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열매, 한약재 ‘빈랑’
세계보건기구(WHO)가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빈랑나무’ 열매가 지난 5년간 100t(톤) 넘게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강암 환자 90%가 복용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강한 중독성까지 띠고 있어 ‘죽음의 열매’로 불리지만, 국내에서는 한약재로 분류돼 쓰이는 실정이다.
빈랑은 중국 전통 한약재 중 하나로 주로 허난성에서 재배돼 후난성에서 가공된다. 냉증을 앓거나 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라고 전해지며,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는 껌을 씹듯 이 열매를 씹는 문화도 있다. 빈랑을 먹으면 입안이 온통 빨갛게 변하는데 이 모습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빈랑에는 2004년 WHO 국제 암 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등록한 아레콜린 성분이 함유돼 있어 매우 치명적이다. 흔히 구강암을 유발하고 중독과 각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빈랑을 기호품으로 다량 소비하던 중국마저 2020년 식품 품목에서 빈랑을 제외했다. 지난해부터는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에서 빈랑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진열된 제품을 수거하는 조치까지 내려졌다.
문제는 국내에서 빈랑이 한약재로 분류돼 매년 수십 톤씩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빈랑이 약사법에 따른 한약재로 관리되고 있어 검사필증을 구비하면 수입통관에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사회이슈 2022. 10>中에서
♣ 빈랑(檳榔) : 외떡잎식물 종려목 야자나무과의 교목으로 높이 25m 이상 자란다. 열매는 둥글거나 타원형 또는 긴 것이 있고 지름 3cm 정도로 노란색, 오렌지색, 홍색 등이다. 열매를 ‘빈랑자’라고 한다. 빈랑자 한 조각을 입에 넣은 다음 ‘베틀후추’의 잎에 석회를 발라서 같이 씹는다.
빈랑자에는 타닌과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어 촌충구제·설사·피부병·두통 등에 사용하여 왔고, 어린 잎은 식용하였다. 빈랑 열매의 껍질은 대복피(⼤腹⽪)라 하여 빈랑자와 함께 한약재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한약재로 관리되고 있다. WHO 산하 연구소에서는 한약재인 빈랑자와 대복피에 함유된 아레콜린을 발암가능물질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빈랑 열매 씹기를 금지한다는 중국 현지 포스터(좌측). 빈랑 나무 열매(우측)
[출처] 죽음의 열매, 한약재 ‘빈랑’|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