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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도연 度淵스님의 세상사는 이야기.-자동차 사고 이야기.
칼빈코스트너 추천 0 조회 14 08.11.08 10:2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Traffic Accident / 새도 날다가 서로 부딪힐까...?

약속이 있어 나가다가 신호등 앞에서 대기하는데 뒷차가 사정없이 들이받는다.
낮에 내 차를 다른 사람이 운전한 적이 있어 그랬는지 어쨌는지 의자 등받이가 전보다 뒤로
젖혀져 갑작스러운 충격에 뒷머리가 또 사정없이 부딪힌다. 밖으로 나가보니 한 남자가
망연히 서 있다. 남자의 승용차 엔진룸이 내 트럭 뒷범퍼를 부수고 차체 밑으로 기어들어가
있다.  
다행히 남자나 나나 별로 다쳐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는 혀가 꼬부라져 있다.
음주운전, 그것도 만취상태. 나이는 마흔쯤이나 돼 보인다.
순간 내 머리에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하나는, 법대로 처리하면 녀석이 면허취소에 구속까지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얼른 자동차를 빼내는 것으로, 나는 결국 ‘이봐요, 살고 싶으면 얼른 자동차
저쪽으로 대요’를 선택했다.

나의 선택은 얼마 전 면허가 취소되어 상당한 불편을 겪는, 어쩌면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내가 아는 어떤 분이 떠올라서도 그랬지만 사고를 일으킨 녀석이 갑자기 가엾어졌기
때문이다.
견인차는 어떻게 알고 번개같이 오는지, 나는 남자의 신분증과 보험증을 확인하고
남자의 자동차를 견인차에 맡긴 다음 남자를 내 차에 태웠다. 잠시 후 경찰차가 도착하여
견인차 기사에게 뭐라 뭐라 묻는 걸 보고 남자와 나는 얼른 사고현장을 벗어났다.
나와 방향이 같아 남자를 태우긴 했는데 술 취한 남자는 ‘재수가 없어서 사고를 냈다’는 둥
조금도 미안한 감이 없이 연신 횡설수설이다. 내가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건 아예
생각지도 않는 눈치다.
--뭐 이런 놈이 있담...
그러면서도 나는 속으로 ‘그래 임마! 내가 네놈 앞에 서 있어서 미안하구나’ 하고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리 ‘술 취한 개’ 라지만 나는 남자에게 상황을 자상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존경하는 술 취한 선생, 선생은 조금 전에 음주운전으로 내 트럭을 들이받았습니다.
선생은 경찰관에게 잡혀가면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이며 자동차도 압수당할지 모르며
어쩌면 구속당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까까머리 중만 아니었다면 선생은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며 음주운전을 한 것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느냐 이눔아?

놈은(내가 남자를 놈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자의 태도가 하여튼 싸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귓구녕이 뚫렸는지 처음으로 ‘미안하게 되었다’ 고 사과를 한다.
무슨 하수처리장 공사현장에서 일한다는 놈은 아내에게 사고를 냈다고 전화를 건다.
저쪽에서 술 마셨느냐, 물었나보다.
--술? 당근 안 마셨지...
이번에는 내가 놈의 아내와 통화를 하면서 놈이 술에 만취되었음을 일러바쳤다.
내 생각에는 최소한 놈이 아내로부터 잔소리깨나 들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여튼, 다음날 내가 놈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래도 내 목과 허리에 통증이 있으니 보험회사에 인사사고 접수도 해 달라’ 고 말했더니
놈은 이렇게 내뱉는다.
--그 정도예요? 병원에 가야되겠어요...? 그럼 가셔야죠 뭐...
정말 싸가지다. 나는
--네 이놈, 사고를 낸 놈이 최소한 ‘스님,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물어야지
그 따위 대답이 어디 있느냐!!
고 호통을 치려던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내가 이렇게 ‘가까스로’ 참아낸 것은 얼마 전 어떤 엉터리 절간 주인이 내게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내게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 엉터리 절간 주인이 이렇게 말하는 거다.
--스님, 불쌍한 중생이 다 그렇지요, 뭐 그러려니 생각하십시오...
아, 그렇구나. 엉터리지만 그럴 듯한 말로 내게 깨달음을 주는구나... 나는 그 후 화가
날 거 같으면 그 엉터리의 말을 되뇌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다.
--중생이 다 그렇지 뭐...

어떤 이에게 사고를 당했노라 말했더니 ‘아이고 스님, 그거 오백 만원 짜린데...’ 하며 눙을 친다.
아이고 정말 그렇구나, 오백 만원이 어디냐, 그거면 아직 중고 자동차 한 대도 없는
생태학습원에 중고 자동차 한 대쯤 장만할 수도 있는 돈인데...아깝다... -_-
어떤 이는 또 말한다.
--그랬다고 그 사람이 알아듣겠어요? 개과천선을 하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법대로 혼구녕을
내야해요.
맞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틀린다.
얼마 전에도 어떤 술 취한 녀석이 내 트럭의 후미등을 들이받아 부쉈다.
놈은 ‘죄송합니다, 일단 저쪽으로 빼시죠’ 하더니 총알처럼 앞질러 줄행낭을 친다.
운전이라면 ‘한운전’ 한다고 자부하는 내가 놓칠 수야 없지 않은가. 끝까지 추적하여
놈을 자동차에서 끌어내렸다.
--너 임마, 뺑소니를 쳐?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빨랑 수리비 내 놓고 꺼져!
--얼마나 드리면...됩니까?
--2만 원!!
(후미등을 만 칠천 원을 주고 한 번 고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놈은 음주상태이기 때문에 경찰서에 끌려가면 곤욕을 치룰 게 뻔하다.  나는
‘그런 녀석들은 혼구녕을 내야 한다’ 는 말을 떠올리면서도 ‘그래, 머리 깎은 게 죄’라며
두루뭉실 넘어가고 마는데 ‘놈들’ 이 깨달으면 다행이다 싶은 것이다. 아니면 다음에 땅을
치고 후회할 테니까.

Traffic Accident,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젊고 멋진 남자의 방에서 깨어난 오드리 헵번은 ‘내가 혹시
교통사고를 당한 건가요...?’ 묻는 것처럼 어디 자동차 사고만이 ‘교통사고’에 해당할 것인가.
‘교통사고’는 그야말로 ‘교통하다가’ 입는 사고다.
가족과의 교통, 친구, 동료, 거래처와의 교통 그리고 크게는 국가와 국가간의 교통도
그렇지만 그대와 나 사이의 교통은 또 어떠하고 어떠했는가.
나와 내 안의 또 다른 나와의 교통은?
망가진 트럭이야 상대방의 보험처리로 고쳐진다지만 사고로 인한 감가상각의 하락은 또
어쩌란 말인지. 이 ‘속상함’이 바로 또 다른 ‘나’ 와의 Traffic Accident 즉 갈등이다.
‘아, 한 껀 챙기는 건데’ 하는 생각도 Traffic Accident 에 해당한다.

내일 또 그 싸가지가 싸가지 없는 소리를 하면 당장 쫓아가서 귀퉁배기를 한 대
갈겨줘야겠다. 순전히 싸가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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