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안성을 좋아하고 스스로를 안성댁이라 자칭하면서도
안성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가끔 들 때가 있다.
오늘 같은 날이 바로 그런 날인데
실제로 책을 좋아하면서도
안성시립도서관으로 발길을 놓아본 적이 도대체 몇번이나 될까 싶도록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책은 소유해서 읽고 느끼고
보고 싶을 때 다시 읽는다는 개념이 더 많았던지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다지 즐겁게 도서관을 애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울 뿐이지만 그 반면에
오늘
비오는 날의 운치와 더불어 무설재 뜨락을 찾아든 발걸음들은
도서관을 내집만큼 아끼고 사랑하며 애용한다는
도서관 매니아들....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본다.

17만 인구의 안성....별로 크지 않은 도농도시이다.
당연히 1차 산업 농업의 비중이 크지만
2차산업의 공단들도 더러 있어서 산업의 역군인가 싶다가도
수도권 일원이라는 제약에 걸려 왕성하게 산업단지 조성하는데는 걸림돌이 많아서
쉽진 않지만 그래도 이름을 대면 알만한 기업들도 꽤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안성은 문화예술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문화를 창출하는 일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는 일 또한 비중이 크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시립도서관의 괄목할 만한 지원책은
그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전문 문화 사업으로서
칭찬받아 마땅할 일로 보인다.
미래지향적인, 백년대계를 꿈꾼다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전국의 도시 곳곳에 도서관 하나씩 지니기...
모 신문사에서 진행하는 숫자상의 도서관 나열이 아닌'
진실로 시민들이 원하는 도서관 같은 것 말이다.
암튼 이야기가 빗나갔다만
일명 도서관 지킴이들이라거나
도서관 매니아들의 발길이 유난히 반가운 것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들을 이야기꺼리가 많다는 사실 그 하나로도 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과의 이야기기는 당연히 끝이 없기 마련이고
하나하나 집어내어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니
책에 대한 애정도나 넘치는 에너지의 고갈이란 찾아 볼 수 없을 만큼이다.

그 일선에
전 도서관장이자 며칠 전에 사서로 돌아 선 유병장님이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척박한 출판 문화, 도서 공급의 실제 상황의 바로 앞 전선에 서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려니와
나아가서는 책이라는 활자매체 뿐만 아니라
도서관 문화의 넓은 의미를 포용하여 나누려는 의지를 지녔음이나
일단은 아쉬운 채로 벌인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게 되었다.
언제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겨져야 한다는 철칙이라도 있는 것 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다담을 나누는 내내
분위기 조성과 웃음발 날리느라 정신이 없는 김정옥님.
나름대로 자신의 일상을 꾸려가느라 바쁘지만
그래도 도서관 문화가 있어서 행복하다는데야 의의가 있을 수 없고
또한 현직의 일상에서 돌아와 가정주부의 본래 일상으로 들어가면
맞게되는 강황농사지킴이...그녀는 우리 농산물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안성시립 도서관의 사서 백진희님.
첫 인상만큼이나 조용하고 단정한 이미지가 그대로 전달되나
도서관 일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마음이 전혀 없는 열혈 사서요
그런 만큼 새로운 도서관에의 일상이 기대 만발이지만....기다린 만큼 보람도 주어질 일이다.

조용조용...그러나 할 말은 강렬하게.
별 말은 없어도 내혜홀 독서회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도 남을 그녀 박경희님은
죽산에서 부터 부지런히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자신의 내적 성찰을 꾀하고 있는 셈인데
내 안의 나를 만나는 날, 그녀의 기쁨도 배가될 것이다.

일명 분위기 무드파 이혜수님.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오로지 그녀의 아우라만으로도 세상의 중심에 설 것 같은
압도적인 분위기발이다.
말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전달되는 묘한 힘을 지닌 그녀를 보니
스스로의 공부가 깊어 보인다.

연두색 스커프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매우 고혹적인 그녀 강현순님.
그 이면에 여성회관의 요가강사로서의 생활이 저절로 몸에 배어있음이니
역시 신비주의 까지는 아니더라도
앉아있는 자세 부터가 심상치 않았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런 그녀들 중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옥혜경님.
당당하고도 소신있어 보이는 목소리와 행동거지가
그야말로 요즘 선호도 일순위...현대 여성의 전형이다.
그 덕분에 매끄럽게 진행되는 다담이 더욱 빛났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보지 않아도 그녀의 일상과
상황 상황에서의 판단력 조차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어쨋거나
비오는 날의 운치와
마음 나눌 이웃과
좋아하는 자신들의 일상과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무제에서의 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어느 틈엔가 빠져 나간다.
그래도 좋았을 그 시간이
사실은 아쉬움이다.

이달의 선정도서...무설재 쥔장도 좋아하던 책이요
많은 이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다.
물론
읽고난 후의 판단은 각자의 몫...

그들의 발걸음이 돌아간 뒤 끝에
비에 젖은 새 한마리가 날아 들었다.
그러나
그 새 한마리 조차도
비 오는 날의 낭만을 즐기는 참이니
세상 만물과의 조화로운 삶...그대 또한 꿈꿀 지어다.
첫댓글 유병장 도서관장님이 사서로 돌아 서다니? 그게 뭔말일까~? 게다가 옛날 우리 학부형이 두분이나 계시네~! ^ ^ 두분 다 좋은 학부형들이셨는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일단은 관장은 공석이라 하니....죽산에서 오시는 분들, 정말 열혈 도서관 매니아들 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