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박사]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하던 애국자들의 모임 가운데 하나가 광복회인데 그러한 광복회의 마지막 작품은 오랜 세월 중앙청으로 쓰던 구 총독부 청사 철거 작업이었다. 노태우 때 논의가 있었지만 그대로 두고 다른 용도로 쓰기로 결정된 것이었는데 김영삼이 대통령이 된 후에 할 만한 사업을 두루 찾다가 광복회의 부탁으로 구 총독부 청사 철거를 우선시 하게 되었다.
당시 정부는 일제의 마지막 잔재를 제거했다고 자부했는지 모르지만 망령은 없던 잔재도 새로 만들어 일제 잔재가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구 총독부 건물은 독일인이 설계하였다고 알고 있다. 노동력은 누가 바쳤는가. 조선인이 제공하였다. 그렇다면 그 건물이 온전히 일본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영삼은 그 건물을 자취도 없이 허물어버렸다. 역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결코 잘한 일은 아니다.
오늘 광복회 회장이 될 만한 인물들은 다 세상을 떠났다. 내가 보기에 새파랗게 젊은 김원웅이 광복회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시대가 끝나면 일도 끝나야지 오늘 광복회가 있어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정부의 정해진 보조금이나 타서 몇 사람이 생활을 하는 것인가. 미안한 말이지만 좀 부끄러운 줄 알라. 이승만도 죽일 놈, 김성수도 죽일 놈, 다 죽이고 나면 광복회 회장만 남는가. 양심의 원점으로 돌아갈 각오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