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반쯤 산악회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가 심하고 천둥번개까지 쳐서 운장산행은 취소한댄다.
일요일 숙직을 기사에게 부탁할까 했는데 안하기 잘했다.
게으름이 낫다.
양복이 차안에ㅔ 한벌 있으니 출근가방까지 들고
산에 갈 채비를 해 나온다.
비가 그쳤다.
들판은 깨끗하고 하얀 구름이 산봉우리를 넘어가고 있다.
한재넘으며 무등을 뒤돌아볼까하다가 그냥 고개를 넘어간다.
홍길동나무숲앞 저수지둑앞에 차를 세우고 구름을 찍어본다.
백양사는 주차비가 싫어 남창계곡으로 간다.
10시 반이 넘었다.
막걸리와 카스타드를 4900원에 산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들러 직원에게
갓바위에서 상왕봉가는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다시 내려와 장성새재-순창새재를 지나야 한댄다.
3시간에 4시간 7시간 걷는 건 문제가 아닌데
숙직교체가 늦을까 걱정된다.
삼거리에서 장성새재쪽으로 길을 잡는다.
임도처럼 넓은 길에 물이 흐른다.
완만하다
기분이 좋아진다. 중독이다.
저 아래 계곡의 물소리가 따라오더니 사방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고개부근까지 물이다.
한쌍의 남녀가 보이더니 입산금지된 깃발이 걸려있는 입암산성쪽으로 올라간다.
새재 2키로 남짓이 금방이다. 3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른쪽 내장산 상왕봉 쪽으로 내려간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원두막이 보이고 내나무로 발을 짜다 만 틀이 보인다.
나무를 멋대로 얶어놓은 대문에는 소워낭을 두개 달아두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돌과 흙으로 벽을 쌓은 집이다.
할머니 한분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견제한다.
무당인가? 산 지가 오래느냐고 하니 그렇댄다.
할아버지도 계신댄다.
빨래줄에 나자 옷도 걸려있다.
길을 물으니 개울을 넘으란다.
거의 정상부근ㅇ니데도 물이 넘쳐 흐른다.
스틱을 이용해 힘을 다해 건너뛴다.
이제사 오솔길에 오르막이 나타난다.
비가 많이 온 탓인지 길은 부드럽다. 지그재그 길을 오른다.
순창새재에서 배낭을 벗고 막걸리 두 잔에 카스타드를 먹는다.
내장산 연봉을 연결하는 길이다.까치봉 한시간이면 닿겠다.
12시 20분에 상왕봉 2킬로 남짓을 향해 출발한다.
상왕봉에 오르자 한떼의 산악회원이 점심을 마치고 자릴 비워준다.
정읍과 고창쪽 담양쪽을 본다.
한재 양쪽으로 병풍산과 불태산이 또렷하다.
무등은 구름에 덮여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장성호도 길게 누워있다.
구름이 금방금ㅂㅇ 모습이 달라진다.
구름을 보며 논다. 막걸리를 다 마신다.
사자봉은 오르지 않고 몽계폭포 쪽으로 내려온다.
나무로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계단을 두었다.
물이 흘러 건널 때 가로 흔들리며 걷는다.
스틱이 흔들린다.
그러다 다 빠진다.
빠지면 이리 시원하고 편한 것을.
한강이도 그렇다. 난 즐겁게 놀 줄을 모른다.
이제 물길을 타고 내려온다.
몽계폭포 위에 한쌍의 남녀가 있다.
남자는 씻었는지 웃통을 벗었다.
밥을 먹었느냐고 한다. 벌써 2시가 넘엇는데
먹었다고 말하고 생각해 보니, 먹은건지 모르겟다.
아래로 내려와 옷을 벗고 폭포속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물이 차갑지 않다.
속옷을 물에 흐르게 한 후 털어 수영그지 줄에 걸어 말린다.
맨몸으로 이곳저곳을 흔들리며 걸어다닌다.
하곡 정선생은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몸을 움직였을까?
다시 챙기고 일어나니 선글래스가 보이지 않는다.
남녀가 있는 곳에서 훌쩍 뛴 적이 있어 거기까지 가 본다.
내가 다가가도 남자의 발을 다듬는 여자가 기척을 모른다.
폭포소리에 당연하다. 물어보지 못한다.
그냥 내려오고 만다.
큰일이다. 이제 산에 갈때마다 잃어버리는 물건들이 하나씩 생기니---
장성 국일반점에서 짬뽕을 국물까지 다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