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거짓말을 용서해조..말어? [1584]
보낸이:김강미 (rosa88 ) 1994-12-06 13:30 조회:328
조교(지금 3년차)이면서 대학원 박사과정 1학기째인 그는
늘 바쁘다. 공부라는게 사실 특별히 바쁜 일 없이 바쁜거니까...
그 사람 못지않게 -아니, 그 사람보다 더- 나도 시간에 매여 있는
몸이라 우리가 맘 놓고 만날 수 있는 건 '주말' 뿐이다.
그것도 내가 약국 당번이라도 하는 주에는 만나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우린 '주말 애인'인가부다.
그래두, 주중에 보고싶어서 참다 참다 못해 한밤 중에 고속도로를
달려 구미로 오는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해지고...그런 그가 한
없이 사랑스럽다.
다시 대구로 혼자 가야할 그를 생각하면 맘이 아프지만 우선은
우리가 이 순간 같이 있다는게 마냥 행복할 뿐이다.
지난 주에도 난 다름없이 약국을 마치고 (토요일 6시 폐문)
그리운 집(대구)으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집으로 가기 앞서 그를 먼저 만났다.
일요일에 느긋하게 만나면 될걸....왜 토요일 밤에 그렇게 만나냐
구요????
왜냐면....월요일 그가 시험이 있기 때문에 토요일 잠시 만나는 걸로
이번 주는 만족을 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만족을 못하고 우린 일요일 저녁에도 잠시 만났다.
그의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서 내가 병원 (학교) 으로 갔다.
"자기야, 오늘 몇 시까지 공부 할건데?"
"글쎄....대충 새벽까지 해야 될것 같아."
"이잉....이번 주는 자기 시험 때메 이렇게 보내구....
담주는 또 내 당번이자나....으앙~~ 시러라~~"
(둘이 서로 쳐다보며서 동시 다발루다.....)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끙~)"
그리곤 난 구미로 왔다.
구미에 도착하고 얼마 안되서 하늘에서 뭔가 하이얀 것이 날렸다.
눈.................
바로 첫눈이 내리는거다.
첫눈이 내리면 그와 함께 마냥 걷고 싶었는데.......
이럴 때 하필 시험을 칠게 뭐람~~?
"자기야~ 나 구미 무사히 잘 왔쪄~!
근데...자기야...요기 지금 눈 내린다...그기도 눈와?"
공부에 열중하던 그는 눈 내리는 것도 몰랐나부다.
눈을 무지 좋아하는 강미건만.....혼자 눈을 맞게 한데 대해 미안해
하는 그의 맘이 전화기를 통해 전해져 오는 듯하다.(착각???!!!)
밤 12시 30분...
따르르릉~~~
찰카닥....
"여보세요?" <---또랑 또랑한 목소리루
"미야니? 아직 안잤구나...나 인제 집에 왔어.
집에서 공부할려구...."
"으응..그래 잘했어...학교는 새벽까지 공부 하긴 넘 춥더라."
"뭐하고 있었니?"
"음...티비 보면서 뜨게질(그의 쉐타를 드고 있다.) 하고
있어."
"피곤한데 일찍 자라...뜨게질 오래하면 어깨 아프니까..."
"아냐...자기 새벽까지 공부 한대며...?
나 자기 공부 다하고 잘 때까지 안자고 뜨게질 하구
있을꺼다~~"
"이구....그러지 말구 자라~~ 낼 피곤하다 그러지말고..."
"시러~~~ 자기 안자구 공부 하는데 내가 잠이 오나 뭐?"
(내 고집은 그가 꺽지 못한다.)
"그래...그럼 이따가 나 잘 때 다시 전화할께."
(할 수 없이 체념 하는 목소리루....)
"그럼, 난 열심히 뜨게질 하고 자기는 열심히 공부하구...
요...시...땅~~"
"꼭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 같네....크크~"
"히히...~~"
새벽 2시...
따르르릉~~~~
찰카닥...
"여보세요..?" <--- 여전히 또랑또랑한 목소리...
(사실은 잠이 오기 시작했음.)
"미야...나 이제 잘거야....그러니 너두 얼릉 자라.."
(그의 목소리에두 잠이 실려 있었다.)
"으응...그럼 이만 자야겠네...잘자~"
"그래...우리 공주님도 잘자구....사랑해....."
"으응......나....두....." <---거의 비몽사몽
근데,어제 오후 (그 사람 시험 끝난 후)....
"미야...나 사실은 어젯 밤에 새벽 5시까지 안자고 공부
했다."
"잉??? 모라구..?????"
"그래야 너 잘거니까.....안그럼 너두 5시까지 빠득빠득
안자고 있을거니까....너 재울려구 거짓말 했찌~~"
"이잉~~ 것두 모르고 난 쿨쿨~~ 잤자나....몰라~~"
세상에...분명히 잠 오는 목소리루 그만 잘거라더니....
완존히 그의 연기에 내가 속았지뭐야~~~?
그래두 그 거짓말은 그의 사랑과 따뜻한 맘이 가득 담긴 거짓말
이니......용서해조?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