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마음에도 소식 小食이 필요하다. 덜어내는 것이 가장 번창하는 일이다.
말을 덜어 내면 허물이 적어진다.
덜어내는 일이 보태는 일보다 어렵지만, 덜어내는 일이 나중을 위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주름 생각>
문태준
세상에 좋고 좋은 일들이 수두룩하지만 나는 유독 주름을 좋아한다. 온몸에 주름 아닌 곳이 있는가. 모두 접힌 곳이다. 주름이 많은 얼굴은 험상궂은 얼굴이 아니다. 특히 눈웃음이 만든 눈주름을 좋아한다. 웃음을 끌어당긴 흔적이기 때문이다. 웃는 일보다 운 적이 더 많은 사람에게도 눈주름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팔뚝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울고 운 날의 흔적이 눈주름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눈주름이 세필 細筆로 그린 듯 아름다운 얼굴은 더 많이 웃고 산 사람의 몫이다. 금 간 그릇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듯, 눈에서 웃음이 살짝살짝 번지고 흘러나와 완성된 눈주름은 고혹적이다. 그렇게 가늘고, 나무뿌리처럼 뻗어나간 눈주름을 보면 '아, 저이는 마음도 세월도 잘 만지셨구나' 저절로 부럽기도 하다.
입가에 난 주름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오물오물 맛있게 잘 먹었다는 뜻이다. 딱딱한 것보다 부드럽고, 무르고, 차진 것을 더 많이 먹었을 것이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고함을 치거나, 곧잘 토라지는 얼굴에는 입가 주름이 자잘하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이 적고 파고가 높지 않은 날 바닷가에 나가 보았는가. 한 겹 한 겹 접히며 들어오는 바닷물을 보았는가. 잘 웃고 살아서 만든 입가의 주름은 꼭 그런 고요한 바닷가로 밀려오는 낮고 순차적인 파도를 보는 듯하다.
무릎 주름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다. 무릎 주름은 잘 볼 수 없다. 대개 옷에 덮여 있기 때문이다. 마늘같이 생긴 무릎에 새겨진 주름을 보라. 해와 달과 별과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의 무릎 같다. 무수히 많은, 너무나 먼 길을 걸어 다녔기 때문에 생긴 주름이다. 쪼그려 앉거나 일어나 한참을 서 있다가 생겨난 것이다. 많은 사랑을 기다리기도 했을 것이다.
목주름을 숨기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스카프를 목에 감기도 한다. 물론 나의 목이 칠면조처럼 되어 버린다면 참을 수 없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목처럼 고역을 감당하는 몸도 없다. 꽃을 떠받든 꽃대 같은 것이 목이다. 목은 주로 삼킨다. 밥도 울분도 삼킨다. 그러면서 목주름은 생겨난다. 곁을 보거나, 아래를 살펴 주거나, 위를 부러워하거나, 뒤를 조심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얼마나 솔직한 것인가.
주름을 펴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주름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해변에 서서 밀려오는 잔파도를 두 손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자꾸 웃는 쪽으로 나아갈 뿐이다. 우리가 그렇게 이동하면 주름도 우리를 따라올 것이다. 세월의 손때를 입은 주름은 항상 아름답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