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분을 만났다는 건 제게 큰 행운입니다. '과연 나도 나중에 이럴 수 있을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해 주시는 롤모델입니다. 당신은 강한 사람한테는 강하지만 약한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당신께서 진심으로 건네는 한마디는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본인이 손해 보더라도 팀을 위해서 주어진 일에 책임감과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서 팀원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느껴집니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하는 당신으로 인해 우리 팀이 항상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목표를 향한 열정과 노력으로 생활하시는 당신의 모습, 저도 열심히 배워서 더욱 발전하겠습니다." - From. 당신을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후배로부터
오전 내내 쫓아다닌 릴레이 회의와 장비 점검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보니 나를 닮고 싶다는 누군지 모를 후배의 메일이 도착해 있다.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지만 모두들 정신없이 책상 앞에 파묻혀 있다. 가슴이 찡해온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시 시작된 회의, 문득 이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메일을 보낸 후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운이 난다. 이젠 모두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최근 SK하이닉스에는 선후배 간 칭찬과 격려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리더들의 기를 살리고 정이 넘치는 끈끈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소중한 리더' 찾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부터다. 소중한 리더란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마음을 움직이며, '중'심을 잡고 조직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열정으로 후배들을 성장시켜 준, SK하이닉스 구성원이 닮고 싶은 리더를 의미한다.
SK하이닉스의 소중한 리더 찾기 프로그램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한 온라인 추천으로 진행됐다. SK하이닉스 임직원 가운데 2846명이 참여해 총 4770건의 리더십 우수 사례가 접수됐고, 2749명이 한 건 이상의 추천을 받아 소중한 리더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5회 이상 추천을 받은 선배 직원도 140명에 달했다. 회사는 단순히 추천에만 그치지 않고 선정 이유를 편지 형식의 익명 메일로 발송해 선후배 간 격려의 장을 마련했다.
"12년 전 입사했을 때 멘토가 되어 주셨는데, 12년이 지난 지금도 선배님의 인성과 리더십 모두를 본받고 싶습니다" "항상 주변의 선후배 칭찬을 잊지 않으시고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함께하며 독려해 주십니다. 선배님은 누구나 인정하는 '참'리더입니다" "선배님과 함께 일했던 1년이 제 5년의 회사생활 중에 가장 많이 성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미생' 오 차장의 의리, '베테랑' 황정민의 정의감과 추진력에 더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는 따뜻한 마음씨까지 모두 배우고 싶습니다" 등 평소 존경하던 선배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갑작스럽게 후배의 메일을 받은 선배 직원들은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소중한 리더로 추천을 받은 한 직원은 "상사에게 '고생했다'는 칭찬을 받는 것도 좋지만 후배에게 '닮고 싶다'는 격려를 받은 것이 더 큰 감동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후배의 추천에 화답하는 선배들도 줄을 이었다. "후배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메일을 받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초심을 갖고 많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줄 수 있도록 업무에 임하겠습니다" "지금이 저의 회사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그런 저를 감사하게 생각하는 후배님의 메일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와 같이 마음 따뜻한 메시지가 오갔다.
◆ '소중한' 프로젝트, SK하이닉스만의 조직 활성화 브랜드가 되다
SK하이닉스의 소중한 리더 찾기는 선후배 간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환경을 조성해 끈끈한 동료애와 신뢰를 바탕으로 활기 넘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실시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직원들이 존경하는 직장 상사에 대한 우수 리더십 사례를 발굴·홍보함으로써 리더 스스로도 본인의 리더십을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실제로 직장에서 리더와 상사는 외로운 자리로 인식된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나 회사의 성과에 대한 책임은 혼자 짊어지는 반면 함께 어울리거나 자신을 칭찬해 주는 동료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상사들도 후배의 칭찬이 필요하다는 것을 SK하이닉스는 '소중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에는 훌륭한 리더뿐만 아니라 칭찬받을 만한 다른 동료들도 있지 않을까? 사실 소중한 리더 찾기 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 시행한 바 있는 '소중한 사람' 찾기 프로그램의 연장선이다. 소중한 사람이란 '소'리 없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어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희생하고 배려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숨은 일꾼을 칭찬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9월 상사의 평가가 아닌 동료의 추천을 통해 '소중한 사람' 150여 명을 선발했다. 구성원의 추천 메시지에는 "티 나지 않는 업무를 하면서도 한 번도 싫은 표정 없이 웃으며 지원해 주는 모습에 늘 감사했다" "본인의 담당 업무가 아닌데도 실제 담당자를 찾아서까지 일을 처리해 주는 적극성을 보여 주었다" "어려운 일을 맡아 힘들 때에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등 동료 간 신뢰와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이일우 SK하이닉스 HR실장은 "소중한 리더, 소중한 동료는 기존 인사관리 방법이나 상사 관점에서의 격려와 칭찬이 아닌 구성원의 자발성에 기반한 감성적 동기 부여 프로그램으로 일시적인 물질적 보상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 명예적 보상으로 느껴지게끔 연계했다"며 "동료애와 애사심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시행을 통해 SK하이닉스만의 조직 활성화 브랜드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소중한 리더를 찾아 격려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직원이 직접 작성한 추천 사유 가운데 10만여 개의 키워드를 분석해 '닮고 싶은 리더십' 모델을 구축하고 향후 우수 사례 분석을 통해 직책자들의 리더십 코칭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키워드 분석에 따르면 본받고 싶은 리더십 행동으로 '책임감'이 가장 많은 빈도를 보였으며 이어서 솔선수범, 소통, 열정, 신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책임감'은 솔선수범, 열정, 노력, 해결, 협업 등의 키워드와 연계됐다. 이는 수백 개의 생산공정을 거쳐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맡은 업무의 목표 및 문제 해결에 끝까지 책임을 짐과 동시에 타 조직과도 한 몸처럼 협업해야 하는 업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소통' 역시 우수 리더십 행동 가운데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소통의 경우 고민, 도움, 조언 등의 키워드와 함께 인간적 리더십의 유형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문제, 방향성, 행동, 실행 등과도 쓰이며 '건설적 대립'을 위한 열린 소통, 즉각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과 연계되기도 했다.
◆ 협업의 조직문화가 곧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직책자 워크숍, 리더십 코칭 등과 더불어 SK하이닉스의 소중한 리더·소중한 사람 찾기 등은 강하고 우수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SK하이닉스는 임직원 개개인은 물론 여러 조직이 유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HR 제도 개선과 함께 건강한 기업문화 정착에도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동의 지향점은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동료애로 하나가 돼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경영에 있어 기업문화는 인사 관리, 평가와 같은 HR 제도에 가려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기업문화의 성과를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메모리반도체업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조직문화 요소가 바로 협력"이며 "직원 간 신뢰와 동료애가 협력 문화의 밑바탕이 되며,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