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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큰 국제 공동 과학 프로젝트가 지중해와 근접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카다라쉬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내용은 바로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 확인을 위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al nuclear Experimental Reactor)’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국제회의가 열린 이유는 핵융합 사업의 핵심 기술인 ‘토카막’이 들어설 건물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오는 2055년 상업적 핵융합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사업은 중국, 유럽, 인도,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고 있어 ‘태양 핵융합 인공 재현 프로젝트’라고도 불립니다. 석유, 석탄 등 화석 에너지 자원의 고갈을 앞둔 시점에서 핵융합은 강력한 대체 에너지 확보 수단으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핵융합의 중심이자 미래의 대체 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 태양 ‘토카막’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ITER 건설의 목적은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핵융합 반응을 국제핵융합실험시설인 ITER에서 구현하고자 모였습니다. 핵융합의 원리 자체는 과학적으로 입증이 됐지만, 실제로 핵융합이 일어나 연속 반응이 일어난 사례는 아직까지 성공하거나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ITER의 건설공정은 현재 약 25% 정도 진행된 상태이며, 완공까지는 앞으로 6년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ITER 참여국들은 여기서 얻은 성공적인 핵융합 실험 경험을 바탕으로 2040년대부터 각국에 핵융합 발전소를 세워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핵융합은 태양 안의 수소가 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으로 전환 될 때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으로, 핵융합 발전은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발전원으로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기체에 초고온이 가해질 때 전자와 원자핵이 분리되는 상태인 ‘플라즈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태양과 번개, 오로라도 일종의 플라즈마이며, 일상생활에서 이 플라즈마 현상을 이용한 기술로는 형광등과 PDP(Plasma Display Panel) TV를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핵융합 기술은 태양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를 말합니다.
토카막(tokamak)은 러시아 어 ‘toroiid kamera magnit katushka’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토로이드 자기장 구멍’이란 뜻입니다. 토카막은 1968년 옛 소련의 쿠르차토프연구소에서 아씨모비치 교수팀이 개발했습니다. 플라스마(plasma)를 공간 속에 가두어 두는 핵융합 실험장치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토카막은 핵융합이 일어나는 ‘플라즈마(제4의 물질상태)’를 오랫동안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로 모양은 도넛처럼 생겼습니다. 토카막은 태양 중심부의 온도보다 10배 높은 섭씨 1억5000만도에 달하는 플라즈마를 진공 상태의 자기병(magnetic bottle)을 이용해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핵융합 연구는 허리케인보다 더 복잡한 난류가 발생하는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체는 대략 섭씨 1만도 이상이 되면 플라즈마 상태가 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체가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가 되면 그 속의 원자가 매우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무척이나 변덕스러운 성향을 지니게 됩니다. 이를 불에 빗대 표현하자면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꺼지고 마는 바람속의 촛불과도 같습니다. 즉, 기체에 고온이 가해지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가 되지만 여러 이유로 조건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바람속의 촛불이 꺼지듯 다시 기체 상태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플라즈마 상태가 깨지면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입자가 진공용기의 벽을 마구 때릴 수도 있고, 플라즈마 입자가 제 멋대로 용기 벽으로 흘러가면 플라즈마 상태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즉, 플라즈마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그 시간만큼 핵융합과 전기 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융합 발전이 지닌 장점은 많습니다. 첫째, 원료값이 거의 안 들고, 자원 고갈의 염려가 없다고 합니다. 석탄, 석유, 우라늄 같은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는 지하자원이 아니라, 바다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중수소나 리튬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핵융합 발전은 원료들이 다른 원소로 변해 사라지므로 안전하다고합니다. 핵융합발전소는 폭발의 위험도 거의 없으며, 대도시 주변에 건설해서 송전선로의 길이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셋째, 핵융합은 반응할 때 매연이나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아 화석 에너지에 비해 친환경적입니다. 효율적인 부분에서도 핵융합발전은 기존의 에너지 자원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카다라쉬 ITER 건설현장에서는 둥근모양의 토카막 기반공사가 한창 진행 중 입니다. 이런 토카막은 국내에도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에는 지난 2007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핵융합연구로(KSTAR: Korea Suprerconducting Tokamak Asvanced Research)가 있습니다. 지름 10m, 높이 6m의 4000억 원짜리 KSTAR에서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300초 이상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겠지만,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인공태양’ KSTAR가 이름 그대로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 앞에 환하게 떠오르게 될 날을 기대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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