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김정배
#1
엄마는 콩밥을 좋아해요.
하루는 빨강 콩밥.
다음날은 연두 콩밥.
또 다음날은 검정 콩밥.
그리고 또 하얀 줄무늬가 있는 분홍 콩밥까지,
매일매일 콩밥을 지어요.
“치, 엄마는 콩밥만 지어. 나도 내가 좋아하는 밥 지을 거야.”
#2
비 오다 갠 일요일 아침. 비가 오다 반짝 갠 일요일 아침이에요!
“오늘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짓는 날이야.라고.
정말 근사한 밥이 될 거야.”
#2
나는 동생을 흔들어 깨웠어요.
“일어나. 밥 지으러 가자.”
나는 동생을 흔들어 깨웠어요.
“언니 혼자 가. 난, 더 잘 거야.”
동생이 홱 돌아누우며 말했어요.
“싫으면 관둬, 맛있고 향기가 솔솔 나는 꽃밥 지으러 나 혼자 간다.”
그 소리에 동생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어요.
“뭐? 꽃밥? 세상에 그런 밥이 어딨어?”=행 올리기
“따라오면 보여 주지." 날 지금 내가 만들러 가잖아.”
“나도 갈 게.”
동생과 나는 신나게 부엌으로 달려갔어요.동생이 부엌으로 쪼르르 따라 나왔어요.
#3
엄마가 먼저 일어나서와서 멸치 똥을 빼내고 있었어요.
우리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앞치마를 둘렀어요.
“웬 일들이니? 잠꾸러기 아가씨들."내가 뭐 도와줄 일 없니?”
엄마가 멸치 똥을 빼내다 말고 의아해 하며 말했어요.물었어요.
“글쎄요. 아! 맞다. 엄마는 초록 잎을 준비해 주세요.
꽃밥을 지으려면 잎사귀도 있어야 하거든요.겠네요.”
“꽃밥?"
엄마도 동생처럼 놀랐어요.
"뭔지 모르지만 꽃이 피려면 잎도 필요하긴 하겠다. 초록 잎은 내가 아주 잘 만들지.”
엄마도 신이 나서 주전자에 물을 안쳤어요. 부었어요.
녹차를 우려내려고요.
동생과 나는 조그만 소쿠리바가지를 들고 앞뜰로 나갔어요.
#4
아빠는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유리창 너머로 우리를 보았나 봐요.
“애들아, 뭐하러 가?”
“꽃 따러 가요.
동생과 나는 큰소리로 대답했어요.
오늘 아침은 꽃밥을 지을 거예요.”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꽃밥?"
아빠도 역시 놀랐어요.
"뭔지 모르지만 아주 재미있는 밥이 될 것 같구나.
나는내가 뭐 도와줄 거는 없니?”
아빠도 어느새 소쿠리를 바가지를 들고 우리 곁에 서 있었어요.=행 올리기
#5
“나는 팬지꽃 딸래.”
동생은 노란 팬지꽃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어요.
“그럼 난, 목련.”
나는 눈을 감고 목련꽃 향기를 맡으며 말했어요.
아빠는 꽃을 딸 생각은 않고 덩굴장미 앞에서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어요.
“아빠, 뭐해?”
그제야 아빠는 빨간 장미 잎을 똑똑 땄어요.
그때,
“무지개다.”
동생이 바라보는 곳에 무지개가 떠 있었어요.
#6
우리는 꽃을 담은 바가지를 들고 부엌으로 갔어요.
엄마도 녹차를 우려내어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정도면 꽃밥 준비 끝.
나는 양푼에 계량컵으로
어른용 두 컵,
아이용 두 컵 쌀을 넣어
살살 문지르며 깨끗이 씻었어요.
압력밥솥에다 넣고 엄마가 준비한 녹차를
손등 위에 달랑달랑할 만큼 부었어요.
마지막으로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담아놓은
꽃잎을 넣을 차례였지요.
#7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지 떨리지?
정말 꽃밥이 되긴 될까?’
