도호쿠선 열차를 탔으면 구경을 할 수 있었겠지만 구태여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상황은 보통열차만으로 코리야마까지 가야할 생각으로 가득했으니깐요.
여튼 중간에 그린샤까지 질러가면서 우츠노미야까지 갔습니다. 우츠노미야선 그린샤도 승객이 꽉 차있었고 대부분은 신간선을 못탄 승객들이 승차권 들고 그대로 온 케이스였습니다.
내려서 역무원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조금 있으면 운행 재개할테니 승강장에 정차중인 열차를 타라고 하여 다시 신간선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디 야마비코 열차였던거 같은데 운행을 바꿔 임시 "하야테 593호"열차로 모리오카까지 각역정차에 전차량 자유석이라는 말 그대로 "피난열차"가 되어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코리야마에 도착해 반에츠사이선 열차를 타고 아이즈와카마츠역에 도착하니 17시가 넘어있었고 간신히 송영차를 부탁하여 히가시야마 온천까지 이동해 체크인 할 수 있었습니다.
후쿠시마역 츠바사의 단절운행 관찰하기
사고 후 JR동일본에서는 모든 "츠바사"와 "코마치"의 병결운행을 중단하기로 하여 각각 후쿠시마역과 모리오카역의 단절 운행으로 변경하면서 혼란은 여행 내내 이어졌습니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열차의 좌석수가 전체적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JR동일본에 간만에 내놓은 기획승차권인 "큥 패스"(평일한정 1~2일간 JR동일본 및 관련 3섹터 노선의 신간선, 특급열차 자유석까지 무한이용)로 여행나온 사람들을 제대로 물먹였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8, 9일 숙박이 후쿠시마역 근처였기 때문에 마침 후쿠시마역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츠바사"는 상황 발생 초기에는 재래선 승강장에서만 승객을 취급하여 승객들이 계단과 긴 환승통로를 따라 신간선 승강장으로 이동하여 승차하였던것 같습니다만 이 날 아침부터 환승 방식을 최대한 평면환승이 가능하도록 조정한것으로 보입니다.
"츠바사"의 경우에는 열차의 병결과 분리가 모두 14번선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환승시킬 열차만 13번선에 대 놓으면 그나마 평면환승이 된다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원래 병결할 도쿄방향 열차도 일부러 평면교차를 해서 14번선으로 넘어가야 했으니깐) 그대로 14번선에서 발착을 하면서 원래 병결-분리할 도쿄발 야마비코 열차에 승객을 꾸역꾸역 태워 후쿠시마역에서 환승을 시키는 식으로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모리오카역 코마치의 단절운행 관찰하기
9일 일정에 모리오카 경유가 있었기 때문에 모리오카역에서도 코마차호의 단절운행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후쿠시마역의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에 운용도 다르게 되어있었습니다.
원래 "코마치"의 운용인 도쿄방향의 병결은 11번 승강장, 분리는 14번 승강장으로 나눠져 있으니 후쿠시마역 처럼 동일홈 운용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운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1. 아키타를 출발해서 그대로 모리오카역 11번승강장에 정차하여 원래 병결하려 했던 "하야부사" 열차와 평면환승.
2. 회송열차로 연결선 외방까지 인상(아마도 오오카마역 까지 내려가지 않았을까)
3. 재래선 홈으로 다시 이동
4. "하야부사"에서 아키타 가는 승객이 다 타는걸 기다렸다가 출발(지연은 어쩔 수 없는)
여튼 "복합열차"의 편리함이 없어지면서 생기는 불편은 최소화 했지만 글쎄요...
이 외에도 임시 야마비코 열차가 E8계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아마 3월 14일 부터 투입하려 했던 편성을 임시로 돌린것이 아닐까 싶네요
"억까"는 이날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10일도 대충 야마가타에서 도쿄로 내려가 귀국준비하는 마무리 단계였습니다. 하지만 타려던 센잔선 열차는 제설작업으로 인한 부분 운휴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고자 고속버스로 우회하여 센다이로 간 다음 하야부사로 도쿄에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업계 용어로 한다면 "공중교통사상사고" 에 해당되는 선로내 침입으로 인한 사상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미 모든 열차가 2시간 넘게 지연되고 있었는데 센다이에 도착했을 때엔 그나마 운행을 재개하려던 상황이었고 지정석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자동발매기를 뒤져 운좋게 근접한 하야부사 열차 지정석을 구해 돌아오긴 했습니다.
대체적으로 20년 가까이 일본을 오가면서 큰 운행장애를 겪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이렇게 가는데마다 일정을 말아먹으면서 "억까"를 당하는것도 처음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어딘가 한구석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