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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주어/동사/목적어/보어
영어의 주어는 한국어의 주어와 다르다. 한국어의 주어는 주체(主體)의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한국어에선 사람이 주어가 되는 경우가 보통이고, 사물이 주어가 되는 경우는 영어보다 드물다.
영어는 이렇게 말한다.
My apartment has large rooms.
“내 아파트는 큰 방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내 아파트가 무슨 주체인가? 너무 이상하다. have는 possess나 own과 달리 소유의 뜻이 강하지 않다.
X has Y.는 X에게 Y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연스런 해석은 “내 아파트에는 큰 방이 있지.”이다.
<There be 명사주어>는 ‘명사주어가 있다’는 뜻이다. There는 be가 ‘있다’는 뜻일 때 ‘어디에?’하고 으레 결부되는 장소적인 맛을 더해줄 뿐 번역하지 않는다. 즉 여기서 there는 너도 있고 나도 있는 거기, 즉 우주 자체를 가리키는 허사(虛辭=별 뜻 없는 기능적인 말)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there는 번역할 필요가 없다. is의 뜻 중 ‘있다’는 뜻을 강조할 뿐이다.
There is actually no line.
실제로는 선(線)이라는 게 없다.
(시각(視覺)으로 실제로 보는 것은 빛깔의 점들[화소(畫素)]일 뿐이지, 윤곽선이나 선(線)은 실제로는 없다. 이것은 점묘법(pointillism)의 원리이기도 하다.)
have 동사는 우주(there)가 아니라 ‘주어에게 목적어가 있다’는 뜻이다.
My apartment has large rooms.
내 아파트에는 큰 방이 있다.
그러면 여기서 주어 My apartment는 주체인가? My apartment는 주체라고 할 만큼 적극적으로 뭘 어찌하고 있진 않다. 그러면 주어 My apartment는 무엇인가? have 동사의 뜻에 ‘주어에게’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주어는 장소가 아닐까? 주어 My apartment는 주체라고 하기에는 별로이지만, 동사 has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주어는 동사라는 동작이나 상태가 일어나는 곳이다. 주어는 동사의 집이다. 주어는 동사의 주소지(住所地)이다. 좀 더 실감나게 말하면, 주어는 동사의 몸이다.
그러면 영어에서 목적어와 보어는 무엇인가?
I am a student.
난 학생이야.
에선 주어 동사 다음에 주어와 같은 게 나왔다. 그럴 경우 a student를 주어의 상태를 나타내는 보어라고 하는데, 이때 주어에로 갔던 초점이 계속 유지된다. 보어는 앞에 나온 명사 자신(自身)이요, 화신(化身)이다. 보어는 주어에게 말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럴 때의 동사를 초점이 바뀌지 않는 동사(intransitive verb) 또는 (주어의) 상태를 나타내는 동사[상태동사]라 한다. 동사를 지나도 주어 자신(自身)인 것[보어]이 나온다. 그래서 이렇게 주어 자(自)신인 것을 거느리는 동사를 자동사(自動詞)라 한다.
즉 자동사는 다음과 같이 그림을 그리게 된다.
Tastes differ. 주어가 동사로 가서 끝난다.
초점 유지
You feel good. 주어가 동사로 가지만 보어는 여전히 주어에 덧붙여져서 초점은 주어에 계속 머문다.
하지만 I love a student. 에선 동사 다음에 주어와 다른 게 나왔다. 이럴 경우 동사는 동사 뒤에 있는 것을 목적으로[초점으로] 하여 동작을 가한다, 즉 어찌한다. 그래서 주어와 다른 것을 ‘목적어’라 하고, 목적어 있는 동사는 어찌해보는 동사 즉 동작 동사라 한다. 또는 주어에서 주어와 다른 것으로 초점이 바뀌었으므로 초점을 바꾸는 동사(transitive verb)라 한다. ‘목적어’는 ‘명사 역할을 하면서, 동사 뒤에 나오는 주어와는 다른 것’일 뿐이다. 목적어에 이와 다른 심오한 ‘목적’이나 의미가 있는 게 전혀 아니다. 목적어는 주어에게 남[他]이다. 목적어는 주어와 다른 타자(他者)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타자(他者)를 거느리는 동사는 타동사(他動詞)이다.
I love you. 주어에 있던 초점이 동사를 통해서 주어가 아닌 것인 새로운 초점인 목적어로 간다.
He told me the story. 초점이 두 개의 목적어로 가는 경우의 타동사는 수여동사라고 부른다. 이름보다 다음과 같은 그림이 그려지면서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She made me happy. 주어에 있던 초점이 동사를 통해 다른 초점으로 이행되며, 새로운 초점인 목적어에선 초점이 목적어 자신 안에 머물면서 보어를 덧붙인다. 하지만 이 보어(let)는 (to) 동사원형이라는 형태로 타동사가 되어 새로운 제 3의 초점(her)으로 이행될 수도 있다.
She made me let her go.
이렇게 주어라는 초점이 유지되느냐, 바뀌느냐가 동사 뒤에 목적어가 나오는가, 보어가 나오는가를 결정한다. 여기서 동작 동사가 뜻하는 바는 반드시 강력한 동작을 가한다는 뜻이 아니라, 주어가 주어 아닌 것을 초점[목적]으로 잡아서 어떤 힘을 가하거나 관계 맺음을 한다는 뜻이다. 즉 주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가는 동사라는 점에서 동작 동사이고 초점이 바뀌는 동사(타동사=transitive verb)일 뿐이다.
동작 동사의 예) l love you. 나[주어]는 너[목적어]와 다르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해볼 수 있다. 즉 나[주어]는 너[목적어]를 어찌[동작]해볼 수 있다.
상태 동사의 예) I am you. 나는 너다. 나[주어]는 너[보어]이기 때문에 너를 어찌해볼 수 없다. 나는 이미 너인 상태로 있을[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영어 원어민의 95% 이상은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자동사, 타동사라는 용어조차 모를 것이다. 하지만 영어 원어민은 영어 문장을 말할 때, 위와 같은 그림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려서 영어를 구사하는 걸로 보인다. 영어 구사력의 핵심은 문법 용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그림을 그리며 영어를 구사하는 인식 구조, 즉 영어 습득 장치[English acquisition device]이다. 모든 걸 잊어도 좋다. 저렇게 도상을 무의식적으로 그리며 영어를 구사하는 습관만 갖추면 된다. 그것은 자전거를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자전거를 아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탈 수 있는 몸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