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혁신학교, 학부모가 함께 키워요.
서울형혁신학교 학부모네트워크 오인환 대표, 천왕중학교 박진숙 위원장, 천왕초 황정임 위원장을 만나다.
촉촉한 봄비가 오는 어느 날, 마을버스를 타고 상가가 밀집한 골목을 지나면 아파트 단지촌이 나온다. 바로 구로구에 위치한 천왕이다. 천왕동은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었고 2011년 입주를 시작한 지역이다. 이제 만 5년,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기대되는 만남이다.
“서울형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는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오인환 선생님은 두 분의 누님(^^)들과 함께 만나기로 한 장소에 오셨다.
천왕동에 위치한 천왕초등학교 황정임 위원장님과, 천왕중 박진숙 위원장님이다.
세 분을 통해 구로지역의 혁신지구에 관한 이야기, 혁신교육을 위한 열망과 노력을 알 수 있었다.
천왕지역은 20년 장기전세가 가능한 지역으로 입주조건 중 자녀수가 가산점이 있어 다자녀가 많다. 각 지역에서 입주하다보니 부촌은 아니나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하니 사교육을 시킬 수 가정도 많이 않다. 부모들은 경쟁사회를 되물림 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기존에 공교육에 대한 불편함 마음들이 혁신학교에 대한 열망으로 발전하였다. 그런 열망과 노력이 천왕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 수 있었다. 교사 만큼이나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여 만든 혁신학교가 중요한 것임을 느낀다.
천왕초등학교 학부모들은 혁신교육에 대한 좋은 점을 잘 알고 있어 천왕중학교도 혁신학교로 지정되길 열망하고 있다. 2018년을 목표로 천왕지역에 없는 고등학교 설립과 혁신학교가 되어 혁신벨트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천왕초등학교는 행정의 학급당 학생 수를 예측하지 못해서 교실수가 많이 부족한 현실이란다. 혁신교육이 온전하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 학교를 증설하는 것은 필수적이나 행정은 향후 다시 줄어들어 교실이 남아 돌 것이라며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천왕지역 학부모네트워크의 지속가능성은 “혁신똬리”로 이름 붙여진 학부모 동아리 있을 것이다. “똬리”는 머리에 짐을 일 때 받침으로 쓰는 것으로 무거운 짐을 받쳐주자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란다. 천왕중학교 박진숙 어머님이 제안하신 이름으로 처음엔 놀림을 받았지만 지금은 좋은 이름으로 인정 받았단다. 혁신똬리는 마음 맞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혁신학교가 잘 되려면 학부모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책을 선정하여 독서모임을 갖고 있었다. 아직 어려움은 있으나 전환점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꼭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학부모네트워크의 최근 고민은 교사와의 소통이다. 교사와 학부모사이의 벽은 존재하고 있으며, 혁신학교 교사라고 해서 모두가 혁신교육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것을 촉진하는 것은 학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관계맺음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천왕이라는 마을의 주민으로서 학부모-교사가 선을 긋지 않고 일상적인 소통이 가능한 모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혁신학교 천왕초가 마을에 중심이 되어 교육주체들의 장이 되는 모델을 만들고 타 지역에서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지역에서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중학교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수요휴카페를 열었다. 마을사랑방역할을 기대하며 지역교회에서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마을공동체지원사업과 연결해서 운영 중이였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만큼 되지 않아 고민 중이었다. 필자의 청소년을 ‘위한’공간이 아닌 청소년에 ‘의한’공간으로 전환되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했다.
구로구는 2015년 교육혁신지구로 선정되었고, 2015년 4월 28일 온마을교육회의가 출범했다. 온마을교육회의는 구청, 교육지원청, 학교, 지역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마을의 교육에 대해 토론하고, 집행하는 기구이다. 이 교육회의에도 학부모네트워크가 참여하고 있다. 행정이 생각하는 구로교육의 문제와 학부모네트워크가 지향하는 교육은 차이가 있다. 영재아카데미 등 학력신장을 위한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라 시민사회와 다소 긴장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조율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입장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온마을교육회의가 그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이런 긴장관계가 구로지역 뿐만일까? 혁신지구 곳곳이 크고 작은 의견들이 긴장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서울형혁신학교 학부모네트워크가 함께 의견을 조율하고 좁혀가는 과정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쟁교육이 만연한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쉽지 않은 길을 세 분이 꿈꾸는 천왕의 교육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학부모로서 청소년들이 다른 인생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교육을 상상한다고 전했다.
그런 상상이 지적으로만 유능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며, 지역사회와 함께 교육현장과 문화를 바꿔내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분의 누님을 모시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는 오인환 대표, 우리 정말 잘 하고 있는거지? 라며 연신 유쾌한 모습의 황정임, 박진숙 학부모님이 함께 만들어갈 천왕지역의 혁신교육의 오늘과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