내가 주춤거리는 사이 동생이 먼저
자기가 따 온 팬지꽃을 동동 띄웠어요.
나도 하얀 목련을 조심스레 놓았어요.
아빠도 빨간 장미를 살짝 넣었어요.
꽃들이 초록 물 위에서 동동 떠다녔어요.
“정말 미니꽃밭 같다.”
동생은 손뼉까지 치면서 좋아했어요.
내가 뚜껑을 닫으려고 할 때였어요.
“잠깐!”
동생이 소리쳤어요.
#8
“무지개도 넣자.”
동생이 꽃밭에서 본 무지개가 생각 난 모양이에요.
“좋은 생각이야.”
나도 동생 생각이 기특해 보였어요.
동생과 나는 다시 앞뜰로 나와
무지개 양쪽 끝을 조심조심 들었어요.
무지개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어요.
“조심해,
한 가지 색이라도 빠지면 안 돼.”
무지개를 고스란히 옮겨 오는 데 성공했어요.
밥솥에다 조심스레 넣고 얼른 뚜껑을 닫았어요.
#9
이번만큼은 특별히 엄마는 내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도록 허락해 주었어요.
압력밥솥 추에서 달랑달랑 소리가 날 때까지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 했어요.
추 돌아가는 소리가 잦아지자 나는 얼른 일어나서
불을 줄였어요.
그때부터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어떤 꽃밥이 될까 마음속으로 상상하면서요.
#10
추가 멈추고 나자 가스 불을 끄고 잠시 뜸을 들였어요.
“자, 이제 열어도 될 거야.”
엄마의 말에, 나는 손잡이를 옆으로 돌려 뚜껑을 열었어요.
작은 꽃밭이 밥솥 안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어요.
“와! 장미 밥이다.”
아빠가 제일 신나서 소리쳤어요.
“팬지 밥이네.
노란 꽃이 제일 많아.”
동생도 좋아했어요.
“뭘? 목련이 제일 크게 피었으니 목련 밥이지.”
그때 무지개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어요.
“그러니까 꽃밥이지.”
#11
예쁜 밥그릇사발에 꽃밥을 담았어요.
“자, 먹자.”
아빠의 말에 우리는 일제히 꽃밥을 한입 가득 떠먹었어요.
몸이 근질근질,
또 한입 먹자, 몸이 확 작아졌어요.
또 한입 먹자 겨드랑이가 간지럽더니 날개가 돋아났어요.
아빠 엄마는 호랑나비, 나는 하얀 나비,
동생은 노랑나비가 되어 꽃밥에 앉았어요.
무지개가 창문을 뚫고 나가 하늘로 뻗어 나갔어요.
“무지개를 따라가 보자.”
호랑나비가 된 아빠를 따라,
우리도 훨훨 하늘로 날아갔어요.
#12
무지개 한쪽 끝이 닿아 있는 곳은
예쁜 꽃도 많고,
과일과 채소도 많이 있는 곳이었어요.
우리는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구경했어요.
그런데 한쪽 끝에 비실비실 시들어가는 것이 보였어요.
“어머! 재는 콩 줄기잖아.”
호랑나비가 된 엄마가 말했어요.
그때 ‘윙’하고 벌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쟤는 왜 저러니?”
엄마가 벌한테 물어봤어요.
“저 아래 사는 인간 아이가 콩을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인간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미움 받아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요.”
#13
벌의 말에 엄마는 나와 동생을 힐끗 쳐다봤어요.
우리는 구경하느라 점심때가 훨씬 지난 줄도 몰랐어요.
“아이 배고파.”
동생이 말하자 그때야 저녁때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꽃밥을 한입 먹었을 때처럼 또 몸이 근질거렸어요.
잠시 후 몸이 붕 커졌어요.
마지막으로 날개가 사라졌어요.
그러자 너무너무 배가 고팠어요.
“엄마, 콩밥 먹고 싶어요.”
내가 말하자.
“나도.”
동생도 말했어요.
참 재미있는 소재이군요.
꽃밥!
역시 상상의 나래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림책이 참 예쁠 것 같아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