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가대 야유회의 피날레는 평택호 곁에서 한 불꽃놀이였습니다.
처음 기획한 것이었으므로 작은 막대 불꽃이었죠.
문방구의 주인이 아주 뜬금없다는 얼굴로
"바닷가에서 소리내며 하는 거 불법일걸요. "
한 말에 의욕이 꺾여 저도 그걸 산 것입니다.
비록 가장 원초적인 것이었을 망정 우리의 기분은 최고였고
나중엔 서로 달라고 손을 내민 지경이었습니다.
제법 노하우가 생기자 다시 온 기회인 바닷가 단풍놀이에서는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해보자고 작정을 했습니다.
지난 목요일 안면도로 출발한 일행들은 할미 할아비 바위를 향해 걷다가
바다 가운데에서 파는 굴을 사서 몇몇분은 초고추장을 곁들였고
바닷가에서 한눈을 판 저는 고동을 사서
동료와 함께 초등학교 방과후를 추억하며 재미나게 먹었습니다.
고동 껍데기를 바다를 향해 푸우 뱉어내며 어린애가 되어가던 우리는
"아줌마, 근데 폭죽 안팔아요?"
"팔아요."
"근데 그거 경찰이 혼 내나요?"
"아니, 뭔 혼? 다 해요."
"그럼 아줌마 우리 열 여섯명인데 두개씩 쏠 수 있게 주세요."
한번 쏘면 30발씩 하늘로 날아가는 폭죽을 겨드랑이와 손에 들고
비장한(?) 마음으로 먼저간 동료들을 따라 굴 파는 할머니 곁으로 나갔습니다.
언제나 마음이 호기심천국인 저는
굴을 먹는 동료들 사이에서 폭죽 몇개를 쏘아 올렸고
모두들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한번 해보자고 차례를 기다리는 친구들 앞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마냥 우쭐해진 저는
하나 둘씩 폭죽을 나누어주며 불을 붙여 주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손가락 끝에 심한 화상이 생겼을 정도로....
그러나 우리는 어린애의 천진함을 폭죽놀이로 되찾았고
나이를 잊었으며 우정을 쌓아 갔습니다.
혼자서 하면 치매를 의심받을지도 모르고
나이값을 하느라 영혼의 나이 십팔세를 감추어야하는 우리는
여럿이 모이면 그걸 군중심리로 이겨낼 수 있죠.
저는? 그 용기를 심어주는 객기쟁이입니다.
하늘로 하나씩 올라가서 펑~ 펑~ 터지는 폭죽때문에
나이도 잊고 즐거워하는 동료들을 보며
자 다른 동료 하나가 바로 자신의 장기인 웃음꽃 선물 보따리를 풉니다.
"회장님! 제가 즉석 게임을 제안할 건데요, 상금 오만원을 주세요. "
당연히 오케이!
바닷가 모래사장을 향해 오른쪽 신발을 멀리차기였습니다.
단풍을 보러가고 여름도 지나 쓸쓸한 해변에 놀러온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곁에 잇던 젊은 친구들도 주변에 둘러 섰습니다.
한눈파는 동료들은 여전히 폭죽을 쏘고 차례차례 신발을 차기 시작 합니다.
힘껏 차도 아줌마의 발차기는 신발을 바닷물가까지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빠지지 않고 자신의 오른 신발을 차넣고
아예 맨발로 징검징검 걸으면서도
오랫만에 부려본 젊은 날의 호기때문에 얼굴은 상기 되었고
"회장님 우리 또 와요, 안온 사람들이 후회 하겠다"
하며 신이 나 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하늘 마냥
우리의 머릿속은 집안일 세상일에 깜깜 어두워졌고
불꽃놀이하는 그 순간 만큼은 유년의 천진함으로 돌아갔습니다.
비록 아주 잠시 불 밝히고 사그라지는 폭죽같은 하루의 바닷가 여행이었지만
자식걱정에 남편 걱정, 그리고 북한 핵문제까지 뒤죽박죽된 우리 머릿속
때로는 이런 순수로 목욕을 시킬 일입니다.
전 또다시 유년의 추억을 용기내어 행하는 기쁜 여행을 시도할 겁니다.
언제나 제가 주장하는 자신감 하나
"젬마가 놀자고 할 때 안놀면 너만 손해야!"
하는 협박입니다.
전 열심히 사는 여성분들께 제안합니다.
우리가 여고때 꿈꾸었던 꿈을 잊는다면
얼굴을 아무리 주름살개선제로 펴고 또펴도
이미 영혼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고 있는 것입니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다 해도 꿈을 갖은 영혼은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은 생명입니다.
물질적 배고픔이 심하다 해도
모름지기 이백원짜리 불꽃 폭죽을 가족수의 세배쯤 구입하셔서
남편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 마당이든 동네 어귀든 용인천 개울가든..
어디든 가셔서 불 붙여 보세요.
가슴에 유년의 추억들이 희망처럼 타오를 거에요,
사랑을 전하며 젬마가 여러분 가슴에 객기를 불어 넣습니다.
신앙도, 삶도 결심과 용기가 중요합니다.
'재밌었겠다' 와 '나도 한번 해보자'는 우리의 삶을 전혀 달리 만듭니다.
머뭇거리기엔 너무나 짧은 인생이지 않나요?
전 생각이 나면 일단 일어서서 옷을 챙겨 입습니다.
무언가 해야하니까....
생각은 주저하게 하고 실패와 실수를 경험할 절호의 찬스를 놓치게 합니다.
일어나서 길 떠나시고
가셔서 해보고 싶었던 무언가를 해 봅시다.
요번 가을 저는 꼭 해보고 싶었던 불꽃놀이를 했더니
저~엉말 즐거워졌습니다.
첫댓글 시원한 바닷가의 그 웃음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저도 잠시 어린아이가 된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