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고달파라, 천년고도에 이르는 길(영천 - 경주 37km)
조선총신사 걷기행사 15일째인 4월 15일, 아침 7시에 모첼 옆에 있는 식당(삼합한정식0에서 아침을 먹고 8시 출발까지 약간 시간이 있어 모텡에 돌아와 컴퓨터가 설치된 방에 들어가 새벽에 쓴 usb레 저장한 전날기록을 인터넷으로 송부하였다.
비가 오리라던 예보가 바뀌어 경북지방은 맑고 더운 날씨라고 전하는데 오전부터 다른 때보다 기온이 높다. 저녁에 들으니 대구지방은 올들어 가장 높은 28도까지 올라갔다고. 걷는 동안 물을 세 병이나 마셨다.
8시에 영천문화원을 출발하여 경주까지 37km의 먼 거리를 걷기시작하였다. 영천은 통신사들이 출발할 때 가장 성대한 행사를 베푼 곳이라는데 오늘은 우리끼리 준비운동만 하고. 문화원 바로 뒤쪽으로 큰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서 40분 쯤 걸어 시네를 벗어나려는 지점에 긷기연맹 대구지부장인 김상홍(계명대 교수)씨가 부지부장과 함께 나와 일행들을 반긴다.
9시 15분에 시 외곽에 있는 남부초등학교에서 잠시 쉬었다가 걸으니 북안면에 들어선다. 10시 40분 쯤 북안 농협에서 15분 쉬는 동안 딸기와 요구르트를 마시고 30여분 쯤 걸으니 멀리 산 위에 금불상이 보인다. 가까이 이르니 큰 길 옆에 만불산 만불사라고 커다랗게 적은 사찰이 나타난다. 깊은 산속이 아니라 접근하기 좋은 목에 자리잡은 것이 고찰은 아닐 터. 그곳을 지나니 경주시 서면에 들어선다.
어제부터 오전 11시 쯤 되니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광주의 제자가 걸어온 전화, 어제 오늘 백여리 씩 걷는 강행군이라고 일러주며 대화를 나누니 가파른 고개길을 힘든 줄 모르고 넘는다. 친구에게서는 대구 인근을 지날 터인데 건강하게, 재미 있게 잘 걸으라는 문자가 뜨고. 고개를 넘으니 유게소가 나타난다. 이름이 특이하게 애기지휴게소, 인근 도로변에 큰 연못이 있는데 애기지낚시터라 적혀 있다.
12시 좀 지나 아화라는 동네 이름이 아름다운 서면소재지의 송정갈비 식당에서 김치찌게로 점심을 들고 1시에 오후 걷기에 아섰다. 어제 많이 걸은 탓인지 걷는 속도가 약간 느려져 오후에 갈 길이 더 멀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오후에는 내내 일행보다 2,3분 앞서 출발하여 일행보다 앞서 걷는데 30분 지나면 선두가 따라 잡는다. 그래도 네 페이스대로 걸을 수 있어서 좋구나.
1시 40분 쯤 건턴읍에 들어서니 얼마 가지 않아 선덕여왕 이야기에 나오는 여근곡입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높은 산 자락이 보인다. 쭉 뻗은 길을 따라 20여분 쯤 걸어가노라니 길 건너 가게에서 중년 남성이 뛰어나와 물을 마시고 가라며 손을 흔든다. 앞줄에 걷던 여러 명이 '건천낚시인의집'이라 쓴 가게에 들어가 시원한 물을 한 병씩 받아 마시니 더운 날씨에 흐르는 땀이 걷힌다. 목마른 때에 맞춰 친절을 베푼 아저씨가 고맙다.
건천읍에 들어서니 마침 장날이라 사람들이 붐빈다. 길가에늘어선 화분과 묘목들이 봄날임을 깨친다. 이곳을 지나 3시 조금 전에 신라금관주유소에 이르니 서울에서 한남수 씨와 정일남 씨가 내려와 일행들을 반긴다. 한남수 씨는 체육진흥회 소속으로 일할 때 두 번이나 이 행사를 진행하였고 정일남 씨는 재일동포로 두 차례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일행 중 아는 분들이 많다.
3시 30분에 주유소에서 출발하여 잠시 걸어가니 금척고분군이 나온다. 경주에서 10여km 이상 떨어진 건천읍 금척리의 길 양쪽으로 수십기의 고분들이 오랜 세월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경주 일원이 천년역사의 사적지임을 깨친다. 모량마을을 거쳐 6km 쯤 걸어서 오후 네시경 경주와 감포 가는 길목에 있는 광명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경주시내 초입에 있는 태종무열왕릉쪽으로 향하였다. 오른 쪽으로 경부고속도로와 중앙선 철길이 이어지는데 언덕길을 오르는 화물열차가 가득 실은 철재가 무거운지 힘들게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기차야 힘이 부치지 않겠지만 내 몸이 고달프니 그렇게 느꼈으리라.
경주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고개를 넘어서 오후 5시, 태종무열왕릉에 이르러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체육진흥회 관계자가 보낸 사과를 한 개씩 먹으니 땀에 젖고 지친 몸에 꿀맛처럼 달다. 5시 15분에 이곳을 출발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경주문화원으로 향하였다. 영천에 만개한 벚꽃이 경주에서는 벌써 지고 있는데 지난 월요일(4월 11일)에 활짝피었다고.
6시경에 문화원에 도착하니 손원조 경주문화원장과 이동수 걷기연맹 경주지부장 등이 반가히 맞이한다. 손 원장은 도착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노라며 사이다를 한 캔씩 나눠주어 일행 모두 먼길 달려와 마른 목을 추긴다. 몸 풀기와 기념촬영으로 도착행사를 마무리 한 후 10여분 거리에 있는 모텔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백여리를 걸었으니 모두들 힘이 들겠지요.
모텔에 여장을 풀고 몸을 씻은 후 7시 반에 15분 거리에 있는 식당(구로쌈밥집)으로 향하였다. 저녁메뉴는 쌈밥에 맥주를 곁들이고. 식사 후에 경주까지 걷고 돌아가는 김신경, 엔요 교코 두 사람의 송별행사를 가졌다. 케이크를 자르고 페난트를 전한 후 두 사람의 소회를 듣고. 김신경 씨는 걷기의 경험 없이 갑자기 참여하여 힘들었지만 다음 번에는 더 열심히 걷겠다고 다짐하였고 엔요 교코 씨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욕심같아서는 12회를 참여하여 스즈키 씨보다 더 많은 나이까지 걷고 싶다고 말한다. 열심히 걸은 김신경, 엔요 쿄코에게 박수를 보낸다. 둘이서는 걷는 동안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는데 오늘은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요'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부르고.
2회대회에 참가했던 재일동포 조신자 씨가 딸,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에 합류하였다. 이틀간 경주에 머물겠다고. 2년 전에 내가 쓴 책 '아들아, 대한의 골 키퍼가 되라'를 주고 행사 참여기도 메일로 보내준 적이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모텔에 돌아오니 10시가 가깝다. 아픈 허리를 추스리며 먼 길 걸어와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내일은 경주문화탐방일로 하루를 쉬게 되니 푹 자고나면 컨디션이 좋아지리라. '열심히 걸은 일행들, 수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