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랑.갑순이의 지략도,마스트 하고 중무장한 상태로 그 시간을 기다린다.
그날따라 유난히 내게 질문을 자주 하는 과외공부 선생님들
함경북도에서 넘어온 부자(父子) 선생님 두분.
아버지는 유창한 영어 선생님
아들은 두뇌회전이 몹시 빠른 수학 선생님
내고향 충청남도 예산에서 자리잡고 수많은 학생들을 명문고에 합격시킨
저력있는 과외학원 스승님들.
그당시 최고의 명문고(경기,이화. 숙명.진명.서울여상.등등)
그래그런지 명문을 꿈꾸는 유학생들의 거처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맘도 싱숭생숭해 공부를 하는둥 마는둥 들떠 있는데
눈치빠른 두 부자는 알아 챘는지 수도 없이 나를 지목하면서
질문을 해댄다.
옆친구들의 도움속에 자신 없는 대답으로 횡성수설 해대는 나에게
일침을 놓는다.
과외 멤버중에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를 포함해 두명
그래서 또하나의 명칭이 붙었다.
키가 후리후리한 박상숙 큰박!
아담한 나에게는 작은박!
투박한 함경도 사투리로 또박또박 큰박 작은박을 번갈아 부르며
질문공세로 들어간다.
귀가 시간에 만날 남학생 생각이 가득하여 귀에 들어 올리 없는 그날 수없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게 대순가!
과외 수업이 끝나자마자 귀가를 서둘렀다.
선희와 갑순이의 지략으로 무장을 하고 동반해 주겠단 친구들의 호의도 마다한채
잰 걸음으로 부지런히 문제의 장소에 다가갈즈음
짙어가는 가을을 재촉 이라도 하는양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우산도 없이 걷다보니 젖은 교복이 몸에 휘휘 감기며 물기를 뿜어낸다.
한기가 스며든다.
그렇치않아도 떨리는데 한기마저 스며드니 온몸이 얼어 붙을듯 현깃증이 인다.
잠시 서서 하늘을 본다.
뱅뱅뱅!
뱅뱅뱅!
희미한 가로등만 서있는 신작로 별 하나도 없는 깜깜 절벽 하늘이 뱅뱅돈다.
이럴줄 알았다면 친구들과 동행을 할것을!
후회가 막심하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며 한발짝 한발짝 떼고 있다.
설마!
비까지 오는데 나와 있을려구! 나름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아니길 빌어본다.
그랬다. 문제의 장소에 다가가도록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휴우우!!!
다행이다.
비맞은 생쥐꼴이 된 내 모양새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데
다행이다. 하지만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이었나
허무한 생각이 든다.
물기를 함북 먹은 머리에선 빗물이 뚝뚝뚝 떨어진다.
비에 젖은 얼굴 !
두 눈에 고였던 빗물이 주르르륵 두줄기 눈물이 되어흐른다.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아무런 추억도 없이 그냥이대로!!
벌벌 떨때는 언제고 끝이다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선희랑 갑순이의 지략도 펼쳐보지 못하고 .....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쓰디쓴 미소와 함께 거절당한 애인처럼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내 모습이
왠지 처량하다.
뭐야!
첫댓글 그 때 그 시절엔 남학생만 애를 태우는 줄 알았는데...
초둥동창회 처음 열던날 모든 고백을 들 을 수 있었습니다.....초등 4학년 그때부터 짝사랑이
싹트고 있었다구요....
비 맞은 생쥐 꼴이 된 수정 할매의 첫사랑 이야기
볼륨은 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미를 이루었는지?
칼날 같은 예리함이 곳곳에서 숨어 나오는 문학 소녀
글을 쓰는 자질을 타고 나셨나 봐요.
옛추억을 더듬어며 첫사랑의 오묘함을
만끽하고 갑니다.
꿈여울님....예리하신분은 여울님이신것 같네요... 바랍니다.
많은 지도 편